짧은 연휴는 끝났다. 잠시 다른 나라로 휴가라도 다녀오고 싶지만 연휴가 끝난 달력은 4월까지 새까맣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랜선 힐링 아닐까. 스크린을 뚫고 피톤치드향과 바닷바람이 물씬 불어오는 듯한 유럽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영화 다섯 편을 어렵게 골랐다.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는 자극을, 떠날 생각이 없던 이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해줄 포스팅이 되길 바라며, 두 시간의 짧은 여행을 떠날 영화를 골라보자!


<나우 이즈 굿>
영국 세븐 시스터즈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10대 소녀 테사(다코타 패닝) 4년 전 암 선고를 받은 이후 평범한 일상 속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소녀다. 하지만 어느 날 운명처럼 아담(제레미 어바인)을 만나고, 그와 함께 살아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 풋풋한 커플이 만나는 곳은 영국 남부의 해안 도시 브라이튼이다. 영화는 개성 넘치고 귀여운 도시 곳곳을 매우 아름답게 담아냈다. 극중 아담이 테사를 처음으로 가장 멀리 데려간 곳은 바로 해안 절벽가 세븐 시스터즈’다. 독특한 이 이름은 바다와 맞닿은 새하얀 절벽의 모습이 7명의 여자와 닮았다고 해 붙여졌다. 세븐 시스터즈는 <신비한 동물과 그린델 왈드의 범죄>에도 잠깐 등장한다. 뉴트(에디 레드메인)와 제이콥(댄 포글러)이 불법(!) 포트키를 통해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는 바로 그곳이 이 절벽 위다.

나우 이즈 굿

감독 올 파커

출연 다코타 패닝, 카야 스코델라리오, 제레미 어바인, 올리비아 윌리암스, 패디 콘시딘

개봉 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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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데이>
아일랜드 이니시모어 섬
프로포즈 데이

감독 아넌드 터커

출연 에이미 아담스, 매튜 구드

개봉 201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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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에이미 아담스)와 제레미(아담 스콧)의 4년 차 기념일, 애나는 프로포즈를 기대했지만 그는 반지 대신 귀걸이를 남기고 아일랜드로 출장을 떠난다. 마침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229일에 아일랜드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하면 무조건 승낙해야 하는 전통을 알게 된 애나는 그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아일랜드로 떠나고 그 여정에서 데클랜(매튜 구드)을 만난다. 결말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안에서 아일랜드의 숨막히는 풍광이 빛을 발한다. 아일랜드 서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딩글반도가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실제 촬영지는 아일랜드 제3의 도시로 불리는 골웨이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이니시모어. 러닝타임 내내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 특유의 정취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으며, 후반 즈음엔 <원스><싱스트리트>로 유명한 더블린과 골웨이 등 아일랜드의 다른 도시들도 볼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1983년 여름, 열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온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를 만난다. 올리버는 엘리오의 가족 별장에서 머무르며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이내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 둘의 격렬한 사랑을 부추기는 장소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이다. 영화는 원작 소설 속 배경이었던 리비에라 지역의 리구리아 주가 아닌 롬바르디아의 크레마에서 촬영했다. 이곳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실제 살고 있던 마을로, 그는 자신이 실제 사용하고 아끼는 소품을 대거 옮겨놓으며 엘리오 가족의 집을 공들여 만들어갔다. 영화의 편집 감독은 촬영지가 영화의 완성도에 일등 공신이라고 덧붙였을 정도. 이 완벽한 장소에 따뜻한 색감과 눈을 정화시켜주는 듯한 영상미가 입혀져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기분이 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끊고 작은 숙소를 구해 그곳에서 여름 내내 먹고, 읽고, 누워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될 수도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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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을 사랑하는 견습 수녀 마리아(줄리 앤드류스)는 원장 수녀의 권유로 해군 명문 집안 폰 트랩가의 가정교사가 된다. 마리아는 일곱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아이들과 친해지게 되고, 아내를 잃은 후 엄격해진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만 들어도 OST가 자동 재생되는 고전 영화. 영화의 배경지이자 실제 폰 트랩 가족이 살았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는 영화 촬영지를 둘러볼 수 있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가 있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페가수스 동상 밑에서 도레미송을 부르던 미라벨 정원과 폰 트랩가의 저택으로 사용된 레오폴트스크 궁전, 그리고 헬브룬 궁전, 논베르크 수도원, 몬드제 대성당 등 영화의 주요 장면에 등장한 장소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직접 방문할 계획이라면 봄이나 여름이 좋다. 영화 속 푸르고 깨끗한 알프스와 잘츠부르크 곳곳이 더욱 빛나는 시기이기 때문!

사운드 오브 뮤직

감독 로버트 와이즈

출연 줄리 앤드류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리처드 헤이든, 엘레노 파커

개봉 1978.02.04. / 1969.10.2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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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그리스 소코펠로스 섬

그리스의 작은 섬에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와 살고 있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식에 함께 입장할 아빠를 찾고 싶었던 소피는 엄마의 일기장에서 발견한 세 남자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을 초대한다. 과연 소피의 아빠는 누구일까?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 그리스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몹시도 많다. 그중 영화 <맘마미아!>는 스포라데스 제도의 스코펠로스섬, 스키아토스섬, 다무하리 섬에서 주요 바닷가 장면들을 촬영했다. 그중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 것은 스포라데스 제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스코펠로스 섬으로, 여자라면 한 번은 꿈꿨을 법한 소피의 결혼식 장면 또한 이 섬의 암벽 위에 예배당을 재건하여 만들어졌다. 영화의 OST 만큼이나 장면 하나하나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영화를 보는 내내 코발트 빛의 반짝이는 바다가 손짓하는 것만 같다. 인생의 한 번쯤은 온 여름을 그리스에서 보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맘마미아!

감독 필리다 로이드

출연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아만다 사이프리드

개봉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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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