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토르: 라그나로크>로 스타덤에 오른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신작 <조조 래빗>. 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현실을 직시하는 이야기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각색상 등을 수상, 호평 세례를 받았다. 그 속에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배우 출신답게 직접 히틀러(조조의 상상 속 인물)를 연기, 희화화했다.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어머니가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자신의 SNS에 “유대인이 직접 히틀러를 연기하는 것만큼 히틀러를 모욕하는 법이 있을까?”는 글과 함께 히틀러의 초상화에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진: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트위터
조조 래빗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토마신 맥켄지, 타이카 와이티티, 스칼렛 요한슨,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개봉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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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발발시킨 장본인이자 600만 대학살의 원흉.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악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아돌프 히틀러. 거기에 생애, 죽음에 관한 수많은 기행들과 의혹까지. 그는 창작자의 입장이라면 확실히 구미가 당길만한 극적 인물이다. 덕분에 <조조 래빗> 이전에도 히틀러는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에서 수많은 창작물에서 활용됐다. 타이카 와이티티 이전, 영상 매체에서 등장했던 9인의 히틀러를 돌아봤다.


<히틀러: 더 라스트 텐 데이즈>
배우: 알렉 기네스

<히틀러: 더 라스트 텐 데이즈>

지금은 ‘레전드’가 된 배우들도 히틀러를 맡았었다. <콰이 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후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에서 오비완 역을 맡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 알렉 기네스. 그도 전기 영화 <히틀러: 더 라스트 텐 데이즈>(1973)에서 히틀러를 연기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가 자살을 택하기까지 마지막 10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군인, 보좌관 등 실제 히틀러의 마지막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 속의 히틀러는 패전이 다가온 상황에서도 부하들을 찍어내리는 등 권위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훗날 알렉 기네스는 참여했던 수많은 영화들 중 <히틀러: 더 라스트 텐 데이즈>를 유일하게 만족스러웠던 결과물로 꼽기도 했다.

이미지 준비중
히틀러: 더 라스트 텐 데이즈

감독 엔니오 데 콘치니

출연 알렉 기네스, 시몬 워드, 아돌포 셀리, 다이안 실렌토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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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벙커>
배우: 안소니 홉킨스

<더 벙커>

지금까지도 할리우드의 거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소니 홉킨스도 히틀러의 최후를 그려냈었다. <히틀러: 더 라스트 텐 데이즈>와 같은 서사, 전개를 가지는 <더 벙커>(1981)에서다. 2부작 TV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으로 같은 내용을 담았지만 보다 포괄적인 사건 경과를 다뤘다. 또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히틀러는 앞선 알렉 기네스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줬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 미쳐가는 광기는 유사했지만 안소니 홉킨스의 히틀러는 마치 떼를 쓰는 듯한 모습. 부하를 조롱하며 웃거나, 새빨게진 얼굴로 화를 내는 등 보다 입체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준 히틀러였다.

더 벙커

감독 조지 샤에퍼

출연 안소니 홉킨스, 리처드 조던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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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폴>
배우: 브루노 간츠

<다운폴>

히틀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 중 최고봉을 브루노 간츠 주연의 <다운폴>로 꼽는 이들도 적잖을 듯하다. 여러 패러디 영상(히틀러의 분노 장면을 자막만 바꿔 어이없는 상황에 비유하는 식)이 인터넷상에서 유행처럼 떠돌기도 했던 작품이다. 앞선 두 영화가 나치의 몰락을 총괄적으로 훑었다면, <다운폴>은 오롯이 히틀러 한 사람에 집중, 점점 무너져 내려가는 심리를 파고들었다. 브루노 간츠는 이전에 히틀러를 연기했던 쟁쟁한 배우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호연을 펼쳤는데 이를 위해 히틀러의 말투, 행동, 습관 등을 치밀하게 연구했다. 실제 2차 세계대전에서 스파이들이 몰래 녹음한 히틀러의 음성을 찾아 듣기도. 그 결과 광기와 처연함을 동시에 그려내며 찬사를 받았다.

다운폴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출연 브루노 강쯔,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코리나 하르포히, 울리히 마트데스, 율리안느 콜러, 헤이노 페르치, 크리스찬 버켈

개봉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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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투 워>
배우: 이안 맥켈런

<카운트다운 투 워>

‘무한 신뢰’를 불렀던 간달프도 히틀러를 연기했었다(!). 1939년 3월15일, 히틀러의 주도로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병합하고 같은 해 9월1일, 2차 세계대전의 실질적인 시작인 폴란드 침공까지의 사건 경과를 담은 TV 영화 <카운트다운 투 워>에서다. 영화 속 히틀러는 전술가적인 면모와 승부사 기질이 부각됐으며, 이안 맥켈런은 날카롭고 예민해 보이는 모습으로 전쟁 초창기의 히틀러를 그려냈다. 이후 이안 맥켈런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에서는 나치 전범을, 반대로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유대인이자 뮤턴트로서 소수자들을 대표했던 매그니토를 연기하기도 했다.


<히틀러>
배우: 로버트 칼라일

<히틀러>

독재자가 되기 전 히틀러의 전사를 보고 싶다면, 4부작 TV 시리즈 <히틀러>(원제 <Hitler: Rise of Evil>(히틀러: 악의 탄생>)가 있다. 배경은 히틀러의 유년기 시절부터 독재자가 되기 직전까지. 아버지의 폭력, 화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좌절하는 대목, 점점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시작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물들어가는 부분, 왜 콧수염을 기르게 되었는가 등이 자세하게 그려졌다. 긴 호흡만큼 그의 변화들이 가장 촘촘히 묘사된 작품이다. 여린 마음도 함께 있던 1화와 강압적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4화의 히틀러는 천지차이였지만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히틀러

출연 로버트 칼라일, 스톡카드 채닝, 지나 말론, 줄리아나 마굴리스, 매튜 모딘

방송 2003, 미국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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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배우: 노아 테일러

<맥스>

아마 가장 색다른 히틀러가 아니었을까. 히틀러의 미술 선생님이었던 실존 인물 맥스 호프만을 주인공으로 한 <맥스>다. 히틀러의 생애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화가 지망생’. <맥스>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 히틀러가 겪는 좌절과 불안을 조명했다. 공동의 관심사로 유대인 미술상인 맥스(존 쿠삭)과 가까워지만 생계, 이념 등의 이유로 점점 붕괴되는 히틀러(노아 테일러). 그 모습은 악인보다는 혼란에 빠진 예술가에 가까워 보였다. 히틀러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콧수염도 가져오지 않은 채, 노아 테일러는 창백한 얼굴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기혐오, 광기를 표현했다. 이후 노아 테일러는 코믹스 원작의 TV 시리즈 <프리처>에서도 지옥에 있는 히틀러를 연기, 오컬트 판타지 장르의 묘미를 끌어올렸다.

<프리처>
맥스

감독 메노 메이제스

출연 존 쿠삭, 노아 테일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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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처 시즌4

출연 도미닉 쿠퍼, 루스 네가, 조셉 길건, 이안 콜렛티, 그레이엄 맥타비쉬, 핍 토렌스, 줄리 앤 에머리

방송 2019, 미국 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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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발키리>
배우: 데이빗 뱀버

<작전명 발키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자랑하며 적은 비중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 히틀러도 있다. 실제 있었던 히틀러 암살 시도인 ‘발키리 작전’을 소재로 한 <작전명 발키리> 속 히틀러(데이빗 뱀버)다. 브라이언 싱어가 재구성한 영화는 긴박한 음악, 편집 등으로 들킬 듯 말 듯 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덕분에 히틀러의 사소한 몸짓, 눈빛 변화만으로도 몰입은 배가 됐다. 이미 히틀러의 최후는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영화의 결말은 예정돼있었지만 이를 무시할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연출이 히틀러 캐릭터의 위압감을 극대화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작전명 발키리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톰 크루즈

개봉 200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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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배우: 마틴 부트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장부터 타란티노스럽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속 히틀러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색이 한껏 칠해졌다. 본인은 한없이 진중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는 모습이다. 나치를 사냥하는 ‘바스터즈’ 일행의 소식을 접하고는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로 “Nein Nein Nein(안 돼 안 돼 안 돼~)”를 외치며 노발대발하는 히틀러(마틴 부트케). 짜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의 찰진 대사와 표정은 권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과장된 톤으로 찌질하고 우스꽝스러운 악역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일라이 로스, 마이클 패스벤더, 다이앤 크루거, 다니엘 브륄, 틸 슈바이거

개봉 200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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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독재자>
배우: 찰리 채플린

<위대한 독재자>

번외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이 직접 연출, 주연을 맡은 <위대한 독재자>(1940)가 있다. 영화 속에는 히틀러와 나치가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주인공 힌켈(찰리 채플린)은 히틀러를 패러디, 그의 당인 ‘쌍십자당’은 나치를 희화화한 것. 유대인 죄수와 똑같이 생긴 독재자가 오해로 인해 감옥에 끌려가며 벌어지는 풍자극이다. 찰리 채플린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며 그 속에 평등, 화합, 인류애 등의 메시지를 담았다. 심지어 <위대한 독재자>는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기 전인 1940년 제작, 찰리 채플린은 제작을 중지하라는 협박 편지도 받았다고 한다.

위대한 독재자

감독 찰리 채플린

출연 찰리 채플린, 파울레트 고다드

개봉 1988.00.00. / 2015.04.16.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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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www.cine21.com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