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감독 김용훈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강약 조절은 성공적
★★★☆
숨 막히는 누아르의 공기에 블랙코미디의 온풍이 닿아 신선함이 느껴진다. 돈 가방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각자의 사정을 함께 담아 가지만 절박함이 온전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간간이 섞인 유머가 주는 순화가 아니라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이유에 쉽게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극의 중반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전도연은 그 등장만으로도 영화 전체의 밀도를 바꿔버린다. 엄청난 스타성이 오히려 배우의 재능을 가려 아쉽지만 정우성은 이번에도 영화 속 캐릭터에 완벽하게 호응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 욕망의 심연
★★★☆
돈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이러니, 욕망의 심연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재다. 거기에 피 냄새가 묻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모여드는 인간들은 얼마나 더 비정할 것인가. 돈 가방의 출처는 어디인지, 결국 누가 이 돈을 차지할 것인지 보다 흥미로운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저마다의 이유로 인생 나락에 매달려있는 인물 군상들을 살펴보는 데서 나온다. 서사와 인물 구조 자체는 원작의 공이 클 테지만 감출 때 감추고, 보여줘야 할 때 과감하고 빠르게 패를 보여주는 영화만의 재미도 만만찮다. 느지막이 등장해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는 전도연은 이 영화의 핵이다. 그는 도무지 지겨워지지가 않는 배우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들
★★★☆
새롭지는 않지만 흥미롭고,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플롯을 저글링 하는 완급의 솜씨가 좋다. 8명이나 되는 주연을 내세운 만큼 이들이 뿜어내는 앙상블이 관건일 텐데, 배우 개개인의 스크린 장악력 편차는 있지만, 이 부분에서도 캐릭터 무비로서의 강점이 잘 살렸다. 선발로 나선 정우성이 잘생김을 한껏 구기는 연기로 주의를 획득하고, 배성우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미끼를 던지는 가운데, 후반부 등판한 전도연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사건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시원한 한방을 터뜨린다. 잔상을 길게 남기는 획기적인 영화라기보다 보면서 즉시 웃고 소화하게 되는 호탕한 오락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감독 김용훈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신현빈, 정가람, 진경

개봉 2020.02.19.

상세보기

1917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카메라로 증명한 극도의 리얼리즘
★★★★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려 지난한 참호전의 흔적을 통과하는 두 병사의 여정을 함께 한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시체, 참혹한 전투의 흔적, 무너진 건물과 공포에 질린 사람들을 지나는 과정을 그저 담아낼 뿐이다. 영화는 다양한 서사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부피보다는 인간이 내몰린 극단적 현실에서 느끼는 절실함에 집중한다. 메시지를 찾는 것은 체험을 함께한 관객의 몫이다. 동적인 롱테이크로 느끼는 현장감과 몰입감은 이 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전쟁 영화가 주는 시각적 리얼리즘을 넘어 모든 감각으로 다가오는 체험적 리얼리즘을 경험할 수 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영화적이라고 할 만한 체험
★★★★
<1917>은 오늘날 가장 영화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의 체험이기를 자처한다. 단순한 플롯, 촬영과 사운드를 포함한 압도적 기술력의 조합은 이 작품의 배경이 왜 허허벌판에 가까운 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이어야 했는지를 증명한다. 전장의 한 가운데서 홀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병사의 휘청이는 걸음걸이와 파리한 얼굴에 <1917>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명분 없는 싸움을 지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러 가는 그 발걸음 하나를 포착하기 위해 탄생한 영화처럼 보인다. 명장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매 장면 경외감이 일 정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감쪽같이 교묘하게
★★★★☆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까지, 샘 멘데스는 흡사 솜씨 좋은 이태리 장인처럼 신(scene)과 신 사이를 한 땀 한 땀 교묘하게 이어붙여 영화 전체를 한 정면처럼 보이도록 구현했다. 샘 멘데스의 야심에 날개를 달아 준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는 주인공에 그림자처럼 밀착돼 관객이 전투를 밖에서 관찰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전장 한복판에서 함께 체험하게 한다.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인물들의 연극적인 등퇴장, 1인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프로덕션 디자인 등 그 정교함이 후덜덜하다. 형식이 볼거리 제공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스토리의 머리가 되는 <1917> 극장이라는 공간의 존재 이유를 명료하게 설득시킨다.

1917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개봉 2020.02.19.

상세보기

하이, 젝시
감독 존 루카스, 스캇 무어
출연 아담 드바인, 로즈 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를 가장한 코미디 쇼에 가까운
★★☆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일상을 넘어 영혼의 동반자처럼 여겨지는 오늘날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코미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거침없는 코미디 장르 조합이 의외로 어울린다. 다만 휘발 강한 웃음을 적재적소에 터뜨려주는 팝콘 무비 정도로서 의의가 있을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영화다. 생각보다 수위가 센 유머도 호오가 극명하게 갈릴 지점.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각본 자체에 업데이팅이 좀 더 필요했을 듯. 

하이, 젝시

감독 존 루카스, 스캇 무어

출연 로즈 번, 아담 드바인

개봉 2020.02.19.

상세보기

작가 미상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톰 쉴링, 폴라 비어, 세바스티안 코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삶이라는 미완성의 예술
★★★☆
진정한 예술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영화는 삶을 올곧이 대면해 자신의 인생을 구성하고 있던 중요한 진실의 순간들을 발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역시 하나의 과정일 뿐 결과가 될 순 없다. 사회주의 이념이 시대의 뿌리였던 시절, ‘나’를 찾아가는 예술가. 우리는 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과 예술이라는 작업을 합치시켜나가는 고독한 여정의 일부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삶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예술가의 진실 찾기 
★★★☆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 데뷔작 <타인의 삶>(2006)에서 독일의 어두운 역사와 삶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세밀하게 보여주었던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또 한 번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2차 세계대전 전후를 겪은 작가의 연대기를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내 18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유려하게 흘러간다. 주조연 배우들도 하나같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예술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영화.

작가 미상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세바스티안 코치, 톰 쉴링, 폴라 비어

개봉 2020.02.20.

상세보기

숀더쉽 더 무비: 꼬마 외계인 룰라!
감독 윌 베처, 리처드 펠런
출연 저스틴 플레쳐, 아멜리아 비테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귀여운 오마주
★★★☆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나 <E.T.>를 비롯해 전설의 미드 <엑스파일>까지 외계인 관련 SF에 대해 귀여우면서도 깨알 같은 오마주를 바친다. 아드만 특유의 공들인 디테일은 여전. 여기에 스펙터클의 스케일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명가의 재치
★★★☆
<치킨 런> <월레스 앤 그로밋시리즈와 함께 아드만스튜디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숀더쉽> 시리즈의 두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못 말리는 양 과 사고뭉치 양 떼 친구들이 쉴 새 없이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여전히 큰 웃음을 안긴다새롭게 등장한 외계인 캐릭터 룰라의 귀여움 넘치는 매력도 상당하다다양한 무성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숀더쉽> 시리즈 고유의 특징에 SF 고전 영화들을 오마주한 장면들을 더해 차별화된 재미를 준다자막과 더빙의 벽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가족 애니메이션.

숀더쉽 더 무비: 꼬마 외계인 룰라!

감독 윌 베처, 리처드 펠런

출연 저스틴 플레쳐, 아멜리아 비테일

개봉 2020.02.19.

상세보기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감독 리 토시오
출연 에이쿠라 나나, 야스다 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웃픈 결혼 코미디
★★★
집에 돌아오면 죽은 척을 하고 있는 아내의 사연을 인터넷 지식 검색 서비스에 올려 인기를 얻은 남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괴상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내의 남다른 취미 생활과 툴툴대면서도 아내의 연기에 맞장구를 치는 남편의 리액션이 웃음을 자아낸다. 일본 인기 배우 에이쿠라 나나의 귀엽고 밝은 이미지와 개성파 배우 야스다 켄의 진중한 코미디 연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결혼 코미디를 이끈다. 아내 캐릭터에 사연을 부여하면서 개성이 희석되고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기존 멜로드라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감독 리 토시오

출연 에이쿠라 나나, 야스다 켄

개봉 2020.02.2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