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리치 감독이 범죄 영화로 돌아왔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호화로운 캐스팅과 함께 말이다. 그의 이번 귀환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11년 만에 주특기인 범죄 오락물을 들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젠틀맨>은 마약 업계의 큰손 믹키(매튜 맥커너히)가 미국의 억만장자와 거래를 시작하고, 이 게임에 무법자(헨리 골딩)와 사립탐정 플레처(휴 그랜트)가 끼어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과연 이번에도 탄탄한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전개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젠틀맨> 개봉을 맞아 믿고 보는 감독 가이 리치의 작품 다섯 편을 골라보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1998

장물을 팔아 입에 풀칠하며 사는 에디(닉 모란)는 세 친구 톰(제이슨 프레밍), 소프(덱스터 플레처), 베이컨(제이슨 스타뎀)과 함께 모은 돈 10만 파운드를 걸고 도박을 한다. 하지만 업계 거물 해리(P.H. 모리어티)에게 잘못 걸린 에디는 순식간에 돈을 잃고 50만 파운드의 빚더미에 앉게 된다. 절망에 빠져있던 네 친구들은 우연히 옆집에 사는 도그(프랑크 하퍼) 일당이 대마초 패거리를 털 계획이 있음을 엿듣게 되고, 넷은 궁여지책으로 도그 일당의 돈을 빼앗기로 모의한다. 

가이 리치 감독의 데뷔작으로 당시에도 신선한 연출로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여러 범죄 오락물에 영향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뒤로 갈수록 스피디하게 전개되고 묵직하게 폭발한다. 후반부 30분이 하이라이트인데, 얽히고 설켰던 인물들의 갈등이 한곳으로 모이며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여담으로 이 작품은 제이슨 스타뎀의 데뷔작이며 에디의 아버지 JD 역할로 스팅이 깜짝 출연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제이슨 플레밍, 덱스터 플레처, 닉 모란, 제이슨 스타뎀

개봉 199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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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치
Snatch, 2000

프랭키(베네치오 델 토로)는 다이아몬드 도둑이다. 그의 임무는 런던에서 훔친 다이아몬드를 뉴욕에 있는 보스 아비(데니스 파리나)에게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랭키가 도박 권투에 돈을 걸며 일이 꼬여버린다. 한편 권투 중개인 터키쉬(제이슨 스타뎀)와 토미(스티븐 그레이엄)는 마피아 두목 브릭 탑(알란 포드)과 사기도박을 계획하고, 아일랜드 집시 미키(브래드 피트)를 링에 올린다. 권투 시합이 있던 날 미키는 사전 약속과 다르게 시합을 끌어가고, 프랭키가 실종된 것을 알게 된 아비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줄거리만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본 관객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모든 등장인물은 영화의 마지막 한곳으로 수렴된다. 스토리와 전개 방식은 전작과 꽤 비슷하지만 한 층 더 스타일리시해진 편집과 여전히 숨 막힐 듯 빠른 호흡이 눈에 띈다. 또한 샤프한 베네치오 델 토로와 집시 억양을 구사하는 브래드 피트, 데뷔작에 이어 함께한 제이슨 스타뎀과 비니 존스, 덱스터 플레처까지 화려한 캐스팅이 빛을 발한다.

스내치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데니스 파리나, 비니 존스, 브래드 피트, 라드 세르베드지야, 제이슨 스타뎀

개봉 200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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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Sherlock Holmes, 2009

다섯 명의 여인들이 종교 의식의 제물로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영화는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왓슨 박사(주드 로)와 함께 마지막 희생자가 될뻔한 여인을 구하며 시작된다. 범인은 비밀 종교집단 소속의 블랙우드(마크 스트롱), 그는 교수형 선고를 받지만 사형 집행일이 다가올수록 어둠의 힘을 발휘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홈즈와 왓슨 콤비 앞에 홈즈의 옛사랑 아이린(레이첼 맥아담스)가 등장한다.

셜록 홈즈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부터 주드 로, 마크 스트롱, 레이첼 맥아담스까지 어쩌다 보니 히어로물에 출연하게 되는 배우가 모두 나오며 호화 캐스팅의 정점을 찍는다. 영화 속 홈즈는 거구의 복서를 K.O. 시키는 등 우리가 알던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원작 속 그가 권투와 무술에 능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이 리치가 재해석한 홈즈의 모습이 그리 낯설다고는 할 수는 없겠다. 슈퍼 히어로 시대에 맞춰 올바르게 메이크오버된 사례랄까. 이외에도 결혼을 앞둔 왓슨 박사에게 질투하는 홈즈의 모습 등 영화 곳곳에 잔재미가 가득 차있다.

셜록 홈즈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크 스트롱

개봉 200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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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프롬 UNCLE
The Man from U.N.C.L.E., 2015

냉전 시기, 미국 CIA 특급요원 나폴레옹 솔로(헨리 카빌)와 소련 KGB 최정예 요원 일리야(아미 해머)는 국제범죄조직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이로 인해 둘은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되는데, 여기에 범죄조직에 핵 개발 기술자로 잡혀 있는 아버지를 구하려는 동독 출신의 정비사 개비(알리시아 비칸테르)도 합류하게 된다.

영화는 1960년대에 방영된 동명의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범죄 코미디에 능한 감독답게 특유의 액션, 코미디, 스타일을 모두 넣고 조화롭게 섞어냈다.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의 팀플레이 사이에서 은근 돋보이는 개비와 일리야의 러브라인 또한 킬링 포인트. 여기에 헨리 카빌, 아미 해머,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배우 세 명이 모두 캐릭터와 잘 어울려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킬링타임용 팝콘무비로 몹시 훌륭!

맨 프롬 UNCLE

감독 가이 리치

출연 헨리 카빌, 아미 해머, 휴 그랜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엘리자베스 데비키

개봉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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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Aladdin, 2019

1992년 개봉한 동명의 디즈니 영화를 실사화한 작품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머나먼 사막 속 아그라바 왕국의 좀도둑 알라딘(메나 마수드)이 마법 램프를 찾아 나섰다가 지니(윌 스미스)를 만나고,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개봉 전 공개된 지니의 충격적인 비주얼로 많은 이들을 혼돈에 빠뜨렸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하자 화려한 CG와 지니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윌 스미스의 연기력으로 보란 듯이 개봉 전 반응을 뒤집는다.

또한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해내되 자스민 공주의 캐릭터를 조금 더 주도적인 인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이젠 그의 필모그래피를 논하는데 <알라딘>을 빼놓으면 섭섭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만 천만 관객을 넘고,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단연 그의 최고 흥행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세를 이어 가이 리치가 다시 한번 속편 <알라딘 2>의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알라딘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나오미 스콧, 윌 스미스, 메나 마수드

개봉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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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