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과 시원한 입매가 돋보이는 또렷한 이목구비의 소유자 앤 해서웨이, 그녀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녀 배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녀가 스타덤에 오른 이유는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었으니! 그녀는 1999년 데뷔 후 20년의 활동 기간 동안 50여 편에 가까운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꽉꽉 채우고, 작품마다 맡은 캐릭터로 완벽하게 분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올해는 <다크 워터스><세레니티>까지 국내 개봉작만 두 편이다. 개봉을 맞아 앤 해서웨이의 베스트 캐릭터를 모아보았다. 워낙 출연작이 많고 눈에 띄었던 캐릭터도 많아 고르기가 몹시 어려웠는데, 그녀가 연기한 열 명의 인물을 모아놓고 보니 앞으로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떤 얼굴로 활약할까 궁금해졌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미아 서모폴리스

앤 해서웨이가 배우로서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된 작품.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평범한 여고생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제노비아나라의 공주임을 알게 된 미아를 연기했다. 당시 할리우드 기자들이 앤을 보고 전형적인 동부 사립대 여학생처럼 보인다는 표현을 썼던 것처럼 그녀는 귀족적인 외모를 십분 활용해 미아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낸다. 이후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프린세스 다이어리2>에서도 또 한 번 미아를 연기한다.

<브로크백 마운틴> 루린 뉴섬

<프린세스 다이어리> 이후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녀는 뜻밖의 캐릭터를 만난다. <프린세스 다이어리2> 촬영 도중 <브로크백 마운틴>에 캐스팅된 것. 그녀는 극중 잭(제이크 질렌할)과 결혼하는 루린 뉴섬 역할을 맡아, 잭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의 모습부터 카우걸에서 사업가로 변모하는 모습, 그리고 강인한 아내로서의 모습까지 꼼꼼하게 표현해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앤디 삭스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호연은 차기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앤은 뉴욕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한 앤드리아를 연기하며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역할을 맡은 메릴 스트립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연기력을 자랑했다. 또한 66사이즈의 앤드리아를 연기하기 위해 그녀는 5kg을 증량했고, 이후 극 후반 화려한 명품 의상을 입기 위해 5kg을 다시 감량했다는 후문.

<비커밍 제인>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 등의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을 써낸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 <비커밍 제인>은 그녀에게도 사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가정한 작품으로, 앤 해서웨이가 사랑에 빠진 제인을 연기했다. 실제로 그녀는 학창시절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대해 논문을 쓰기도 했을 만큼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다른 팬들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영국식 악센트를 하루에 6시간씩 연습하고, 제인 오스틴에 대해 리서치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레이첼, 결혼하다>

이즈음 그녀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였던 작품 아닐까. 앤 해서웨이는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서 생활 중인 문제아 킴 역할을 맡아, 마치 눈앞에서 실존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그해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과 이듬해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얀 여왕

팀 버튼 감독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여왕을 연기한 앤. 하얀 여왕은 앨리스가 떨어진 토끼굴 너머 이상한 나라의 통치자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의 앙숙 자매로, 폭군 붉은 여왕과 정반대되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어두운 내면은 마음 속 깊이 감추고 있는 캐릭터다. 이에 몰입하기 위해 앤 해서웨이는 하얀 여왕은 펑크 락을 좋아하는 극렬 채식주의에 평화주의자다며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이로부터 6년 뒤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도 다시 한번 출연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셀리나 카일

이후 로맨스 영화에 출연해오던 그녀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녀가 연기한 셀리나 카일은 원작의 캣우먼을 기반으로 재해석된 캐릭터로, ‘셀리나 카일이라는 이름 역시 캣우먼의 본명이다. 그녀는 이전 캣우먼 미셸 파이퍼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녀는 이후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자신과 가장 제일 비슷한 캐릭터가 캣우먼이라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꼽기도 했다.

<레미제라블> 판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을 연기하는 어머니를 보며 배우를 꿈꾼 그녀는 운명처럼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판틴 역할을 맡게 된다. 판틴은 사생아를 가진 미혼모로,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머리도, 이도, 몸도 팔게 되는 비극적인 여인. 그녀는 이를 위해 11kg을 감량하고 촬영 중 실제로 삭발을 하는 등 연기 투혼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을 포함한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인터스텔라> 아멜리아 브랜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두번째로 함께 하게 된 작품. 그녀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무너지고 식량 위기가 찾아오며 혼란에 빠진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서는 아멜리아 브랜드 박사를 연기했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일단 하겠다고 했다고 밝히며 놀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촬영 중에는 15kg에 달하는 우주복을 입고, 수중촬영을 할 때는 잠수복까지 겹쳐 있으며 열연을 펼쳤다. 이 작품을 통해 만난 매튜 맥커너히와 <세레니티>를 통해 다시 만나기도 했다.

<오션스8> 다프네 클루거

<오션스> 3부작을 잇는 스핀오프작으로,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의 여동생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을 중심으로 7인의 도둑들(!)이 절도극을 선보이는 영화. 극중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다프네 클루거는 세계적인 톱스타로, 1500억 원 가량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고 나오며 그들의 타겟이 되는데 케이퍼 무비답게 빠른 호흡으로 반전의 반전을 선사하며 쾌감을 안겨준다. 톱스타의 새침함 뒤에 숨겨진 은근한 걸크러쉬를 제대로 표현해내며 또 한 번 연기력을 입증해낸 작품.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