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
감독 루퍼트 굴드
출연 르네 젤위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오버 더 레인보우
★★★☆
주디 갤런드에 대한 전기영화. 르네 젤위거의 원맨쇼이기도 하다. 화려함 스타덤 이면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주디>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을 듯. 이 모든 건 자신을 캐릭터에 거의 갈아 넣었다고 할 수 있는 르네 젤위거의 공이다. 젤위거의 연기는 외모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재현하려는 듯하다. 젤위거의, 젤위거에 의한, 젤위거를 위한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끝내 아름다운 별
★★★☆
영화는 주디 갈란드 인생 전체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가 비인간적 시스템 안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시작점과 경력의 가장 내리막의 시기를 대비하며 오가는 방식을 택했다. 원인과 결과처럼 보이기도, 혹은 자유를 빼앗긴 스타가 겪어야 했던 불행의 극한 지점처럼 보이는 측면이 분명 있다. 다만 이 영화는 주디의 고통을 소비하지만은 않는다. 그를 초기 할리우드 시스템의 폭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몸과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와중에도 무대를 사랑했던 엔터테이너, 자녀들을 향한 사랑을 끝내 놓지 않았던 어머니로 묘사한다. 르네 젤위거의 음성과 육체는 주디 갈란드의 재연이라는 과제를 넘어 그 이상의 울림으로 관객을 설득해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을 불러낸 또 다른 전설
★★★
무지개 너머의 행복을 노래했던 도로시, 주디 갈란드(르네 젤위거)는 어느새 생계를 위해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를 스타로 길러낸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깜짝 놀랄 만한 빛을 뿜어내지만 아래에서는 불안과 우울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한다. 그 와중에 마지막 기회처럼 다가온 무대는 주디의 과거를 자꾸만 헤집는다. [주디]에는 클로즈업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주디 갈란드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의 얼굴에 영화가 담고자 하는 모든 것이 떠있다고 말한다. 르네 젤위거는 미성년자와 여성에게 유독 가혹했던 쇼비즈니스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주디의 상처와 영광을 불러낸다. 그런 그에게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주디로 입장해서 르네에 빠져든다
★★★
스타의 삶을 차근차근 밟을 것인가. 가장 화려했던 시기와 그것에 금이 가는 순간에 주목할 것인가. 치열한 예술가적 자화상을 포착할 것인가. 특정 인간 관계를 다룰 것인가… 전기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고, 이에 따라 같은 인물일지라도 다른 주제 의식을 드러내곤 한다. <주디>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스타 커리어가 막 시작될 무렵 주디 갈랜드가 견뎌야 했던 스튜디오의 혹독한 관리 시스템과 전성기가 끝난 후 오른 런던의 마지막 무대를 교차로 뒤섞음으로써 ‘냉정한 쇼 비즈니스 세계’의 이면을 들춘다. 특별할 것 없는 무난한 연출은, 주디 갈랜드의 굴곡진 삶과 그런 주디 갈랜드를 온몸으로 껴안은 르네 젤위거의 호연에 크게 빚지고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별이 된 스타에게 바치는 희망가
★★★☆
<오즈의 마법사>(1939)영원한 도로시주디 갈랜드의 삶을 다룬 전기 음악 영화. 화려해 보였지만 숱하게 내면의 상처를 입었던 아역 배우 시절과 생의 끝을 향하던 1968 런던 공연 기간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많은 것을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을 번복하면서도 가족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주디 갈랜드를 온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92 아카데미 시상식이 여우주연상을 안긴 르네 젤위거의 연기와 노래는 배우가 보여줄 있는 최대치이자 주디 갈랜드에 바치는 최고의 헌사와 같다. 영화에 흐르는 주디 갈랜드의 주옥같은 명곡 중에서오버 레인보우 울림이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주디

감독 루퍼트 굴드

출연 르네 젤위거

개봉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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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도 아닌
감독 아르노 데 팔리에르
출연 아델 하에넬,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녀의 인생을 살다
★★☆
네 명의 여배우가 각 연령대를 맡아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독특한 구성. 시간 역순으로 진행되는데, 촘촘한 구성이기보다는 느슨한 구석들이 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아델 하에넬, <마담 보바리>의 젬마 아터튼 등 강한 개성을 지닌 여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강점. 하지만 몇몇 대목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구석들이 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나 자신으로서 고통의 굴레를 끊기 위해
★★★
특정 나이대마다 조금씩 다른 인격체로 비춰지기도 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입체적 시도. 때문에 <문라이트>의 여성 버전 같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극 중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선택들이 폭력적이기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지점들이 있다. 다만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올 수밖에 없었던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려는 한 여성이 끝내 발휘하고 마는 강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 마지막 장면 하나를 위해 달려가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과거의 조각들이 나를 찾아 올 때
★★★☆
한 인물의 삶을 4개의 챕터(서른 살→스무 살→열세 살→여섯 살)로 역구성한 이 영화의 ‘트릭’이자 ‘메시지’는 전혀 닮지 않은 네 배우가 각기 다른 이름으로 한 인물의 조각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접점을 찾기 힘든 이들 각자의 개성으로 인해 서사는 얼핏 단절돼 보이지만, 각 시기에 흘린 ‘잊고 싶은 기억’의 조각들이 기어코 되살아나 현재의 나를 뒤흔들면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들춘다. 각 구간을 연기하는 네 배우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데, 의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두 명의 ‘아델’이 아니라, 열세 살 키린을 연기한 솔렌 리곳이다. <레옹> 때의 나탈리 포트만을 보는 듯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여성의 이름으로
★★★
안정적인 가정과 직장을 꾸린 젊은 여성에게 과거의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드러나는 고달픈 인생사의 전말. 영화는 주인공 여성의 삶을 시기로 나누고 현재와 특정 시기를 오가는 회상 형식으로 구성해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여러 명의 배우가 인물의 연령대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 드문 방식이 아님에도 시기를 온전히 책임지는 명의 여성 배우들이 개별성과 독립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특이할 만하다. 혹독하고 어두웠던 시절을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면서 과거를 딛고 걸어 나가는 생의 의지가 여성 투쟁의 역사로 읽힌다.

그 누구도 아닌

감독 아르노 데 팔리에르

출연 아델 하에넬, 자릴 라스페르,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니콜라스 뒤보셸, 젬마 아터튼, 솔렌 리곳, 베가 쿠지테크

개봉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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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감독 정승오
출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부장이 뭐기에, 가족이 뭐기에
★★★
한국적이라는 표현은 영화에 가장 걸맞을지 모른다. 아버지의 이장을 위해 모인 가족들은 세대별로, 혹은 상황별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에 직면해있다. 서로 다른 개별적 사안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현실의 맥락과 동떨어진 전통 가부장제의 규율이라는 거대한 고난과 마주한 것이다. 영화는 성별의 입장을 떠나 고난이 모두에게 지우고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가부장제는 존재하는가. 오늘날 가족이란 무엇인가. 장편영화에서 쉽지 않은 주제를 매끄럽게 풀어낸 감독의 솜씨가 인상적이다. 가족의 엉망진창 로드무비인  <미스 리틀 선샤인> 류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유쾌함, 빼어난 앙상블 연기의 힘도 갖춘 영화다.

이장

감독 정승오

출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개봉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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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정원
감독 오키타 슈이치
출연 야마자키 츠토무, 키키 키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 뜰에 가고 싶다
★★★
느릿느릿 움직이는 힐링 영화다. 자신의 자그마한 정원에서 우주를 발견하는 예술가 모리카즈, 그리고 5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반려자 히데코와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렇다 할 스토리는 없지만,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피처럼 정원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디테일한 모습은 잔잔한 스펙터클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의 끝과 모리의 원더랜드
★★★
이게 뭐라고, 이렇게 웃긴가, 싶어 기분 좋게 당황했다. 인물들이 그저 밥만 먹을 뿐인데. 할아버지가 정원을 그저 걸을 뿐인데, 그 사소한 행동에 이상한 인력이 있어 집중해서 지켜보며 미소짓게 된다. 그러니까 상당한 내공의 영화다. 이 내공의 팔 할은 범접하기 힘든 캐릭터에서 나오는데, 30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은 괴짜스러운 모리를 연기한 야마자키 쓰토무의 존재감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2018년 작고한 기키 기린이 내뿜는 온화함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풍경이다. 영화와 마주하는 내내, 머리에서 기분 좋은 바람 소리가 들렸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괴짜 화가의 신비로운 자연 탐구 생활
★★★☆
일본의 저명한 근대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1880~1977) 노년 일상에 초점을 맞춘 영화아흔네 살의 화가 모리와 아내의 소박한 생활을 중심으로 모리의 정원을 드나드는 인물들이 소소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코미디 <남극의 쉐프>(2009) 알려진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모리의 그림처럼 밝고 부드러운 색채와 단순한 형태를 취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여기에 감독 특유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연출이 빛을 발하면서 여느 전기 영화나 힐링 영화와 차별화된 독특한 자연 친화적 영화가 완성됐다대배우 야마자키 츠토무와 키키 키린의 연기를 만나는 기쁨도 크다.

모리의 정원

감독 오키타 슈이치

출연 야마자키 츠토무, 키키 키린

개봉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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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오카다 준이치, 쿠로키 하루, 고마츠 나나, 마츠 다카코, 츠마부키 사토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현혹하다 끝나는
★★☆
보기왕'이라는 악귀를 소재로 인간의 위선을 들춰내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다만 주인공 가족의 이면이 밝혀진 악귀와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는 대목은 원작 소설에서도 약한 고리였다. 고민을 해결할 방안이 채워지지 않은 눈을 현혹하는 과감한 이미지들로만 후반부를 마무리한 인상이 짙다.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대목은 헐겁게 느껴질 것이다. 뜻밖의 장면에서 인물의 정서와 스타일을 엇갈려 매칭하는 감독의 전매특허도 영화에서만큼은 아주 효과적으로 발휘된 같진 않다.  

온다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오카다 준이치, 쿠로키 하루, 고마츠 나나, 마츠 다카코, 츠마부키 사토시

개봉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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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아이스
감독 안네 세비스퀴
출연 발렌 케인, 이네 마리 빌만, 엘다르 스카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피겨 퀸의 인생 역경
★★☆
영화배우이자 피겨스케이팅의 전설로 꼽히는 소냐 헤니의 영화 같은 삶을 다뤘다. 1920~1930년대에 활약한 노르웨이의 피겨 여신이 아이스쇼 무대를 거쳐 할리우드 스타로 성공하는 과정과 화려한 삶에 빠져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소냐 헤니를 연기한 이네 마리 빌만의 연기와 휘황찬란한 아이스쇼 장면, 감각적인 음악이 주목을 끈다. 그럼에도 인물에 감정이입할 여지가 적다보니 소냐의 기복 있는 삶을 시간 가까이 지켜보기가 쉽지 않다.

퀸 오브 아이스

감독 안네 세비스퀴

출연 발렌 케인, 이네 마리 빌만, 엘다르 스카르

개봉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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