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오버 더 레인보우
★★★☆
주디 갤런드에 대한 전기영화. 르네 젤위거의 원맨쇼이기도 하다. 화려함 스타덤 이면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주디>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을 듯. 이 모든 건 자신을 캐릭터에 거의 갈아 넣었다고 할 수 있는 르네 젤위거의 공이다. 젤위거의 연기는 외모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재현하려는 듯하다. 젤위거의, 젤위거에 의한, 젤위거를 위한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끝내 아름다운 별
★★★☆
영화는 주디 갈란드 인생 전체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가 비인간적 시스템 안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시작점과 경력의 가장 내리막의 시기를 대비하며 오가는 방식을 택했다. 원인과 결과처럼 보이기도, 혹은 자유를 빼앗긴 스타가 겪어야 했던 불행의 극한 지점처럼 보이는 측면이 분명 있다. 다만 이 영화는 주디의 고통을 소비하지만은 않는다. 그를 초기 할리우드 시스템의 폭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몸과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와중에도 무대를 사랑했던 엔터테이너, 자녀들을 향한 사랑을 끝내 놓지 않았던 어머니로 묘사한다. 르네 젤위거의 음성과 육체는 주디 갈란드의 재연이라는 과제를 넘어 그 이상의 울림으로 관객을 설득해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을 불러낸 또 다른 전설
★★★
무지개 너머의 행복을 노래했던 도로시, 주디 갈란드(르네 젤위거)는 어느새 생계를 위해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를 스타로 길러낸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깜짝 놀랄 만한 빛을 뿜어내지만 아래에서는 불안과 우울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한다. 그 와중에 마지막 기회처럼 다가온 무대는 주디의 과거를 자꾸만 헤집는다. [주디]에는 클로즈업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주디 갈란드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의 얼굴에 영화가 담고자 하는 모든 것이 떠있다고 말한다. 르네 젤위거는 미성년자와 여성에게 유독 가혹했던 쇼비즈니스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주디의 상처와 영광을 불러낸다. 그런 그에게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주디로 입장해서 르네에 빠져든다
★★★
스타의 삶을 차근차근 밟을 것인가. 가장 화려했던 시기와 그것에 금이 가는 순간에 주목할 것인가. 치열한 예술가적 자화상을 포착할 것인가. 특정 인간 관계를 다룰 것인가… 전기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고, 이에 따라 같은 인물일지라도 다른 주제 의식을 드러내곤 한다. <주디>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스타 커리어가 막 시작될 무렵 주디 갈랜드가 견뎌야 했던 스튜디오의 혹독한 관리 시스템과 전성기가 끝난 후 오른 런던의 마지막 무대를 교차로 뒤섞음으로써 ‘냉정한 쇼 비즈니스 세계’의 이면을 들춘다. 특별할 것 없는 무난한 연출은, 주디 갈랜드의 굴곡진 삶과 그런 주디 갈랜드를 온몸으로 껴안은 르네 젤위거의 호연에 크게 빚지고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별이 된 스타에게 바치는 희망가
★★★☆
<오즈의 마법사>(1939)의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랜드의 삶을 다룬 전기 음악 영화. 화려해 보였지만 숱하게 내면의 상처를 입었던 아역 배우 시절과 생의 끝을 향하던 1968년 런던 공연 기간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많은 것을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을 번복하면서도 가족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주디 갈랜드를 온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여우주연상을 안긴 르네 젤위거의 연기와 노래는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이자 주디 갈랜드에 바치는 최고의 헌사와 같다. 영화에 흐르는 주디 갈랜드의 주옥같은 명곡 중에서 ‘오버 더 레인보우’의 울림이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