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낮은 곳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
박석영 감독의 영화들은 낮고 누추한 곳, 아무도 눈길을 줄 것 같지 않은 곳에서 기어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말하는 듯하다가 끝내 인간이니까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품위를 말한다. 가난하고 슬픈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깊은 애정, 끈기 있는 관찰을 놓치지 않는 연출가의 뚝심을 마주할 때마다 매번 반갑다. 헤어졌던 엄마와 딸의 사연에서 출발해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로, 원을 넓혀 그리듯 주제를 확장하는 힘이 있는 영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용서와 화해, 희망과 위로가 머무르는 곳
★★★
데뷔작 <들꽃>(2014)을 시작으로 <스틸플라워>(2015), <재꽃>(2016)까지 ‘꽃’ 3부작이라는 인상적인 연작을 완성했던 박석영 감독의 신작. 여성이 주인공이고 혹독한 삶을 버티는 인물을 통해 끝끝내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상통한다. 달라진 점이라면 인물들을 시련으로 몰아넣는 대신 한층 여유로운 시선으로 감정의 깊이와 무게를 헤아린다는 거다. 인생에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바람을 꿋꿋하게 맞는 자세와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관계성은 박석영 감독 영화의 태도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정은경, 장선, 김태희, 김준배 네 배우의 진실성 있는 연기 또한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