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한 번쯤 이들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버이날 기념, 친부모님도 아닌데 만나면 엄마...! 아빠...!’ 소리가 자동으로 나올 것만 같은 국민 아버지·어머니 배우들을 모았다. 많은 배우들을 다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은 댓글로 해소해 주시길 바란다.

천호진
국민 아버지타이틀의 대표주자 배우 천호진. 1983MBC 공채 탤런트 17기로 발탁되어 단역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한 천호진은 2000년대에 들어 작품 속에서 아버지 역할을 주로 맡기 시작했다. ‘국민 아버지로 불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KBS2 주말드라마다.

2012<내 딸 서영이>를 시작으로 2015<파랑새의 집>, 2017<황금빛 내 인생>, 현재 방영 중에 있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까지 아버지로 등장해 명연기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상상암(?) 투병 등 막장 전개를 연기력으로 커버하며 호평을 받은 바, 연기 인생 34년 만에 2017KBS 연기대상을 통해 첫 대상을 수상했다.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잖아요....

박인환
1965년 드라마 <긴 귀항 항로>로 데뷔한 박인환. 작년 한 해만 해도 <기묘한 가족>, <왜그래 풍상씨>, <엑시트> 세 작품에서 아버지로 등장해 짠함과 웃음을 선사했다. 서민층의 아버지를 주로 연기하지만, 인자한 아버지상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편. 까다롭고 예민한, 트러블 메이커 아버지 상에 가깝다. 그럼에도 밉기보다는 묘하게 짠함이 풍겨오는 것이 포인트.

정인기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영화드라마에서 아버지를 연기하는 정인기 배우.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따스하고 희생적인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인기 배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통해서다. 길라임(하지원)의 순직한 소방관 아버지 길익선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주목받았다. 이후 <피노키오>에서도 순직한 소방관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다.

최불암
국민 아버지 칭호를 듣는 많은 남성 배우들이 있지만, 그 계보의 원조에는 대배우 최불암이 있다. 연기자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수사반장>, <1공화국> 등 다수의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배우로 등극했다. 

무엇보다 최불암을 국민 아버지의 자리에 앉게 해준 작품은 <전원일기>. 한국 대표 장수 드라마로, 198010월 시작해 200212108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최불암은 배경이 되는 양촌리 김민재 회장 역을 맡아 마을의 중심이자 핵심 인물로 드라마를 오랜 시간 이끌어왔다.

김미경
한없이 따뜻한 얼굴로 딸을 위해 무엇이든지 희생할 것 같은 어머니. 배우 김미경 하면 떠오르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절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연기가 아닌 덤덤한 말투만으로 시청자들을 오열하게 만드는 김미경은 <괜찮아, 사랑이야>, <VIP>, <82년생 김지영>, <하이바이, 마마!>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어머니시어머니로 활약 중이다.

(위) tvN <하이바이, 마마!>
(아래) KBS2 <고백부부>

김해숙
<왕가네 식구들>, <아버지가 이상해>, <세상에서 젱리 예쁜 내 딸> 등 주말드라마를 통해 '국민 엄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배우 김해숙. <도둑들> ‘씹던껌’, <터널> ‘장관등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스크린과는 별개로 브라운관에서는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를 주로 맡아 연기했다.

대개 인자함보다는 집안의 실세이자 억척스럽고 고집이 센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래서인지 권력이나 부를 거머쥔 인물로도 종종 등장하는 편이다. 드라마 말미에는 연기를 살살 해달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몰아치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김갑수와 함께 60년 친구 케미를 소화하며 이전과는 다른 어머니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고두심
작품 활동 초기부터 엄마 역으로 출연해 국민 엄마타이틀이 붙은 배우 고두심. 공중파 방송 3사에서 모두 대상을 받았으며, 연기대상 최다수상자(6)의 영예를 거머쥔 유일무이한 배우다. 출연한 드라마 작품만 해도 76, 영화를 모두 합치면 약 100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필모그래피의 소유자다. 그중 대다수의 작품에서 어머니로 등장해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다.

작년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황용식(강하늘)의 엄마 곽덕순으로 출연해 겉으론 억척스럽지만 속은 따뜻한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현실적인 어머니상’으로 시청자들에게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김혜자 
갓혜자’, ‘국민 마더로 불리는 김혜자는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연기력과 존재감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대체불가한 배우다. 최불암과 함께 <전원일기>로 큰 사랑을 받으며 국민부부에 등극, 이후 <사랑이 뭐길래>, <장미와 콩나물>, <엄마가 뿔났다> 등 대표 드라마들이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974,78,99MBC 연기대상과 2008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엔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 본 극의 엔딩 내레이션을 수상소감으로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맡는 역할들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차분히 감내하는 어머니상에 가까운 편이다. 그러다 자식이나 주변인들에게 촌철살인을 날리기도. 최근엔 기억을 잃어가는 노모를 두 번이나 연기해 오랜 여운을 남겼다. 반대로 자식을 향한 그릇된 모정에 의해 자기파괴적인 어머니로 변모해가는 <마더> 같은 작품들로 어머니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기도 했다.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후배 배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재미로 보는 아버지·어머니상

해외여행 좋아하실 거 같은 아버지상
출처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단명(...)하실 거 같은 아버지상
출처 / MBC <밥상 차리는 남자> 

용돈으로 사딸라 줄 거 같은 아버지상
출처 / KBS2 <아버지가 이상해> 

내 아빠이기보다 나라의 아버지상
출처 / KBS1 <정도전> 

어딘가 비밀이 있을 거 같지만, 알고 보면 한없이 따숩기만 한 어머니상 
출처 / <찬실이는 복도 많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욕 먹을(ㅠㅠ) 어머니상 
출처 / <헬머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크게 말하지 못하고 "아니이..." 구시렁거리기만 할 어머니상
출처 / <정직한 후보>

웃으며 돌직구 날릴 만인의 어머니상
출처 / KBS2<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