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빛 잃은 우리 앨런의 뉴욕
★★☆
뉴욕, 재즈 그리고 수다. 감독의 인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모였음에도 어쩐지 이 모든 것이 촘촘하게 얽히는 대신 따로 서걱거린다. 낭만과 비극 사이에서 서성이는 인물들의 속사정을 예리하게 조명하던 솜씨도 이번 작품에선 흔적을 잃었다.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의 활약은 부분적으로 영화를 반짝이게 만들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들의 활기와 매력이 낡은 문법 안에서 계속 충돌하는 인상이다. 시대 배경을 과거로 돌렸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납득 가능한 이야기가 되거나, 약간의 낭만성을 획득했을지 모른다. 마술과 같은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카메라도 이 안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제는 별맛이 우러나지 않는 재탕
★★☆
우디 앨런 감독은 여전하다. 자신의 취향을 특별하다 여기는 수다스러운 남자가 화자가 되고, 그를 둘러싼 상반된 매력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고통받는 영화감독과 그럴싸한 커리어를 지닌 예술가들 또한 빠지지 않는다. 부유한 부모 덕분에 방만하게 살 수 있는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그의 여자친구 애슐리(엘르 패닝)가 빚어내는 사건은 우스꽝스럽지만 뉴욕이라는 공간의 낭만을 강조하며 감독의 여전한 뉴욕 예찬에 동원된다. 감독의 전작들을 도돌이표처럼 되풀이하는 영화는 젊은 배우들의 활기에도 불구하고 김이 빠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느슨하지만 낭만적인
★★★
우디 앨런의 인장이 가득한, 영락없는, 우디 앨런 영화다. 이 영화를 향한 불평의 가장 큰 부분은 (당연히 우디 앨런의 개인사겠지만, 그것을 빼놓고 보면) ‘자기 복제 같다’에서 오는 것 같다. 그런데 ‘비슷해서 별로’라는 건 20년 전부터 우디 앨런을 공격할 때 거론돼 온 이야기이니, 이것만으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비판하는 건 ‘자기 복제 같은’ 게으른 감상일 것이다. 이 영화의 진짜 약점은 변하지 않는 세계관이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정교함과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이 별다른 노력 없이 봉합되는 우디 앨런식 서사가 처음은 아니나, 이번엔 그것의 정교함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느슨하다. 뉴욕의 낭만과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을 느끼는 게 목적이라면? 하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디 앨런은 뉴욕의 어떤 모습이 매력적이고, 어떻게 담아야 낭만적인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이 안내책 같은 영화이기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로맨틱한 분위기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
우디 앨런 감독이 연출한 다수의 영화들처럼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다. 뉴욕과 재즈 예찬은 여전하고 주인공이 맨해튼 구석구석을 누비는 설정도 흡사하다. 과거를 사랑하는 몽상가의 낭만 찾기는 대표작 <미드 나잇 인 파리>(2011)와 닮은꼴이기도 하다. 우디 앨런이 자주 다뤄온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20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정작 노장인 감독이 동시대 젊음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캐릭터가 힘을 잃는다. 그러다 보니 이전까지 연출력으로 인정받았던 변주 실력은 답습과 반복으로 여겨지고 티모시 샬라메, 엘르 패닝, 셀레나 고메즈 젊은 배우들의 연기만 살아남는다. 비 오는 뉴욕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만큼은 뉴욕 배경 영화를 대표할 정도로 빼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