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풀 메저
감독 토드 로빈슨
출연 세바스찬 스탠, 사무엘 L 잭슨, 크리스토퍼 플러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명예에 관한, 부채의식에 대한
★★★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폭력의 기억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하는가를 우리는 여러 영화에서 확인한 바 있다. <라스트 풀 메저>는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살짝 다르다. 살아남은 게 죄는 아닌데 그것이 종신형이라고 말하는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의 부채 의식을 살피는 동시에, 그들이 공통적으로 소환하고 있는 피츠라는 인물의 뒤를 밟으며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살린 병사의 용기를 국가가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촉구한다. ‘굳이, 지금 베트남 전쟁을?’이라고 묻고도 싶을 텐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국방부 소속 변호사 스콧(세바스찬 스탠)도 초반엔 그랬다. 그러니까, 스콧의 시선을 베트남전을 겪지 않은 세대의 시선. 참전용사들의 사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스콧이 그날의 퍼즐을 맞춰나가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엔 적잖은 울림이 있다. 말했듯, 그의 시선이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잊지 말아야 할 그들
★★★☆
전쟁 영웅을 기억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1966년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최악의 전투로 꼽히는 애블린 작전에 투입되어 60명의 전우를 구하고 전사한 공군 항공구조대원 윌리엄 피첸바거의 명예훈장 추서 실화를 따라가면서 전쟁의 불편한 진실을 돌이켜본다. 전쟁 장면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주기보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진술을 아로새겨 스토리에 힘을 쏟은 탄탄한 전쟁 드라마다. 사무엘 L.잭슨, 크리스토퍼 플러머, 윌리엄 허트, 에드 해리스, 피터 폰다 등 명배우들이 펼치는 혁혁한 연기 또한 명불허전이다.

라스트 풀 메저

감독 토드 로빈슨

출연 세바스찬 스탠, 크리스토퍼 플러머, 윌리엄 허트, 사무엘 L. 잭슨

개봉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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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감독 김진유
출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보리의 세계
★★★☆
장애와 장애인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나는 보리>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바라본다. 이 영화의 중심은 장애가 아니라 가족이며, 그 구성원이 지닌 장애와, 그러한 가족 안에서 성장하는 주인공 소녀를 보여준다. 청각 장애를 지닌 부모와 동생.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보리는 자신이 왜 다른 가족 구성원과 다른지 궁금하고, “소리를 잃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리의 이러한 고민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며, 이 영화가 잔잔하게 전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주문진의 풍광이 잘 어우러진 작품. 진정한 힐링 영화다.

나는보리

감독 김진유

출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허지나

개봉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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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벨에포크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출연 다니엘 오떼유, 기욤 까네, 도리아 릴리에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아름다운 거짓말
★★★☆
당신의 벨에포크는 언제인가. 그 시간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 업체가 있다면? 완벽하게 재연된 세트로 의뢰인을 초대해 시간 여행을 체험하게 해준다는 기본 아이디어도 흥미롭지만, 이를 구체화시키는 방법도 유려하고 매력적이다. 간혹 발생하는 재연배우들의 실수, 세트 밖에서 상황을 코치하는 연출자들의 좌충우돌이 끼어들어 극을 보다 풍부하게 한다. 메타 영화적인 성격을 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 가상의 상황 속에 진실이 녹아든 <시라노 연예조작단> 등과 비교해서 봐도 좋을 듯하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예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 진짜와 가짜, 연기와 진심이 오묘하게 뒤섞여 지금의 나가 잊고 지내던 삶의 가치를 복원한다. 남은 생에 대한 의지까지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사랑도 리마인드가 될까요?
★★★
시간 여행 소재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프랑스 코미디 영화.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년 남성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 추억을 재현해 주는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을 공감 있게 그렸다. 첫사랑과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 삶의 영감을 되살리고픈 주인공, 가짜를 진짜처럼 꾸미는데 열심인 연출자, 두 사람에게 일침을 날리지만 정작 자신의 삶도 엉망인 첫사랑 대역 배우의 시끌벅적한 심리전이 유쾌하게 펼쳐지면서 인생에 대한 고찰을 끌어낸다. 자칫 현실도피극으로 흐를법한 이야기에 균형감을 불어넣고 현실 풍자와 예술의 역할을 재치 있게 버무린 니콜라스 베도스 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가 만족스러운 대리 체험을 제공한다.

카페 벨에포크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출연 도리아 틸리에, 다니엘 오떼유, 화니 아르당, 기욤 까네

개봉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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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감독 니나가와 미카
출연 오구리 슌, 미야자와 리에, 사와지리 에리카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탐미주의로 해석한 인간 다자이 오사무
★★★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기이하고 파격적인 인생을 극화한 작품. 데뷔작 <사쿠란>(2007)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팔로워들: 파트 1>(2020)까지 줄곧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여온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연출을 맡아 천재 작가의 삶과 사랑을 강렬한 색채로 이미지화했다. , 여자, 약물, 자살로 자기파멸에 이르는 예술가의 고뇌와 불안을 심도 있게 표현하면서 아내와 애인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독립적인 존재로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감독의 탐미적인 연출에 오구리 슌, 미야자와 리에, 사와지리 에리카, 니카이도 후미의 다채로운 연기 색깔이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기 영화가 탄생했다.

인간실격

감독 니나가와 미카

출연 오구리 슌, 미야자와 리에, 사와지리 에리카, 니카이도 후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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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홀드 마이 하트
감독 조슈아 레오나드
출연 마리사 토메이, 찰리 플러머, 티모시 올리펀트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가슴을 적시는 가족 드라마
★★★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급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이자 아빠를 잃은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애도의 단계로 나눠 상실감을 극복해나가는 여정을 밀도 있게 구성했다.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에 의존하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엄마와 보호받지 못한 채 성장통의 무게까지 견뎌야 하는 십 대 아들의 갈등과 심리 변화를 세심하게 살핀 연출이 비범하다. 두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마리사 토메이와 찰리 플러머의 출중한 연기, 위로의 역할을 하는 음악과 수려한 자연 풍경이 조화를 이루면서 서서히 고요한 감동을 일으킨다

비홀드 마이 하트

감독 조슈아 레오나드

출연 마리사 토메이, 찰리 플러머, 티모시 올리펀트

개봉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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