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처음 뉴스에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 바이러스가 전세계인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뒤바꿀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곧 다른 유행병처럼 지나갈 거라 예상했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코로나19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발생. 그런데 코로나19와 비슷한 전염병이 창궐할 거라 예측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영국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다.
<이어즈 & 이어즈>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 영국의 라이언가(家)를 비춘다. 동성애자, 장애인, 트랜스 휴먼, 중산층 등 가족이지만 계층부터 소속까지 다양한 곳에 분포되어 있는 이 가족은 영국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정치, 경제, 환경, 사회 등 여러가지 요소가 얽히고설킨 드라마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할 현실적인 미래를 그린다. 오늘은 <이어즈 & 이어즈>가 예측한 미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짚어볼 예정이다. <이어즈 & 이어즈>는 소름돋는 미래예측 드라마가 될까, 아니면 단순히 디스토피아 미래를 그린 SF에 그칠까.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대형 스포일러들이 많습니다.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1.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과 중국으로의 핵무기 발사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영국에는 정치인 비비안 룩(엠마 톰슨)이 인기를 끈다. 비비안 룩은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방송에서 "난 X도 신경 안 씁니다(I don't give a ****)"과 같은 욕설을 비일비재하게 쓴다.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나 국제 이슈에 대해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선을 긋고 '우리 집 앞 쓰레기나 잘 수거됐으면 좋겠다'고 하며 눈앞에 있는 불편함을 꼬집는 데 앞장선다. 대중은 그런 비비안 룩을 보고 신선하게 느끼고 그의 말에 공감하며 점차 그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계 각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트럼프는 중국의 인공섬 훙샤다오(가상의 섬)에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그 과정에서 4만 5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란의 위기가 감돈다. 라이언가 가족 중 급진적 사회운동가 이디스(제시카 하인스)는 피폭당하고 만다.
2.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다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분쟁은 실제로 지난 5년 반 간 1만 3000여 명의 희생자를 냈다. 친러시아 정책을 펼치던 우크라이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물러났고, 새 정권은 반러시아 정책을 펼쳤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 합병을 원했다. 무력 분쟁까지 번진 이 사태는 2019년 12월 9일 '완전하고 포괄적인 휴전'에 두 국가가 합의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이어즈 & 이어즈>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세력을 장악하고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드라마에서 우크라이나는 동성애가 불법이며 그들에겐 핍박을 가하는 곳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동성애자들이 박해받는 장소의 상징으로서 작용한다고 각본가 러셀 T. 데이비스가 말했다.
3. 트랜스 휴먼의 등장
라이언가의 베서니(리디아 웨스트)는 자신을 트랜스젠더로 오해하는 부모에게 자신은 트랜스젠더가 아니며 '트랜스 휴먼'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뇌를 복사해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여 육체를 버리고 디지털이 되기를 꿈꾼다.
부모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트랜스 휴먼이 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후 자신의 손에 22개의 네트워크와 스피커를 이식해 진정한 의미의 핸드+폰을 완성했다.
4. 항생제에 대한 바이러스의 내성
라이언가의 아버지, 빈센트는 자전거 택배원에게 치인 뒤 손에 찰과상을 입었고, 이것이 패혈증으로 이어졌다. 항생제가 세균 감염을 치료하지 못해 그는 이틀 안에 사망하게 된다. 영국의 과학잡지, <New Scientist>에 따르면 <이어즈 & 이어즈>에서 이 사태가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박테리아는 점점 더 많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진화하고 있기에 더 많은 종류의 항생제를 개발해야 함을 주장했다.
5.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직
셀레스트(트니아 밀러)는 금융 전문가로 회계사였다. 그의 남편 역시 금융 전문가였으며 그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영국의 중산층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값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그는 직장을 잃어버리고 만다. LG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과 판매직, 기계조작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일자리에 대부분을 차지했다. 회계사는 대체 확률이 0.957로 자동화 위험이 높은 상위 20대 직업 중 19위를 차지했다.
6. 금융위기와 뱅크런
세계 증시 급락으로 인해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은행이 줄줄이 도산하고, 주인공 스티븐(로키 키니어)은 모든 저축액을 잃게 된다. 마침 집을 팔아 현금을 많이 저축해 둔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집도, 돈도 모두 잃은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만다. 한도치인 8만 5000 파운드만 받고, 나머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전 재산 113만 5000파운드(약 17억 1600만원)를 잃고 말았다.
뱅크런이란 단기간에 예금에 대한 대량 인출요구 사태를 지칭한다. 한국에선 2011년에 부산2저축은행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 결국 2012년 8월 16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7. 전염병 창궐
<이어즈 & 이어즈>에서는 원숭이 독감이 창궐하여 영국에서만 1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보도한다.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예견된 미래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시청자로 하여금 들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0년 5월 19일 기준으로 영국에서만 사망자가 3만 4796명이 발생하여 드라마를 뛰어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푸틴과 시진핑의 장기 집권, BBC 폐쇄, 블랙리스트 연예인의, 난민 추방 등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이 줄줄이 나온다. 내 손으로 만든 지옥 같은 미래를 보여주는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 왓챠플레이에서 단독 플레이 중이다.
김명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