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재개봉. 이 정도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중국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줘도 될 것 같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은 자객들 목에 걸린 현상금을 받고자 진시황과 독대한 한 무명 자객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웅>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건 뛰어난 완성도 덕분도 있겠지만, 90년대 최고 스타인 세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먼저 무명을 연기한 이연걸. 그는 이소룡, 성룡의 뒤를 이어 실전 무술을 겸비한 액션 스타의 계보를 이은 무술가. 청소년 시기에 우슈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그는 1980년 <소림사>로 데뷔했다. 

여러 작품 활동 끝에 그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1991년, 서극 감독의 <황비홍>. 청나라 말기 중국인들의 자존심인 황비홍이란 실존 인물을 연기하며 중국 현지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실제 무술가답게 화려하면서 정확한 액션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우슈 특유의 유려한 몸짓으로 화려하면서 정갈한 액션을 선보인 이연걸은 강력한 타격감에 중점을 둔 이소룡, 무성 영화의 영향을 반영해 코믹함을 살린 성룡과는 차별점을 두는 데 성공했다.

이후 <동방불패>(위), <태극권>, <의천도룡기> (아래) 등 수많은 무협 영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했고

<이연걸의 정무문>(위), <영웅>(1995) 등을 거쳐 <리썰 웨폰 4>(아래)로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할리우드와 중국에서 본연의 액션과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다.

양조위는 흔히 정통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지만, 그 역시 초창기엔 <은행풍운>, <전로정전>, <첩혈가두>(사진) 등 액션이나 누아르 장르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해피 투게더> 등 무게감 있는 영화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를 펼치면서 점차 연기에 중점을 둔 배우로 거듭났다. 

유진위의 <동성서취>처럼 망가지는 연기가 가득한 영화에서도 결코 죽지 않는 그의 눈빛은 

특히 2000년 <화양연화>의 애틋한 로맨스와 만났을 때 빛났다.

이후 대표작이라면 역시 <무간도>. 90년대 최고의 홍콩 스타 유덕화와 양조위의 만남은 역대급 걸작 누아르를 완성시켜 홍콩 영화계의 건재함을 자랑했다.

양조위처럼 왕가위 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 장만옥. 그는 1984년 데뷔 이후 1985년 <폴리스 스토리>에서 아미 역을 맡으면서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1987년 <열혈남아>를 통해 왕가위 감독과 만나면서 <아비정전>(아래), <동사서독>, <화양연화>(위), <2046>까지 꾸준히 호흡을 맞추며 세계적인 배우로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여명과 함께 출연한 1996년 영화 <첨밀밀>의 대성공으로 한층 더 인기가 많아졌다.

2004년 <클린>으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0년 이후로는 연기에서 한 발 물러나 음악 활동과 사회운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만옥이 사실상 연기에서 은퇴하고, 이연걸이 나이를 먹으며 활동을 점차 줄이고 있는 현재, 62년생(양조위), 63년생(이연걸), 64년생(장만옥) 또래 배우들의 만남은 <영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됐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