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대진표는 나오지 않았다. <반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3편의 영화는 개봉 날짜를 못박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결의 구도는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여름 성수기 개봉 영화 리스트가 거의 확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영화산업에 구원 투수가 될 최고의 흥행작은 어떤 영화가 될까. 7~8월에 개봉하는 4편의 영화를 만나보자.


7월 개봉 예정
<반도> VS. <테넷>

<반도>
반도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 이정현

개봉 2020.07.00.

상세보기

원조 맛집?
K-좀비의 열풍은 <부산행>에서 시작됐다. 이후 넷플릭스 <킹덤>을 통해 해외로 퍼져나갔다. 이제 원조가 다시 나선다.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7월 15일 개봉을 예고했다. 미국 등 해외 장르팬들이 <반도>의 개봉을 기다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맛집 골목을 가면 자연스레 원조 식당을 찾게 되는 것처럼 원조 K-좀비의 클래스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부산행>에서 KTX에서 매달린 그 좀비들은 분명 전에 보지 못한 것이었다. 전작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속편의 위험
<부산행>으로 노하우는 쌓였지만 속편을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반도>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세계관은 이어지지만 <반도>에 <부산행>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공유 대신 강동원이 주인공이라는 건 두 영화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스케일만 커진 형태의 여느 블록버스터 속편과는 차별화된다. 그럼에도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와 좀비라는 전작의 매우 명확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도>에도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고편을 보면 정석(강동원)이 (아마도) 서울로 돌아가서 거금이 보관된 트럭을 확보하고 탈출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KTX라는 제한된 공간이 주는 특수성에 비하면 조금은 약해 보이기도 한다.

<테넷> 촬영 현장.
테넷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애런 존슨, 존 데이비드 워싱턴

개봉 2020.07.00.

상세보기

장르는 크리스토퍼 놀란
봉준호라는 장르가 있듯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장르가 있다. 이 장르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영화를 뜻한다.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에는 늘 시간이 중요한 요소였다. <테넷>은 그 시간여행 정확하게는 시간을 돌리는 ‘인버전’(inversion)을 전면에 내세운 첩보물이다. 꽉 짜여진 구조를 통해 관객과 두뇌 게임을 펼치는 놀란 감독의 팬에게 <테넷>은 축복이다.

놀란이 또?
<테넷>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런 까닭에 약점을 지적하기 어렵다. 굳이 약점을 만들어보자. 이건 취향의 영역이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으니 셀 수 없이 많은 취향이 존재한다. 그러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의 입장이 돼보자. 놀란 감독의 팬들이 열광하는 그 지점, 시간을 테마로 한 영화라는 점이 <테넷>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매너리즘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볼 수도 있겠다. 아주 부정적으로 본다면 놀란 감독이 자기복제를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8월 개봉 예정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VS. <강철비 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감독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개봉 2020.08.00.

상세보기
<강철비 2: 정상회담>
강철비2: 정상회담

감독 양우석

출연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개봉 2020.00.00.

상세보기

배우 대 배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출연하는 주연 배우는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이다. <강철비 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 2>)의 주연은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다. 묘하게 구도가 비슷하다. 황정민 대 곽도원, 이정대 대 정우성, 박정민 대 유연석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캐스팅 전력으로만 따지면 두 영화 모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감독 대 감독
야구는 투수 놀음, 영화는 감독 놀음?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말이다. 영화에서 감독이 많은 부분을 결정하지만 감독의 역량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영화의 감독 비교를 해보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감독은 <추격자>, <작전>,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의 등에 각색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오피스>로 연출 데뷔했다. <강철비 2>의 양우석 감독은 천만 영화 <변호인>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이전에는 웹툰작가로 활동했으며 <강철비>는 그의 웹툰 <스틸 레인>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 경력은 홍원찬 감독이 오래 됐다. 굵직한 작품에도 많이 참여했다. 양우석 감독은 영화 경력이 짧지만 이미 흥행성에서는 인정받은 상태다.

스토리 대 스토리
배우, 감독이 아무리 훌륭해도 재미없는 이야기의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받게 마련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강철비 2>의 스토리를 비교해보자. 어느 쪽이 더 끌리는 이야기일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킬러의 이야기다. 황정민이 암살자 인남을 연기한다. 그는 태국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이 자신과 관계된 것을 알게 된 뒤 태국으로 떠난다. 박정민이 연기한 인남의 조력자 유이도 이 여정에 동행한다. 한편, 자신의 형이 인남에게 암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이(이정재)도 복수를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암살자와 추격자의 대결 구도를 취하는 영화다. 공개된 시놉시스만 보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전에 보지 못한 아주 색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예고편에서는 태국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액션과 진한 누아르의 기운이 느끼진다. 장르적인 연출과 액션에 방점이 찍힌다. <강철비 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액션보다는 배우들의 심리전이 도드라질 거로 예상된다. 핵무기를 둘러싼 남과 북, 북과 남, 미국, 일본 등 주변국까지 연계된 치열한 암투 등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드보일드 액션의 호쾌한 맛과 첩보 장르의 심리 드라마의 끈적한 맛 가운데 선택하면 되겠다. 두 영화 모두 남성 관객들의 취향에 더 가까운 이야기라는 눈에 띈다.


7~8월에 개봉하는 4편의 영화를 각각 두 편씩 묶어서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고 배우, 감독, 스토리 측면에서 비교해봤다. 딱 하나 공통점을 꼽아보라면 4편 모두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점이다. 어느 것 하나 단점을 지적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정말 올해 여름은 박터지는 한판 승부가 됐을 거라고 생각된다. 개봉이 연기한 <승리호> <모가디슈> <영웅> 등이 가세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