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침묵을 깨고 나아갈 곳을 응시하다
★★★☆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폭스 뉴스 내에서 오랜 기간 벌어진 권력에 의한 성희롱 사건 폭로는 이후 다양한 분야에 감춰져 있던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연대와 공감을 통해 침묵을 깨고 변화의 시대를 열어젖힌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흥미롭지만 가볍지 않게, 진중하지만 리듬감 있게 담아냈다. 나아갈 곳을 응시하는 그레천(니콜 키드먼), 진실 앞에서 고민하는 메긴(샤를리즈 테론), 야망 앞에서 주저하는 케일라(마고 로비). 각자의 시선이 달리 닿아 이들의 처지와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 엘리베이터 신이 특히 압권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침묵하지 않는 여자들
★★★☆
하비 웨인스타인 성추문 고발이 들불처럼 번지기 1년 전, 세계를 흔든 ‘#Metoo’ 운동의 시발점이 된 실화를 주목한다. 미국 폭스 뉴스의 거대 권력을 무너뜨린 여성들의 선언은 하나의 의지로 수렴된다.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 영화는 실존 인물들을 통해 조직 안팎에서 남성 권력이 어떤 부당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여성의 몸과 커리어를 통제하는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가상 인물을 통해서는 범죄적 요구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복잡한 국면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는 각본, 속도감 넘치는 연출, 매 쇼트마다 감탄을 부르는 배우들의 호연이 조화롭다. 이 영화는 피해자들이 모든 면에서 완전무결하다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 연대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뼈아픈 사실 역시 피하지 않고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암묵적 방관을 향한 일침을 잊지 않는다. 침묵을 선택하는 편이 범죄와 영 무관한 일일 수 없다는 것. 한국의 오늘날과 공명하는 지점들이 다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연대가 필요한 이유
★★★
사회가 방관하고 묵인해 온 비뚤어진 남성 권력이 여성의 사회생활을 어떻게 악용하는가. 폭스뉴스 앵커들이 로저 에일스 회장을 성희롱 혐의로 고발해 물러나게 한 역사적인 소송을 그린다. 최초 내부고발자인 전직 폭스뉴스 앵커 칼슨(니콜 키드먼)을 중심으로 승소의 과정의 손쉽게 그려낼 수 있었을 텐데,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칼슨 외에 한창 상종가를 달리는 앵커 켈리(샤를리즈 테론), 가상의 인물인 신참 케일라(마고 로비)의 삼각 구도를 통해 여성 연대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까지 확대한다. 세 인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극히 드문 설정과 제4의 벽 허물기 등에서 <빅쇼트> 각본가로 유명한 찰스 랜돌프의 흔적이 감지되기도. 소재가 지니는 의미와 시의성과 묵직한 캐스팅에 비해,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세 가지 이야기의 응집력이 그리 강하지 못해 영화적 쾌감은 덜한 편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제대로 터뜨리네
★★★☆
미국을 발칵 뒤집은 언론계 성희롱 고소사건 실화와 쟁쟁한 캐스팅이 전부가 아닌 영화다. 메긴 켈리와 그레천 칼슨, 두 여성 앵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저 에일스 전 폭스 회장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선 이야기를 재구성해 차별과 부당한 대우가 만연한 직장 내 여성 잔혹사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미국 보수 언론의 특수성과 가상 캐릭터들의 상징성, 사건을 둘러싼 실제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촘촘한 극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의 연기는 대결이라기보다 가공할 만한 연대와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