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선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이 포진해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은 법. 어떤 작품을 봐야할지 고민하다가, 혹은 마음에 썩 좋지 않은 작품을 틀었다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씨네플레이 기자들의 ‘MY NETFLIX’를 소개한다. 기자 각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리스트가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성찬얼 기자의 MY NETFLIX

<로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뻔한 것 안 뽑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로마>를 뺄 수도, <로마>에서 넷플릭스를 뺄 수도 없으니까.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가정부를 반영한 자전적인 이야기.  영화는 흑백에, 원주민이 쓰는 언어가 나오며, 스타급 배우도 하나 없다. 영화를 '팔아야' 하는 제작사들은 알폰소 쿠아론의 이름값에도 <로마>를 선택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달랐다. 아마도 그들은 '고작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편견을 벗고 싶었거나, 영화를 '묶어서 파는' 입장을 활용하고 싶었으리라. 설령 넷플릭스가 <로마>를 제작한 이유가 '예술가인 척'하려는 위장이었더라도, 상관없다. 진짜로 위대한 예술 작품 <로마>를 낳았으니까. <로마>는 넷플릭스가 그저 그런 스트리밍 회사가 아니며 때로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포부를 가졌음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아이디가 있으면 와서 문만 두드리라는 선포까지 함께. 말이 길었다. <로마>는 위대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작품 중'에서가 아니라 영화사 전체에서도 위대하다. 횡으로 뻗어 나가는 카메라와 거짓 하나 없는 연기의 배우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로마>를 완성한다. 진정으로 아름답다. 

로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마리나 데 타비라, 얄리차 아파리시오

개봉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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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스페이스>
목소리 출연 올랜 로저스, 코티 갤로웨이, 스티븐 연, 티카 섬프터, 데이비드 테넌트

넷플릭스의 장점은 다양성. 성인 애니메이션 또한 <보잭 홀스맨> <아처> <릭 앤 모티> <투카&버티> 등 다양한 작품이 포진해있다. 그중 추천하는 작품은 <파이널 스페이스>. 우주에서 표류하며 징역을 살고 있는 게리 굿스피드가 귀여운 외계 생명체 '달빵이'를 만나 벌어지는 모험극. 단출하게 말하면 모험극이지만 여기엔 세상 전부를 건 로맨스, 각 캐릭터들이 빚는 코미디, 눈물 없이 보기 힘든 부성애 드라마, 시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물, 심지어 우주의 존속을 건 코즈믹 호러까지 담긴다. 그야말로 SF라면 환장하는, 그렇지만 <릭 앤 모티>보단 순하고 유쾌한 만화를 찾는다면 안성맞춤. 편당 약 20분에 시즌 2까지 진행돼 간단하게 보기에도 딱 좋다. 


이새 기자의 MY NETFLIX

<반쪽의 이야기>
감독 앨리스 우
출연 
레아 루이스, 다니엘 디머, 알렉시스 러미어

비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어딘가 감성적이면서도 풋풋함을 잃지 않은 조금은 특별한 하이틴을 찾는 이들에게 딱 좋은 두 작품을 소개한다.
"사랑이란 완전함에 대한 추구와 갈망에 붙인 이름일 뿐이다"라는 플라톤의 말로 시작하는 <반쪽의 이야기>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성적인 화면으로 그려낸다. 시골 동네 스쿼헤이미시에 사는 엘리 추는 뛰어난 글쓰기 실력으로 다른 학생들의 작문 숙제를 대신해주며 용돈 벌이를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조금은 특별한 대필 의뢰가 들어온다. 바로 연애편지 대필. 체육  특기생으로 글쓰기엔 젬병인 폴이 학교의 최고 인기녀 애스터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 엘리는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돈이 없어 고민하다 결국 고액에 의뢰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연애편지를 주고받다 보니 엘리는 어느덧 자신의 마음도 애스터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반쪽의 이야기>는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조금은 뻔한 소재로 시작하지만 인물의 감정, 관계를 뛰어난 감성으로 담아낸다. 결코 사랑 이야기가 끝이 아닌 <반쪽 이야기>를 보다 보면 가족, 친구,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환경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앞날을 응원하게 된다.

반쪽의 이야기

감독 앨리스 우

출연 레아 루이스, 다니엘 디머, 알렉시스 러미어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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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누비는 쏙독새>
감독 마츠야마 히로아키
출연 
시게오카 다이키, 카미야마 토모히로, 키요하라 카야, 토미타 미우

'사랑받아야 할 것은 외면인가 내면인가'
일본에는 '쏙독새의 별'이라는 동화가 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어딜 가나 무시당하던 쏙독새가 결국 죽음을 택한 순간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도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던 한 학생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이틴이라고 하면 대부분 로맨스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넷플릭스에는 다양한 장르의 하이틴 작품이 존재한다.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도 그런 작품들 중 하나다. 가슴 설레게 하는 로맨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며 풋풋하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절하다. '몸이 바뀐다'는 소재 역시도 고의적으로 몸을 바꿨다는 점, 몸을 바꾸기 위한 과정이 독특하다는 점이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된다. 또한 이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와 왕따, 자살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보고 나면 꽤 오래 여운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일본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 켄 아라이의 음악은 마지막화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1화를 트는 순간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다는 것으로 유명한 이 드라마는 매회 40분 내외의 짧은 분량에 6회 완결로 하루만 투자해도 정주행이 가능한 장점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유은진 기자의 MY NETFLIX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처음부터 명작인 영화는 없다. 촬영 내내 배우들이 피 터지게 싸우기도 하고, 촬영 도중 배급사가 바뀌기도 하며, 편집과 촬영이 동시에 이뤄질 정도로 촉박한 일정을 다투기도 하고, 저작권 때문에 제목을 바꿔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인생에 후진이란 없는, 겁 없는 이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제작 비하인드를 거쳐 만든 네 편의 영화는 이렇게 할리우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로 남았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더티 댄싱> <나 홀로 집에> <고스트버스터즈> <다이 하드>의 쫄깃한 제작 비하인드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와 함께 나이를 먹은 제작진과 배우가 모여 촬영 당시를 회상하고,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의 제작진이 이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던 제작 현장을 조각조각 맞춰나간다. 기획 당시엔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았던 작은 영화가 단계별의 시련을 딛고 세상 밖으로 나와,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통해 제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의 짜릿함. 알찬 정보에 재미와 감동까지 잘 포장된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역시,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


<더 폴리티션>
출연 벤 플랫, 기네스 팰트로, 제시카 랭, 조이 도이치, 루시 보인턴 등.

하이틴 맛집 넷플릭스엔 청소년이 보지 못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도 넘쳐난다. <더 폴리티션> 역시 그 영역에 속해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뼛속까지 정치인인 소년 페이튼 호바트를 중심으로, 학교 회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각종 막장 방법을 동원하는 10대 정치인들의 권모술수를 담았다. ‘고작 학교 회장 선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겠지만,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페이튼에겐 탄탄대로 정치 인생의 첫 단추를 꿰는 매우 중요한 자리. 여기에 사랑이 얽히고, 거짓말이 얽히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얽힌다. 통통 튀는 캐릭터로 개성을 더하고, 미친 속도감으로 몰입감을 더하며, 하이틴 드라마라면 빠질 수 없는 성장 드라마까지 균형감있게 녹여낸 수작.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 명작 미드를 여럿 제작한 라이언 머피가 총괄 프로듀서라는 사실이 믿음을 더한다. 배우들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페이튼을 연기한 토니상 수상자 벤 플랫을 중심으로, 조이 도이치, 루시 보인턴, 로라 드레이퍼스 등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은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가 총출동한 작품. 이에 기네스 팰트로, 제시카 랭, 주디스 라이트 등이 굵직한 조연으로 출연해 안정감을 더한다. 

더 폴리티션

출연 벤 플랫, 기네스 팰트로, 제시카 랭

방송 2019,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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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리티션 시즌2

출연 벤 플랫, 기네스 팰트로, 조이 도이치, 루시 보인턴, 줄리아 슐래퍼

방송 2020,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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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한 편집장의 MY NETFLIX

<미스 아메리카나>
감독 라나 윌슨
출연 테일러 스위프트
 
여성 연예인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순간, 흔한 비난의 말은 우리 덕분에 유명해졌는데 이제는 뭐라도 되는 것처럼 유난을 떤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팬을 거느린 컨트리 뮤직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런 비난이 두려워 13세에 데뷔한 이래 오랫동안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불합리와 차별, 혐오를 견뎌왔다. 그런 그가 그의 삶을 옥죄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보다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미스 아메리카나>는 스스로 이룬 영향력을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하며 용기 있게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맞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현재 목소리를 담았다.

미스 아메리카나

감독 라나 윌슨

출연 테일러 스위프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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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어쩌면 성의 없는 추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감독의 영화고 또 누구나 한마디씩 거들었을 영화니까 말이다. <아이리시맨>은 청부살인업자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의 굴곡진 삶을 통해 194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미국 근현대사의 이면을 그려낸다. 사랑과 믿음 그리고 배신이 얽힌 인생은 서글플 만큼 모순적이지만, 생의 마지막에 닿아갈 때 몰려오는 비애와 후회는 삶에 대한 성찰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자신의 전부를 쏟아 내 화면을 채운 거장의 품격과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연기가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아이리시맨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개봉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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