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의 독주가 금세 힘을 잃은
2016년 6월 마지막 주,
오래된 캐릭터 타잔을 <해리포터> 시리즈 감독이 실사화 한
<레전드 오브 타잔>
여배우의 임신 스캔들을 다룬 유쾌한 코미디
<굿바이 싱글>
안성기와 조진웅의 산중 대결을 그린
<사냥>
세 작품의 경쟁 구도가 그려졌습니다.
뚜렷하게 대박 조짐을 보이는 영화가 없었기에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가 겨우 1위를 지키거나
할리우드 대작인 <레전드 오브 타잔>이 가까스로 1위에 오르는
그림 정도를 예상했죠.
하지만 이번 주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는
<사냥>의 차지가 됐습니다.
확실히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사냥>은 개봉 전까지만 해도
전혀 주목 받지 못한 작품이었거든요.
명실공히 충무로 대세배우 조진웅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시사회가 끝난 이후에
영화에 대한 유의미한 기사가 전무하다시피 했죠.
몇 차례 일반시사 후에도
이렇다 할 반응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저희 씨네플레이 역시 이 영화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사실, 인정합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이주의 다크호스
<사냥>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사냥'이라...
제목만 들으면 어쩐지
"수렵영화인가?"
"<대호> 같은 건가?"
"그래서 뭘 잡는다는 건데?"
하고 중얼거리게 됩니다.
<사냥>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5년 전,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벌어진 산.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 때문에 인적이 드문 그곳에서 금맥이 발견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패한 경찰 동근(조진웅)은 사냥꾼들을 데리고 산에 오른다. 그들이 기뻐하는 사이, 탄광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기성(안성기)이 사고 15주기를 위해 산에 오르다가 그들을 목격하고, 동근의 무리는 그를 뒤쫓는다. 쫓기는 와중에 사고로 죽은 동료의 딸 양순(한예리)이 산에 있음을 안 기성은 그녀를 구하려고 한다.
<사냥>은 수렵영화는커녕,
동물들이 산중을 활보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제목의 '사냥'은
전적으로 등장인물에게 향합니다.
금맥을 몰래 차지하기 위해 작당하는 무리와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산에 오른 중년 남자,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눕니다.
'산'을
<사냥>의 주인공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닙니다.
영화는 적막한 산중에서
동근의 무리와 기성이 서로 뒤쫓는 과정을
끈질기게 늘어놓습니다.
영화 초반의 경찰서 신을 제외하고는
<사냥>의 이야기는
전부 산에서 벌어지죠.
한정된 공간,
단선적인 이야기로 진행되는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돋보입니다.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각자 다른 존재감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조진웅, 안성기, 한예리 등이
기존의 모습과 비슷하거나
전혀 또 다른
이미지를 선보입니다.
<사냥>에서 조진웅은 1인2역을 맡아
동근/명근 형제를 연기합니다.
두 사람 모두 부패한 경찰이죠.
동근을 금을 차지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명근은 그런 형을 위해 총을 가져다줍니다.
한치의 인간미도 없어 보이는 동근은
<끝까지 간다>의 창민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신이 적으로 겨냥한 이는
지구 끝까지 쫓을 기세로 달려드는 것 또한
동근과 창민이 겹쳐 보이는 면모입니다.
안성기가 연기한 기성은
나이든 육체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정들을 쩔쩔매게 만들 만큼
강인한 생존본능을 드러냅니다.
의도치 않게 동근을 마주하게 된 그는
15년 전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난 동료의 딸까지
구출하기 위해 산중을 뛰어다닙니다.
백발이 성성한 외모는 사뭇 다르지만,
부드러운 인성과 무림고수의 기운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아라한 장풍 대작전>(2013)의 자운이 스칩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 외에
더 큰 사연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또한 비슷하죠.
한예리의 양순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순박하고 어리숙한 소녀입니다.
멍 때리며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사냥'의 현장에 흘러 들어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면
양순은 범상치 않은 인물 같습니다.
총을 맞아도 웃으며 벌떡 일어나거나,
한 나무에 양순의 띠가 묶여 있습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도망다니던 양순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상대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척사광처럼
돌변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산과 마찬가지로
'총' 역시 <사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드넓은 산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의지하는 유일한 도구인 총은
영화 내내 굉음을 터트립니다.
<사냥>의 제작자가
<명량>(2014)과 <최종병기 활>(2011)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라는 점은,
발사하는 무기에 대한 애착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충분히 예상가능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혹평 일색입니다.
안성기는 산으로 갔고, 영화도 산으로 갔다.
좋은 배우들.. 감독이 사냥했네^^;;;;
그렇게 총소리가 울려대는데도 잠만 잘 오더라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앞으로 계속 선두를 지킬지는 미지수입니다.
영화의 완성도가 흥행을 보장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재미가 없다'는 평은
흥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만장일치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경우는
전망이 어두운 게 사실입니다.
과연 <사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돌아오는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이 그 대답을 대신해줄 겁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