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크러시: 헤이리> <괴기맨숀> <숏버스 이별행>에 <액션히어로> <모가디슈> <싱크홀>까지. 2021년 여름에만 무려 6편의 개봉작으로 관객을 찾은 배우가 있다. 오래전부터 충무로의 ‘신스틸러’로 얼굴을 알려왔던 배우 김재화다.

<런닝맨> <어쩌다 사장> <골때리는 그녀들> <전지적 참견 시점>까지, 최근 예능까지 섭렵하며 더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선명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녀의 지난 얼굴들을 돌아봤다.

하모니(2009) | 권달녀 역
1999년 연극 무대 위에 서며 연기를 시작한 김재화는 데뷔 10년 만에 매체 연기에 도전하며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이 합창단을 구성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하모니>가 그의 영화 데뷔작. 무뚝뚝하고 공격적이지만 정도는 지키는 권달녀를 연기했다.

코리아(2012) | 덩야령 역
<코리아>는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알린 작품이다.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과 탁구 시합을 벌인 중국팀의 선수 덩야령을 연기했다. 강렬한 이목구비와 눈빛,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인해, 김재화를 실제 중국 배우로 오해한 관객도 적지 않았다. 

롤러코스터(2013) | 김활란 승무원 역
“제가 의삽니다. 누구예요. 어디예요” 비행 재난 코미디 <롤러코스터>를 대표하는 장면은 안과 의사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환자를 찾아와 엉뚱한 곳을 짚으며 그를 진료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단발머리 안과 의사 이지훈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이가 바로 김재화. 그는 톡 쏘는 말투가 인상 깊은 승무원 김활란을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감독 하정우와 연을 맺은 그는 하정우의 또 다른 연출작 <허삼관>에도 출연했다. 

거인(2014) | 영재 모 역
‘최우식의 발견’이라 불리는 영화 <거인>에서도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을 키워주었던 보호시설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영재(최우식)의 위태로움을 조명한 이 영화에서 김재화는 영재는 물론, 영재의 동생까지 그룹시설에 맡기려는 무책임한 어머니를 연기했다. 

소공녀(2017) | 정미 역
살 곳을 지키는 대신 생각과 취향을 지키며 살길 택한 미소(이솜)의 하루살이들을 담은 영화 <소공녀>. 김재화는 미소의 대학 동아리 친구 중 한 명인 정미를 연기한다. 부자 남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는 부로 상징되는 모든 걸 가졌지만 가장 공허해 보이는 캐릭터다. 동정과 자만심을 비집고 피어나는 질투심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미세한 감정들을 포착한 김재화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도어락(2018) | 박 대리 역
주거 침입 스릴러 <도어락>에선 극 전개에 탄력을 더하는 얄미운 캐릭터 박 대리를 연기했다. 경민(공효진)의 직장 상사 박 대리는 특유의 뻔뻔스러움으로 경민의 고객을 뺏어가는 것도 모자라, 범죄에 휘말린 경민을 '살인 용의자'라 표현하며 그를 사회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우상(2018) | 이수련 역
련화의 시아버지 중식(경구)은 실종된 며느리를 찾기 위해 그의 친인척인 수련을 찾는다. 얼굴의 반을 가린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살아있는 닭을 잡으며 련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련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리는 인물 중 하나다. 내레이션으로 련화의 실체를 읊는 장면만으로도 극에 몰입감을 더한 그는 짧은 분량으로 주·조연급 배우들과 맞먹는 강렬함을 선사하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액션히어로(2021) | 차 교수 역
개성 넘치는 신스틸러로 여러 작품에서 활약해왔던 그의 주연작. 우연히 부정입학 협박편지를 발견한 액션영화 꿈나무 주성(이석형)이 악당을 때려잡는 학식액션을 담은 이 작품에서 김재화는 부정입학 이슈의 중심에 선 차교수를 연기했다. 입시비리를 밥 먹듯 저지르는 뻔뻔함, 협박편지를 보낸 범인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격함은 극 전개에 박력을 더한다. 

모가디슈(2021) | 조수진 사무원 역
소말리아 내전이 벌어진 모가디슈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친 남북 대사관 일원들의 탈출기를 담은 영화 <모가디슈>. 김재화는 대한민국 대사관의 사무원 조수진을 연기했다.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정만식과 차진 호흡을 자랑한 건 물론, 밀도 높은 긴장 중간중간 웃을 수밖에 없는 생활 연기로 관객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준 장본인. 

싱크홀(2021) | 301호 아줌마
<싱크홀>에서 역시 김재화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붕괴 직전의 신호가 여럿 포착된 건물의 상태를 무시하고, 집값 하락에만 신경 쓰는 수다쟁이 301호 아줌마를 연기했다.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코미디를 구사하며 관객의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