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색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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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치엔
출연 진백림, 계륜미, 양우림
개봉 2021.08.18.
계륜미가 출연한 <남색대문>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새로 촬영한 영화는 아니다. 오래전에 제작된 영화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스크린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에 대만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대만 청춘 영화의 고전이라 불린다. 20여 년 만에 한국에 상륙한 <남색대문>으로 데뷔한 계륜미에 대해 알아보자.
꾸이런메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혹시나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만 등에서 실제로 계륜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말이다. 편의상 국내에서는 桂綸鎂라는 이름을 한국식으로라고 계륜미라고 부르지만 중국어 발음은 꾸이런메이(Guì Lúnměi)에 가깝다. 위키피디아나 IMDb 등 해외 사이트에서 영문으로 표기할 때는 Gwei Lun-mei라고 쓰기도 한다.
데뷔작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색대문>이 계륜미의 데뷔작이다. 계륜미의 상대 역으로 출연한 진백림 역시 <남색대문>으로 데뷔했다. <남색대문>은 2년 동안 3000여 명의 배우들의 오디션을 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계륜미는 오디션이 아닌 길거리 캐스팅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남색대문>의 이치엔 감독은 “영화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배우를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계륜미는 17살 멍커로우를 연기했다. <남색대문> 개봉 당시 계륜미의 나이는 만 18세였다. 계륜미는 1983년 12월 25일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 말할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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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걸륜
출연 주걸륜, 계륜미, 황추생, 증개현
개봉 2008.01.10. 2015.05.07. 재개봉
스타 등극
계륜미라는 이름을 국내에도 알린 작품이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다. 주걸륜이 연출, 각본, 음악, 주연까지 도맡은 이 작품에서 계륜미는 루샤오위 역을 맡아 대만 청춘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008년 국내에 개봉했다가 2015년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할 정도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작품이다. 그런 까닭에 아직도 계륜미를 말할 때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루샤오위의 모습이 연상된다. 단발머리의 맑고 청순한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도경수를 주연으로 내세워 국내에서 리메이크되고 있다. 계륜미의 역을 맡을 배우는 오디션으로 뽑는다고 알려졌다.

-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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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샤오 야 췐
출연 계륜미, 임진희
개봉 2011.07.07.

- 비스트 스토커 2 - <증인>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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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초현
출연 사정봉, 계륜미, 장가휘
개봉 2010.11.11.
카페 주인과 보스의 애인
<말할 수 없는 비밀> 이후 국내에 소개된 계륜미의 출연작으로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가 있다. 대만에는 2010년, 국내에는 2011년에 개봉했다. 카페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잔잔한 정서를 담은 이 영화에서 계륜미는 두얼이라는 이름의 인물을 연기했다. 두얼은 자신만의 감각을 살려서 문을 연 카페를 근사하게 운영하고 싶은 젊은 여성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비하면 분명 성큼 성장했지만 여전히 맑고 청초한 이미지의 계륜미는 두얼과 꼭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한편, 2010년 계륜미는 <비스트 스토커 2 -<증인> 두 번째 이야기>(이하 <비스트 스토커 2>)라는 작품에도 출연했다. 이 영화는 범죄 드라마 장르이고, 계륜미는 도둑 일당의 보스의 애인 아디를 연기했다. 총을 든 계륜미는?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참고로 <비스트 스토커 2>는 홍콩 누아르의 전통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전한다.

- 용문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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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서극
출연 이연걸, 저우쉰, 천쿤
개봉 2012.03.15.
액션 공주
앞서 소개한 두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와 <비스트 스토커 2>에서 계륜미가 연기한 캐릭터의 온도차가 꽤 느껴진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청순한 이미지의 연장선이고 <비스트 스토커 2>는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국내에 2012년에 개봉한 서극 감독의 무협영화 <용문비갑> 속 계륜미를 기억하는 관객이 있다면 계륜미의 진정한 팬으로 인정해야 한다. 계륜미는 몽골 부족의 공주 소문을 연기했다. <신용문객잔>(1992) 이후 3년이 흐른 시점을 다룬 <용문비갑>은 전통 무협 액션영화로 중화권의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계륜미는 이 영화를 통해 분명 연기의 폭을 넓혔다. 이쯤 되면 청춘스타의 고정 관념은 사라졌다고 봐도 될까.

- 여친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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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양야체
출연 계륜미, 장효전, 봉소악
개봉 2013.02.07.
<여친남친>은 계륜미가 어떤 배우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솔직히 말해 액션 스타보다 여전히 누군가의 첫사랑을 연기하는 쪽이 더 어울렸다. 단순히 잘 어울린다는 것으로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를 청춘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었고, <여친남친>은 계륜미를 대만 로맨스, 멜로영화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서 잠깐. <여친남친>이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한없이 말랑말랑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985년, 대만 남부 카오슝의 고등학교를 다니던 메이바오(계륜미), 리암(장효전), 아론(봉소악)가 어른이 되기까지 30여 년의 시간을 다루는 이 작품은 분명 로맨스 장르지만, 한국과 비슷한 현대사를 관통한 대만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계륜미는 이 영화를 통해 제49회 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백일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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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디아오 이난
출연 리아오판, 왕쉐빙, 계륜미
개봉 미개봉

- 와일드 구스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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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디아오 이난
출연 호가, 계륜미
개봉 2021.00.00.
2013년에 개봉한 <여친남친> 이후 계륜미가 출연한 작품들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못했다. 2013년에 공개된 <성탄 장미>라는 작품으로 계륜미는 다시 한번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양채니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그 이듬해인 2014년에 출연한 <백일염화>를 통해서도 계륜미는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디아오 이난 감독의 이 작품 역시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살짝 시간을 건너뛰어 2019년으로 가보자. 계륜미는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다. 디아오 이난 감독과 다시 만난 작품 <와일드 구스 레이크>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이 영화 역시 범죄물이다. 계륜미의 가장 최근작인 <어 레그>는 로맨스 코미디물이긴 하지만 <여친남친> 이후 7~8년의 시간 동안 그는 꾸준히 연기 생활을 이어갔으며 베를린, 칸영화제 등에 초청되는 작품에 출연했다. 어쩌면 대만 멜로영화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는 과정을 국내 관객들이 놓친 건지도 모른다. <남색대문>의 경우처럼 뒤늦게라도 계륜미의 지난 작품이 소개될 수 있다면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