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명작이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다. SF 영화 명작 반열에 오른 <매트릭스> 시리즈의 신작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지난 9월 9일 최초 예고편을 공개했다. 1999년 영화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킨 <매트릭스>는 2003년 <매트릭스 2 - 리로디드>과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공개하며 삼부작의 막을 내린 바 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신작 제작을 발표하면서 또 한 번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인지, 아니면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시리즈에 다음 타자가 될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9월 9일 공개한 예고편과 함께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어떤 내용을 그릴지 그동안 발표된 이야기와 팬들의 가설을 통해 미리 만나보자.
- 매트릭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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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닐 패트릭 해리스, 제이다 핀켓 스미스
개봉 미개봉
1편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다?
예고편이 공개되기 전, 티저 영상이 공개된 9월 7일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정보가 공개됐다. 요점은 이번 영화가 3편 이후가 아닌 1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란 것이었다. 웬만하면 루머로 취급해도 될 법한 이 한 줄 요약이 신빙성을 얻은 건 워너브러더스의 일본 지사 워너브러더스 재팬을 통해 공식 보도됐기 때문이다. 특히 티저 영상의 형식이 '빨간 약'과 '파란 약' 선택의 기로를 암시했기에 '1편에서 파란 약을 선택한 네오의 미래를 그린다'는 추측까지 이어졌다. 지난 삼부작이 네오의 사망으로 끝맺어졌기에 4편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재등장하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던 이들에겐 특히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 예고편에 따르면 1편의 속편이... 아니다?
그런데 9월 9일, 최초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위의 정보는 순식간에 루머 취급받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예고편 초입,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 중 눈먼 네오의 모습이 비쳤기 때문. 1편에서 이어진 속편이라면, 네오가 (스미스 요원에 감염된) 베인에게 습격을 받아 눈이 먼 건 없는 일이어야 한다. 또한 예고편 곳곳에서 네오가 이전에 과시했던 기술들, 총알을 멈추거나 물리법칙을 초월한 움직임들이 그려졌으니 적어도 1편의 리부트나 재해석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1편의 엔딩에서 매트릭스의 한계를 초월한 네오 정도는 돼야 예고편의 장면들을 납득할 수 있으니까.
=>설마 멀티버스? 꿈?
일부 팬들은 워너브러더스 재팬의 정보와 최초 예고편의 내용을 혼합해 이번 영화가 <매트릭스>의 평행우주를 그리는 게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즉 요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밀고 있는 '멀티버스' 개념이다. 지난 삼부작에서 각성해 인류를 구원한 네오도 실존하고, 이번 영화에서 파란 약을 먹으며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토마스 앤더슨 또한 실존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접근한다면 1편에서 이어지는 속편이자 삼부작을 경유하는 속편이 돼 워너브러더스 재팬의 정보도 옳고, 예고편에서 추측할 수 있는 스토리 또한 모두 병합할 수 있다. 다만 매트릭스 내부야 프로그램이니까 멀티버스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세계에서 육체로 존재하는 인물들, 네오와 트리니티 등은 어떻게 두 가지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팬들의 이론은 바로 이번 4편이 삼부작 이후 기계들의 손에 들어간 네오가 꾸는 꿈이라는 설정. 이번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꿈일지, 멀티버스일지, 아니면 전혀 예상 못 한 새로운 전개일지 개봉날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모피어스는 왜?
4편을 기다린 팬들은 이번 예고편에서 반가움과 낯섦을 모두 느꼈을 것이다. 1~3편의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그 표현은 신작답게 조금씩 다르기 때문. 그리고 아마 출연진에게서도 그런 이중적인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네오' 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 캐리 앤 모스는 그대로지만, 그 두 사람의 기둥과도 같았던 '모피어스' 로렌스 피시번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 그 대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새로운 얼굴로서 이번 작품에 합류했는데, 극중 한 번도 이름이 불린 적이 없으나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선택을 제시하고 네오와 일종의 격투 수련을 펼치는 등 새로운 '모피어스'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동안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모피어스를 연기한다는 건 추측에 불과했다. 과거 로렌스 피시번이 인터뷰 도중 "다른 사람에게 (모피어스를) 맡긴 것을 이해한다"고 언급했었기에 분명 모피어스가 등장할 것은 확실시됐고, 예고편에서 풍긴 분위기로는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모피어스가 아니라면 더 이상할 정도니까. 그리고 마침내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본인이 인스타그램에 스틸컷을 올리며 '모피어스'라고 써 모피어스 역이 맞다는 걸 공식화했다.
그렇다면 라나 워쇼스키는 새로운 모피어스를 선발했을까.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많은 이들은 <매트릭스> 삼부작 이후 스토리를 다룬 온라인 게임 <매트릭스 온라인>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해당 게임에서 모피어스는 기계 측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기 때문. 앞서 말한 대로 1편의 새로운 해석이든 <매트릭스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든 모피어스를 반드시 로렌스 피시번이 맡아야 할 당위성은 없긴 하다.
사티? 오라클?
새로운 얼굴이 많은 <매트릭스: 리저렉션> 예고편에서 야히아 압둘 마틴 2세와 함께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프리앙카 초프라다. '미스 월드' 출신 배우로 대개 외모나 몸매가 부각된 그동안의 작품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캐릭터의 이지적인 면모를 드러낸 그. 그의 캐릭터가 갑자기 확 눈길을 끈 이유는 그가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 발표된 바 없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3편에 등장했던 사티다' 혹은 '삼부작에서 사망한 오라클의 새로운 버전이다' 혹은 그 둘 다 합친 '사티가 성장해 오라클로 거듭났다' 같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분명 <매트릭스> 삼부작은 꽤 다양한 인종이 등장했음에도 인상적인 인도계 캐릭터는 사티 뿐이었으니, 프리앙카 초프라가 진짜 사티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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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개봉 1999.05.15. 2019.09.25. 재개봉

-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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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제이다 핀켓 스미스, 글로리아 포스터, 해롤드 페리뉴, 모니카 벨루치, 해리 레닉스, 램버트 윌슨, 랜달 덕 김
개봉 2003.05.23.

-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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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제이다 핀켓 스미스, 마리 앨리스, 해롤드 페리뉴, 모니카 벨루치, 해리 레닉스, 램버트 윌슨
개봉 2003.11.05.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