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니 올해도 연초부터 열일이다. 1986년 데뷔한 이래 꾸준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배우 김혜수. 그간 출연한 작품 수만 70여 편에 달하며 출연 작품의 장르와 캐릭터도 다양해, 그녀가 신작을 들고나올 때마다 대중들은 뜨거운 관심을 가진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으로, 제목 그대로 소년범죄와 소년범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김혜수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을 연기한다.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보며, 데뷔 초 그녀의 10대 시절 풋풋한 얼굴부터 1970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미 가득한 최근의 얼굴까지! 출연작들과 함께 그녀의 미모를 10년 단위로 훑어보았다.

1980년대

영화 <깜보>(1986)
이미 10대 시절 완성형 미모를 자랑하던 그녀는 1985년 초콜릿 음료 광고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입문한다. 그리고 이 광고를 본 이황림 감독은 그녀를 자신의 작품 <깜보>에 캐스팅하고, 그렇게 김혜수는 16살의 나이에 스크린 데뷔까지 하게 된다. 김혜수는 이 작품을 통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영화 <그 마지막 겨울>(1988)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녀는 같은해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 2>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김수현 작가의 <마지막 겨울>을 리메이크한 영화 <그 마지막 겨울>, <어른들은 몰라요> 등에 출연하며 바쁜 시기를 보냈다.

드라마 <순심이>(1988)
특이한 점은 1980년대 당시 그녀는 1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작품들 속에서 줄곧 성인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순심이가 20살부터 32살까지 12년간 겪은 삶을 조명하는데, 당시 고3이었던 김혜수는 30대 연기까지 해내며 10대 시절 성인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1990년대

드라마 <꽃 피고 새 울면>(1990)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그녀는 1990년도에만 무려 4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 <꽃 피고 새 울면>에서는 상대 배우 노주현과 부부 연기를 했는데, 두 사람의 실제 나이 차이는 무려 26살. 당시의 그녀는 비단 외모만 성숙했던 것이 아니라 연기력 또한 또래 배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출중했다. 

영화 <첫사랑>(1993)
2012년 수지가 있기 전에 1993년 김혜수가 있었다. 그녀는 영화 <첫사랑>을 통해 첫사랑의 대명사로 떠올랐고,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당시 그녀의 나이 24세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현재까지 1998년 단 한 해만 제외하고 28년째 청룡영화상의 MC를 맡으며, '청룡의 여신'으로 불리고 있다. 

드라마 <짝>(1994)
'첫사랑'으로 이름을 날린 그 이듬해 그녀는 아침 드라마를 선택했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짝>이 바로 그것. 그리고 그녀는 이 작품으로 첫 연기대상을 수상한다. 다소 촌스러운 화장도 미모로 다 이겨버리는 그녀. 당시 나이 27살이었다. 

영화 <찜>(1998)
이후 그녀는 1995년 영화 <닥터봉>으로 또 한 번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찜>, <닥터 K>, <사랑과 결혼>, <연애의 기초>, <곰탕>, <복수혈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쉴 틈 없이 누볐다. 그뿐만 아니라 1998년 토크쇼 <김혜수 플러스유>의 진행자로 발탁되며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도 잘하고 예능감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국희>(1999)
1990년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작품은 드라마 <국희>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국희의 창업기를 그린 작품으로,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었고 김혜수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했다. 이처럼 1990년대의 김혜수는 다방면에서 활동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스크린보다 브라운관에서의 성적이 더 좋았던, 영화배우보다는 안방극장에서 잘나가는 배우로 유명했다. 

2000년대

드라마 <장희빈>(2002)
30대가 된 그녀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통과의례처럼 꼭 한 번씩 거쳐 간다는 장희빈을 연기했다. 1년의 기간 동안 무려 100부작으로 편성된 작품이었고, 긴말이 필요 없는 연기력으로 연기 대상을 품에 안았다.

영화 <얼굴 없는 미녀>(2004)
드라마에서 그녀의 입지는 공고했으나 스크린에서 티켓파워는 다소 아쉬웠고, 이전까지는 남자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에 서브 주연이나 조연급으로 출연해왔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얼굴 없는 미녀>, <분홍신> 등을 통해 작품성에서 호평을 받는 작품들에 출연해 원톱으로 나서며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영화 <타짜>(2006)
명실상부 김혜수의 대표 캐릭터인 <타짜>의 정마담.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마담의 명대사와 명장면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인기스타상을 수상했고, 이를 기점으로 김혜수만의 독보적인 연기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
스틸컷만 봐도 놀라운 김혜수의 본 적 없던 얼굴. 바로 이전해 <타짜>에서 고혹함과 우아함을 마음껏 뽐내던 그녀는 <좋지 아니한가>에서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콩가루 집안의 백수 이모를 연기한다. 어떤 역할이든 무섭게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밥풀이 온 얼굴에 튀어도 예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영화 <모던보이>(2008)
이후 그녀는 영화 <열한번째 엄마>, <모던 보이>, 드라마 <스타일> 등에 출연하며 2000년대의 마지막도 여느 때처럼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보냈다. 흥행 성적과 드라마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다.

2010년대

영화 <도둑들>(2012)
2000년대 그녀의 대표작이 <타짜>라면, 2010년대의 대표작은 단연 <도둑들>이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한국형 케이퍼 무비 <도둑들>에서 그녀는 매력 넘치는 금고털이범 팹시를 연기했고, 영화는 크게 흥행해 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영화 <관상>(2013)
이듬해 출연한 영화 <관상>도 거의 천만 관객에 가까운 9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극중 그녀는 기생 연홍을 연기하며 크지 않은 역할임에도 출연하는 장면마다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직장의 신>(2013)
같은 해이긴 하지만 시기상으로 따지면 <관상>보다 <직장의 신>이 앞서 방영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줄곧 영화만 출연했던 그녀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작품이다. 계약직 미스 김 역할을 맡아 그동안 본 적 없던 코미디 연기를 해내며, 10년 만에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영화 <차이나타운>(2015)
또 한 번 생각지도 못한 얼굴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자체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여배우 중심의 누아르 영화였다. 극중 그녀는 인천 차이나타운 조직의 보스인 엄마를 연기하며, 거칠어진 피부와 머리, 몸매 등 모든 요소가 기존 김혜수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녀의 연기력은 무척이나 빛났던 작품.

드라마 <시그널>(2016)
2010년대 두 번째 드라마 출연작이다.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쓴 작품으로 김혜수는 드라마의 작품성을 보고 출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극중 베테랑 형사를 연기하며 40대 중년 시절과 20대 초년생 시절을 둘 다 소화해냈고,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2016)
이듬해 들고 온 작품 속 캐릭터는 또 한 번 전작들과 정반대의 얼굴을 가진 것이었다. 근 몇 년간 다소 센 캐릭터들만 연기해 온 그녀는 코미디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철없는 톱여배우를 연기했고, 오랜만에 상큼 발랄 톡톡 튀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영화 <미옥>(2017)
백금발이 이토록 잘 어울릴 일인가. 여성 누아르 영화에 출연해 범죄조직의 언더보스를 연기하며 또 한 번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그녀. 캐릭터의 파격성과 별개로 영화는 혹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출연하며 2010년대를 마무리했다. 

2020년대

드라마 <하이에나>(2020)
2020년대를 연 첫 작품은 드라마였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를 연기하며, 극중 시종 시크하고 트렌디한 패션을 선보였다. 여전히 빛을 발하는 미모를 자랑한 이 작품은 그녀가 SNS를 시작하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캐릭터이기도.

드라마 <소년심판>(2022)
2020년 11월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 이후 1년여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정은과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한데,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며 마주하는 소년범죄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는다. 단호하고도 싸늘한 판사의 옷을 입은 김혜수의 인생 캐릭터 갱신이 기대되는 작품. 

나우무비 에디터 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