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캐릭터의 옷을 입으며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배우의 업이라지만, 종종 충격적일 정도로(!) 파격 변신을 도전하는 배우들이 있다. 국내 배우 한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평소 작품들 속 이미지와는 달리 파격적으로 변신에 성공한 배우들을 모아봤다.


<내과 박원장> 이서진

중후한 멋을 겸비한 젠틀함의 대명사 이서진. 평소 작품 속에서도 깔끔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를 고수해왔던 그가 대머리 박원장으로 변신했다.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이다.연기 인생 처음으로 코미디에 도전했다 그는 처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게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다. 매회 민머리, 파마 머리, 레이스 원피스에 양 갈래 머리까지. 어딘지 짠하기까지 한 그의 변신에 많은 시청자들이 호평을 보내고 있다고. 이서진은 처음 분장을 한 날 스태프 분들이 다 웃었다. 민머리를 촬영하는 날에는 현장 모두가 환호했다라며 리액션을 보고 분장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언급했다.

(왼쪽부터) <완벽한 타인>, <내과 박원장> 속 이서진

<스윙키즈> 도경수

<과속스캔들>, <써니>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2018년 작 <스윙키즈>. 1951년 한국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모여 댄스단을 만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댄스단을 이루는 4명의 인물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로기수 역을 맡은 도경수다. 아이돌 그룹 엑소로 데뷔해 가수 활동을 이어온 그는 <스윙키즈> 위해 삭발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현직 아이돌이었기에 그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터. 도경수는 “(삭발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막상 삭발을 해보니 씻을 때도 편하고 준비할 때도 편했다. 자고 일어나도 바로 갈 수 있어서 편했다라고 밝혔다. 촬영 당시 있었던 엑소 공연에서도 삭발로 참석했어야 했다고. 그 외에도 작품을 위해 북한 말을 배우고 약 6개월간 체계적인 탭댄스를 배우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한끝에 로기수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형>, <스윙키즈> 속 도경수
스윙키즈

감독 강형철

출연 도경수, 자레드 그라임스, 박혜수, 오정세, 김민호

개봉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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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이제훈
 
이제훈이 다채로운 배우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에겐 <파수꾼>, <고지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처럼 예민함이 서려 있는 얼굴도 있는 한편, <건축학개론>, <아이 캔 스피크>와 같이 순수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표정들도 들어있다. 그중에서도 이제훈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인상 깊었던 작품을 하나 선정하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박열>을 고르고 싶다. 실제 1920년대 일본 열도를 흔들었던 조선 청년 박열을 주인공으로 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 <박열>에서 이제훈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얼굴을 선보였다. 사방으로 지저분하게 뻗친 머리, 낯선 수염, 거친 피부에서 그간의 멀끔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훈은 테스트 촬영 때 나를 못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았다라며 내가 이런 모습을 해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 역시 촬영장에서 알아보지 못했다고. 그는 누가 앞에서 걷는데 이제훈이었다. 내가 내 작품의 주연배우 얼굴을 못 알아봤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아이 캔 스피크>, <박열> 속 이제훈
박열

감독 이준익

출연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개봉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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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한지민

<미쓰백> 속 한지민의 모습은 낯설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평소 미디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한지민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겨울 뿐인 백상아 그 자체다. 삶의 고단함이 여실히 드러난 얼굴을 하고 자신을 지키기 바빴던 상아가 학대받고 있던 어린아이 지은(김시아) 만나기 시작하면서 한지민은 배우로서 진가를 드러내 보였다. 사실 외적으로 한지민의 변신이 있었던 건 <미쓰백> 처음이 아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서 한객주 역으로 섹시함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배우로서 파격적인 변신을 이뤄낸 건 <미쓰백>이다.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평단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도전과 연기력에 극찬을 받으며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왼쪽부터) <해피 뉴 이어>, <미쓰백> 속 한지민
미쓰백

감독 이지원

출연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개봉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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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정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2020년 영화계. 구원 투수처럼 등장했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 총관객 수 435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런 <다만악> 흥행의 중심에는 영화의 히든카드 박정민이 있었다. 출연자로 크레딧에 이름은 올렸지만, 개봉 전날까지 그 어떤 정보조차 존재하지 않아 많은 영화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박정민. 그는 트랜스젠더 유이 역을 맡아 역대급 변신에 성공했다. 박정민은 등장과 동시에 제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며 극의 분위기를 단번에 환기시키는 역할로서 <다만악> 또 다른 중심이었다. 실제로 유이 역을 준비하며 직접 가발과 화장품을 구매해 집에서 분장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고. 박정민은 재미를 완전히 버려둔 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분들을 배려하려 노력했지만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미안했다라며 역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정민은 <다만악> 유이 역으로 제41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사바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박정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감독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박소이

개봉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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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김도윤
 
지난해 하반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을 원작으로 제작한 동명의 웹툰이 실사화된 작품이다. 세상에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로 혼돈에 빠진 세상. 이틈을 타 부흥한 종교 단체 새진리회 죽는 날을 받아 놓고 불안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물마다 몰입감 높은 연기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배우가 있다. 바로 새진리회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화살촉의 리더 이동욱을 연기한 김도윤이다. <곡성>의 양이삼 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반도>에 이어 <지옥>을 통해 연상호 감독과 두 번이나 합을 맞췄다. 특히 <지옥>에서는 불쾌감을 줄 정도로 광기에 휩싸인 강렬한 인상의 인터넷 BJ 역을 소화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았다. 김도윤은 분장팀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테스트 분장도 여러 번 했다 “촬영 날 감독님이 분장실로 찾아오셔서 직접 페인팅을 하셨다. 그렇게 지금의 얼굴이 완성됐다. 감독님이랑 저랑 한동안 웃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왼쪽부터) <곡성>, <반도> 속 김도윤

<시동> 마동석
 
<이터널스>에 출연하며 국내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마동석. 사랑스러운 마블리라는 별명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의 이미지는 꽤 한정적인 편이었다. 마동석의 이름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다부진 근육들 때문이었을까. 대개 마동석은 거칠고 센 이미지의 캐릭터를 위주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그의 색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 <시동>.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코미디 영화 <시동>에서 마동석은 단발머리에 핑크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주방장 거석이형으로 출연해 트와이스 춤을 추는 등 큰 웃음을 선사했다. 남다른 포스의 원천지? 그가 새롭게 시도한 단발머리다. 포토샵으로 가발을 씌우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마동석 배우의 두상에 맞는 사이즈로 두 달에 걸쳐 특수 제작했다고. 함께 출연한 정해인은 가발을 쓴 마동석을 보고 사실 우스꽝스럽기보다는 무서웠다 회상했다.

(왼쪽부터) <악인전>, <시동> 속 마동석
시동

감독 최정열

출연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최성은

개봉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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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문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