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의 주인공이 대세인 시대다.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웃긴 장면은 인터넷 어딘가의 놀라운 창작자를 만나 영원히 남을 밈, 짤로 재탄생한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몇몇의 배우들도 자신의 대표작만큼이나 인상 깊은 밈, 짤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배우들의 짤이 더 늘어나는 추세. 쿠팡플레이에서 방영 중인 <SNL 코리아>는 호스트로 출연하는 배우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명장면을 생성해내고 있다. 배우들의 뒤를 영원히 따라다닐 그들의 짤들을 나열해 봤다. 이 이미지들이 일상에서의 대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정재영 택배 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짤부터 만나보자. 정재영이 환한 미소로 달려가는 한 장면을 담은 이 사진엔 택배 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택배를 받으러 나가는 우리들의 상기된 표정 그 자체이기 때문. 이 장면은 정재영, 유준상, 수애 주연의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에 등장한다. 서른여덟이 되도록 여자와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쑥맥 노총각 만택(정재영)과 그의 친구 희철(유준상)이 결혼을 위해 맞선을 보러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영화의 공식 스틸컷이다. 기쁨과 반가움이 가득한 생동감 넘치는 스틸 이미지가 영원히 남을 짤이 될지, 영화 개봉 당시엔 아무도 몰랐을 거다.


권상우 소라게 짤

권상우의 소라게 짤은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슬픈 연가>에서 탄생했다. 다른 이성과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던 옛 연인 혜인(김희선)을 목격한 준영(권상우). 그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쓰고 있던 모자의 챙을 눌러 모자로 얼굴을 덮어버린다. 누리꾼들은 이 장면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소라게의 모습을 발견했다. 슬픔을 애써 감추려는 남자 주인공의 애절한 장면은 그렇게 소라게 짤이 됐다. 2020년 권상우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당 장면을 다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그가 털어놓은 비하인드에 따르면, 해당 장면은 권상우의 애드리브였다고. 권상우는 "모자를 내리면서 눈이 가려질 때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면 괜찮겠다 싶어서 시도한 연기였고, 현장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병헌 병모닝 짤

군대에서의 아침 점호와 팔 동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병모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짤은 일본 팬미팅 현장에서 탄생했다.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완벽한 대칭의 입꼬리를 자랑하는 그의 미소에 집중한 이들은 건치 댄스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병헌은 꽤 개그 욕심이 많아 보인다. 그가 남긴 짤은 수없이 많지만, 병모닝은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업로드됐다. 이병헌의 아내 이민정은 당사자가 업로드한 짤 아래 그만해ㅋㅋㅋ”라는 댓글을 남겼다. 하나만 꼽기 아쉬워 이병헌의 짤들을 아래로 나열해 본다.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탄생한 아, 안돼!” 짤도 병모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다.


김혜수 죽겠어요 짤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 ‘죽겠다’는 말을 자주 쓴다. 김혜수의 ‘죽겠어요’ 짤은 ‘죽겠다’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정도로 인상적이다. 허공을 향해 치켜뜬 눈, 땀에 젖은 앞머리에 힘이 쭉 풀린 듯 벽에 온몸을 지탱하고 무릎 위로 두 손을 얹은 모습. 김혜수의 죽겠어요 짤은 영화 <모던보이> 캐릭터 영상 속 한 장면이다.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모던보이>에서 김혜수는 댄서가 직업인 독립운동가 조난실을 연기했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춤 연습을 하다 지쳐 벽에 기대앉은 김혜수의 모습. 유래를 알고 보니 짤 속 그녀가 한없이 멋있어 보인다.


전광렬 웃픔짤

전광렬은 짤 장인이라 불릴 만하다. 그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레전드 짤을 남겼다. 그가 남긴 짤이 유독 많은 건, 한 얼굴에 다양한 감정을 녹여내는 탁월한 연기 덕분일 터다. 기쁨과 슬픔이 반반 섞인 오묘한 표정이 압권인 이 짤은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마지막 회의 한 장면이다.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후회의 눈물을 쏟는 이 장면은 전광렬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젊은 층에겐 짤을 통해 인기를 얻은 그는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 출연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짤을 생성해내는 유쾌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송강호 사라지기 짤

송강호를 대표하는 여러 이미지들이 있지만, 짤 좀 아는 이들이라면 그의 사라지기 기술을 단번에 떠올렸을 것. 송강호는 2019년 디렛터스컷 시상식에서 남자 배우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그는 비대면으로 참석해 수상 소감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술상의 문제로, 그는 인사 한마디만 남긴 채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예술적인(?) 모습으로 퇴장했다. 당시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고, 사회를 보던 장항준, 봉만대 감독은 "세계적으로 남을 만한 수상 소감"이라는 재치 있는 멘트로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성동일 퇴근길 짤

영혼이 털린 눈빛으로 입을 살짝 벌린 채 털레털레 힘없이 걷는 성동일의 모습을 담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 속 장면은 대한민국 사회인들의 무한한 공감을 얻어 '퇴근길 짤'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해당 장면은 고문을 받고 죽음의 문턱에 섰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해 궁 밖으로 나온 장현(성동일)의 모습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성동일과 짤을 떠올리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추노> 등을 떠올릴 것. 성동일 역시 한 개의 짤로만 소개할 수 없는, 짤 다량 보유자다.


조승우 사회생활 짤

조승우의 풋풋하고 귀여웠던 20대 초반 시절을 담은 그의 '낚시 짤'은 너무 유명해졌다.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짤에 담긴 스토리까지 클래식한 건, 아무래도 '사회생활 짤'이다. <내부자들> 속 우장훈의 두 표정을 캡처해 자본주의 미소, 그와 정 반대인 내면의 진심 어린 표정을 동시에 담아낸 이 짤은 여러 배우들에게도 응용되어 다양한 버전의 사회생활 짤을 탄생시켰다.


허성태 코카인 댄스 짤

짤의 신흥 강자가 나타났다. <SNL 코리아>에 출연한 허성태는 유튜버 허블리로 변신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각종 밈을 재현했다. 그중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건 코카인 댄스. 맨몸의 상체에 셔츠 혹은 재킷만 걸친 채 웨이브와 함께 손끝으로 제 몸을 쓸어내리던 허성태의 모습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 코카인 댄스 외 룩북, 먹방 등 여러 밈을 한 데 담은 허블리 TV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298만 뷰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례적으로 그의 코카인 댄스는 1시간 분량으로 편집돼 게시되기도 했는데, 이 영상의 조회 수만 무려 90만 뷰다.


나우무비 에디터 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