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신작 2편을 함께 한 이 배우

<나이트메어 앨리>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2월. 시네필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킬 두 명의 감독이 극장가를 찾았다. <나이트메어 앨리>의 기예르모 델 토로와 <리코리쉬 피자>의 폴 토마스 앤더슨이다. 그런데 이 두 감독의 신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나이트메어 앨리> 주연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다. 그는 <나이트메어 앨리>에서 유랑극단에 합류한 떠돌이였으나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기술로 욕망에 잠식된 스탠턴 역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동시에 <리코리쉬 피자>에선 실존 인물이었던 제작자 존 피터스로 출연해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성공한 배우이자 주목받는 감독, 제작자인 브래들리 쿠퍼의 대표 캐릭터와 다양한 트리비아를 정리했다.

나이트메어 앨리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리차드 젠킨스, 루니 마라, 론 펄먼, 메리 스틴버겐, 데이빗 스트라탄

개봉 2022.02.23.

리코리쉬 피자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만

개봉 2022.02.16.

<더 행오버>

<더 행오버> │ 필 웬넥 역

1999년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데뷔한 브래들리 쿠퍼는 10년간 20여 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조연 배우에 불과했다. 무명에 가까운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그를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게 해 준 작품이 바로 <더 행오버>다. 영화는 결혼을 앞둔 친구의 총각파티에 참석한 세 남자가 과음으로 인해 전날 밤의 기억을 잃고 눈을 뜨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B급 코미디. 브래들리 쿠퍼는 학교 선생님인 필 웬넥 역으로 출연해 잘생긴 외모로 두각을 드러냈다. 필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셋 중에 가장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로, 섹시한 매력이 더해져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캐릭터. 토드 필립스 감독과의 인연이 이 작품을 통해 시작됐으며, <더 행오버>는 제작비 대비 8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 이후 시리즈로 제작됐다.

<더 행오버>

더 행오버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브래들리 쿠퍼, 에드 헬름스,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헤더 그레이엄, 마이크 엡스, 저스틴 바사, 제프리 탬버

개봉 2009.06.05.

<A-특공대>

<A-특공대>│멋쟁이 역

브래들리 쿠퍼에게 섹시한 남자 배우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해 준 영화 <A-특공대>. 1983년부터 86년까지 방영된 동명의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리암 니슨, 패트릭 윌슨 등이 출연했다. 브래들리 쿠퍼는 코드네임 ‘페이스’를 담당한 펙 중위 역으로 국내에선 ‘멋쟁이’로 번역됐다. 첫 등장부터 마피아의 와이프와 바람난 사실이 들켜 위험에 처하는 만큼, 여성들을 매혹하는 기술이 뛰어난 캐릭터다. 전투보다는 스파이에 능한 편. 마초적이면서도 능글맞은 브래들리 쿠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A-특공대

감독 조 카나한

출연 리암 니슨, 브래들리 쿠퍼, 제시카 비엘, 퀸튼 잭슨, 샬토 코플리, 패트릭 윌슨

개봉 2010.06.10.

<리미트리스>

<리미트리스>│에디 모라 역

알약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한 알만 먹어도 뇌의 기능을 100%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약 ‘NZT’를 얻게 되면서 인생이 뒤바뀌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리미트리스>. 브래들리 쿠퍼는 무능력한 작가였으나 알약으로 인해 막대한 부를 얻게 되는 에디를 연기했다. 최상류 층이 된 남자의 부도덕한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국내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그의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소소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브래들리 쿠퍼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드라마 <리미트리스>에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직접 조연으로도 등장해 영화와 드라마의 세계관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소화했다.

리미트리스

감독 닐 버거

출연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애비 코니쉬

개봉 2012.07.12.

리미트리스

출연 제이크 맥더맨, 제니퍼 카펜터, 메리 엘리자베스 매스트란토니오, 힐 하퍼

방송 2015, 미국 CBS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

<실버라이닝 플레이북>│펫 솔리타노 역
<아메리칸 허슬>│리치 디마소 역

브래들리 쿠퍼에게 아카데미의 길이 열린 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을 만나고서부터다. 그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통해 첫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의 쾌거를 이뤘다. 아내의 외도로 인해 감정 통제에 문제가 생겨 정신병원에 8개월간 치료를 받고 나온 남자 팻을 연기했다. 그리고 다음 해 차기작 역시 데이비드 O. 러셀과 함께 했으니. <아메리칸 허슬>에서 그는 사기꾼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를 이용해 실적을 올리려는 FBI 요원 리치 디마소로 출연했다. 직접 말은 파마머리가 인상적인 캐릭터.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작품 속에서 대개 브래들리 쿠퍼는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고 때로는 골치 아픈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메리칸 허슬>로 브래들리 쿠퍼는 2014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연이어 아카데미 연기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조이>에도 출연, 감독뿐만 아니라 제니퍼 로렌스와도 세 작품 모두 합을 맞췄다.

(왼쪽부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 니로, 크리스 터커

개봉 2012.11.16. / 2013.02.14. 재개봉

아메리칸 허슬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제레미 레너,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찬 베일, 제니퍼 로렌스

개봉 2014.02.20.

<아메리칸 스나이퍼>

<아메리칸 스나이퍼>│크리스 카일 역

적군에게는 악마, 아군에게는 영웅이었던 남자. 사상 최다 저격을 기록한 미국 네이비 실(Navy SEALs) 전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한 인간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이면을 비판하는 수작이다. 2015년 기준,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전쟁 영화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브래들리 쿠퍼는 실존 인물이었던 크리스 카일을 연기해 전쟁으로 인해 겪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갈등과 회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고통을 세심하게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았다. 크리스 카일을 연기하기 위해 매일 약 6000 칼로리를 먹으며 18kg 가까이 체중을 늘렸다고. 그는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3년 연속 연기 부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10번째 배우가 됐다. 다만 아직 수상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제이크 맥더맨, 루크 그림즈, 카일 갈너

개봉 2015.01.1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로켓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켓 목소리 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로켓의 목소리가 브래들리 쿠퍼라는 사실. 그는 <가오갤>을 통해 첫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단번에 그의 목소리라고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색다른 캐릭터를 완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목소리 연기에 그치지 않고 모션 캡처를 통해 로켓의 얼굴 표정을 완성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로켓의 몸동작은 제임스 건 감독의 동생 숀 건이 담당했다. 브래들리 쿠퍼는 로켓을 연기함에 있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1990) 속 조 페시가 연기한 토미 드비토 캐릭터의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더빙 현장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리 페이스

개봉 2014.07.31.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잭슨 역

<스타 이즈 본>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브래들리 쿠퍼. 1937년 개봉한 이후 꾸준히 리메이크됐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브래들리 쿠퍼는 주연 배우로 연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연출까지 해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2019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 작품상, 감독상 등 다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감독으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레이디 가가와 함께 한 메인 테마곡 ‘쉘로우’(shallow)로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물론, 주연 배우로서의 그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유명 록스타 잭슨을 연기한 그는 거친 목소리와 연습을 통해 만든 수준급의 노래 실력, 단발의 헤어스타일과 수염 등으로 기존의 배역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앨리(레이디 가가)를 만나 서서히 나락으로 향하는 잭슨의 감정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작품을 통해 4년 만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나, 수상의 영광은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에게 돌아갔다.

<스타 이즈 본> 촬영 현장

스타 이즈 본

감독 브래들리 쿠퍼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개봉 2018.10.09.

브래들리 쿠퍼에 대한 트리비아

1)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제작자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리미트리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워독>, <조커>, <나이트메어 앨리>엔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행오버> 시리즈로 친분이 두터운 토드 필립스 감독과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조합으로 통한다. <조커>에선 브래들리 쿠퍼가 제작자로, <스타 이즈 본>은 토드 필립스가 제작자로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토드 필립스는 브래들리 쿠퍼의 차기작 <마에스트로>에도 제작으로 참여한다.

2) 주목받고 있는 감독답게, 차기작 <마에스트로>에 대한 할리우드의 기대감이 크다. <마에스트로>는 미국의 피아니스트 레너드 번스타인의 생애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원래는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을 맡았으나, <아이리시맨>으로 인해 하차하면서 브래들리 쿠퍼에게 연출직을 넘겨줬다고. 브래들리 쿠퍼는 <스타 이즈 본>과 마찬가지로 연출과 동시에 레너드 번스타인 역을 맡아 주연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캐리 멀리건이 번스타인의 아내 펠리시아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스포트라이트> 각본가 조쉬 싱어가 각본에 참여하며,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기대작이다.

3) <리코리쉬 피자>와 <나이트메어 앨리>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때문이라고. <리코리쉬 피자> 존 피터스 역에 캐스팅된 디카프리오는 <나이트메어 앨리> 스탠턴 역을 맡기 위해 작품에서 하차한다. 그렇게 절친한 친구인 쿠퍼가 그 자리를 대신했으나… 이후 또다시 디카프리오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에 참여하기 위해 <나이트메어 앨리>에서 하차하게 되고, 브래들리 쿠퍼에게 배역이 돌아가게 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디카프리오가 브래들리 쿠퍼를 직접 추천했다고.

4) 게리 올드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이어 아카데미 상복이 없는 배우로 유명하다. 연기로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남우주연상, <아메리칸 허슬>으로 남우조연상, <아메리칸 스나이퍼>으로 남우주연상, <스타 이즈 본>으로 남우주연상 총 4번이나 노미네이트 됐지만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제작자, 감독으로서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작품상,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상&각색상, <조커>로 작품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역시 모두 노미네이트에 그쳐야 했다.

5) 불어에 능통하다. 조지타운대학교 재학 당시 프랑스로 약 6개월간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프랑스에서 영화 프로모션을 할 때 인터뷰나 라디오에서 불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6) 슬하에 딸이 한 명 있다. 모델 이리나 샤크 사이에서 2017년 레아 드센 샤크 쿠퍼가 태어났다. 브래들리 쿠퍼는 할리우드에서 여성 편력이 있는 배우로도 유명한데, 이리나 샤크와 약 4년간 교제하며 팬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겼다. 결혼은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으며, 현재는 헤어졌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