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의 문턱에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극장 나들이 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3월과 4월 서울 곳곳에서 진행되는 영화 특별전들을 소개한다.


2022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
~ 4월 6일
@ 씨네큐브

<레드 로켓>

바야흐로 아카데미 시즌. 3월 28일 오전(국내시각)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각 부문의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2022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이 씨네큐브에서 진행 중이다. 절대적인 비주얼로 아이맥스 관람 붐을 몰고 온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록버스터 <듄>, 제인 캠피온 감독의 여전한 연출력을 증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워 오브 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아시아 영화의 저력을 알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연출의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등 이미 개봉했거나 곧 개봉예정인 후보작 14편이 상영된다. 특히 이번 기획전에서는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않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유명한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레드 로켓>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에겐 각 영화의 포스터도 증정된다.


마리끌레르 영화제
3월 24일 ~ 3월 27일
@ CGV 용산아이파크몰, CGV 청담씨네시티

<메모리아>

올해로 9회를 맞은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CGV 용산아이파크몰과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나흘간 진행된다. 기간은 짧지만 상영작 면면의 밀도가 아주 높다. 얼마 전 진행된 예매로 이미 여러 작품이 매진됐는데, 특히 뜨거운 반응을 얻은 건 태국의 시네아스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작 <메모리아>다. 배우 틸다 스윈튼이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맡아 콜롬비아에서 촬영한 <메모리아>는 국내에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데 이어, 마리끌레르 영화제를 통해 처음 서울에서 상영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 천우희의 대표작 <써니>, <한공주>, <우상>으로 구성된 특별전,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배우 박지후, 윤찬영, 이연이 출연한 작품을 모은 ‘라이징 스타 특별전’도 마련됐다. <벌새>(박지후),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윤찬영), <절해고도>(이연)가 상영된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회고전
3월 25일 ~ 4월 3일
@ 서울아트시네마

<르 아브르>

종로3가를 든든히 지켰던 서울극장이 폐관됨에 따라 몇 달간 거처를 모색하던 서울아트시네마가 정동길 경향신문사 건물에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배우 유지태가 객석의 가죽 시트 교체를 지원했다고.) 재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은 세계적인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들로 꾸며진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구입한 카우리스마키의 아카이브 프린트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 <오징어 노동조합>(1985)부터 최신작 <희망의 건너편>(2017)까지 지난 30여 년 동안 카우리스마키가 발표한 1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는 대개 절망에서 시작해 희망이 막 피어오를 때 끝난다. 현실보다 건조한 대사와 움직임을 통해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전하는 놀라운 희망이 관객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것이다. 3월 27일(일) 오후 6시 30분, 또 다른 핀란드 감독 테무 니키의 신작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를 상영 후, 감독과 온라인 대담을 갖는 시간도 예정돼 있다. 4월 2일(토) 오후 6시 30분 <과거가 없는 남자> 상영 후에는 “과거 없는 공동체와 영화(관)의 유토피아” 주제의 시네토크도 열린다.


2022 재팬무비페스티벌 4K 감독전
3월 31일 ~ 4월 7일
@ 아트나인

<밝은 미래>

화질 좋은 화면의 해상도를 뜻하는 4K가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기타노 다케시, 구로사와 기요시, 가와세 나오미의 이니셜 K를 묶는 말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엣나인필름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이 네 감독들의 과거 대표작을 상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등,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키즈 리턴> <하나비> 등,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밝은 미래> <도쿄 소나타> 등,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수자쿠> <너를 보내는 숲> 등이 상영된다. 네 감독은 물론 상영작 리스트 그 자체로 일본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인데다, 근래엔 잘 상영되지 않았던 작품이 다수라 ‘2022 재팬무비페스티벌 4K 감독전’은 이 작품을 스크린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다.


<스펜서>와 <재키> 함께 보기
~ 4월 중
@ 더숲 아트시네마

<재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한 <스펜서>가 최근 개봉했다. 칠레 출신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연출한 <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본래 성을 내건 만큼, 화려해 보이는 생활 뒤에 다이애나 스펜서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파고든 작품이다. 라라인 감독이 실존인물의 삶을 조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 발표한 두 영화 <네루다>와 <재키>는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미국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를 그렸다. 더숲아트시네마는 <스펜서> 개봉을 맞아 <스펜서>와 <재키>를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권력자의 아내를 떠나 패션 아이콘으로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던 두 여성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라라인 감독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며 각자의 작품을 더욱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파워 오브 스토리
4월 12일 ~ 4월 24일
@ 시네마테크KOFA

<분홍신>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는 오는 4월 진행하는 ‘파워 오브 스토리’는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편을 묶어 상영한다.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분홍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맥베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 존 부어만 감독의 <엑스칼리버>,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위험한 관계> 등 발표 연도 스펙트럼이 고루 퍼져 있는 상영작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 이름부터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비단 서사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적인 형식 또한 걸출한 작품들이다. 큐브릭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의 고증을 거친 미장센은 물론, 모든 장면을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광을 써서 담아낸 <배리 린든>은 반드시 스크린을 통해 만나기를 권한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