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니까 더 매력 있어! 영화 속 안티 히어로 캐릭터 모음

악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이들을 우린 히어로라고 부른다.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하고 비범한 능력으로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게 히어로의 공식이라지만, 꼭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는 법. ‘안티 히어로’는 기존의 전통적인 히어로들과 달리 사회 규범이나 도덕을 무시한 채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만의 정의와 질서를 구현하는 히어로를 뜻한다. 나쁜 맛이 더 매력 있다고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안티 히어로 캐릭터를 모아봤다. 솔로 무비가 제작된 안티 히어로와 헐크, 배트맨과 같이 더 넓은 범위의 다크 히어로들을 알아보자.

<데드풀>

데드풀 │<데드풀>, <데드풀 2>

데드풀은 안티 히어로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린 대표적인 캐릭터다. 사실 그를 히어로라고 명명하기도 애매하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내가 ‘슈퍼’하긴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거든”이라는 그의 말처럼 데드풀의 행적은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에 가깝다. 데드풀이 되기 이전 일반인이었던 웨이드(라이언 레이놀즈)는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하지만 그곳에서 힐링 팩터 혈청을 주입받고 끊임없이 몸의 세포가 재생되는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고통과 부작용도 따르게 됐지만. 데드풀의 서사는 거기서부터 비롯한다.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이들을 찾아 복수하는 것. 슈퍼히어로들의 대의와는 정 반대에 가깝다. 복수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전직 특수부대 용병 출신답게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그는 각성한 능력을 무기 삼아 잔인한 전투력을 뽐내기 시작한다. 걸출한 입담은 덤이다. 그나마 데드풀이 히어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건 후속작 <데드풀 2>이 아닐까. 여전히 무자비하고 지저분한 농담을 일삼는 데드풀의 매력은 3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MCU에 합류가 예고된 그의 행적이 안티 히어로에서 히어로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데드풀 2>

데드풀

감독 팀 밀러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2016.02.17.

데드풀 2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조슈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개봉 2018.05.16.

<베놈>

베놈│<스파이더맨 3>, <베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심비오트’인 베놈은 타 종족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외계 종족이다. 심비오트는 신체 능력을 압도적으로 강화시켜 주지만 숙주 내면의 폭력성을 끌어올려 식인까지 일삼는 괴생명체에 가깝다. 스파이더맨의 숙적 빌런으로 1984년 코믹스에 등장해 인기를 끈 베놈은 영화 <스파이더맨 3>(2007)을 통해 실사화됐다. 스파이더맨을 숙주 삼아 본격 흑역사를 만들어낸(…) 베놈은 기자 에디 브룩에게 옮겨가고, 에디는 스파이더맨에 대적하는 메인 빌런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2018년, 마블 최초로 빌런을 솔로 무비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베놈>이 개봉했다. 빌런이었던 베놈이 안티 히어로로 거듭난 것. 톰 하디가 주인공 에디 브룩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여전히 제멋대로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려 하지만, 이성적인 에디에 의해 저지되며 둘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이들로부터 서로를 지키고 맞서 싸운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베놈> 시리즈는 시퀄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까지 제작됐으나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빌런과 히어로 그 사이에서 제대로 밸런스를 맞추지 못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기대감을 완전히 내려놓긴 이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쿠키 영상에 깜짝 등장한 베놈이 MCU 세계관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베놈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18.10.03.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감독 앤디 서키스

출연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21.10.13.

<모비우스>

모비우스│<모비우스>

<베놈>에 이어 소니픽처스에서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세계관 그 두 번째 안티 히어로 무비 <모비우스>. 코믹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01에서 첫 등장한 모비우스는 초창기 스파이더맨과 적대적인 빌런 캐릭터였다. 그 역시 태초부터 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오히려 데드풀처럼 죽어가는 환자에 가까웠다. 희귀 혈액병을 앓고 있던 생화학자 모비우스는 자신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흡혈박쥐를 이용하게 되고, 결국 살아 있는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로 변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인간의 피를 갈구하게 된 모비우스는 이후 스파이더맨과 부딪히지만 쉬헐크를 만나면서 안티 히어로로 변모하게 된다. 영화 <모비우스>는 모비우스의 탄생 과정과 함께 새로운 초능력과 파괴적인 본능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비우스의 모습을 그려낼 전망이다. 여기에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가 빌런으로 등장하며 모비우스와 대적한다. 모비우스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자레드 레토가 맡아 강렬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비우스>

모비우스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

개봉 2022.03.30.

<수어사이드 스쿼드>

조커│<수어사이드 스쿼드>, <조커> 등

자레드 레토가 안티 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한 건 모비우스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DCEU 세계관 속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를 연기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조커가 안티 히어로냐고? 코믹스 속에서 조커는 배트맨과 대립하는 빌런이다.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 역시 악 그 자체인 사이코패스였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조커는 약간 결이 다르다. 최초로 빌런들을 모아 주인공으로 세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나쁜 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안티 히어로 영화다. 조커는 제 연인인 할리 퀸(마고 로비)을 찾으려는 로맨티시스트… 에 가까운 역할로 등장한다. 더 나아가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한 <조커>(2019)로 인해 일각에서는 조커를 다크 히어로로 보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 두 작품만 놓고 봤을 때 조커를 히어로의 자리에 놓기엔 간과되는 지점들이 많다. 물론 앞으로 등장하게 될 DCEU 속 조커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장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조커> 호아킨 피닉스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할리 퀸│<수어사이드 스쿼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버즈 오브 프레이>

조커의 연인인 할리 퀸은 영화화를 통해 진정한 안티 히어로로 거듭난 캐릭터다. 1992년 코믹스 <조커의 부탁>(Joker's Favor) 에피소드로 데뷔한 할리 퀸은 조커의 사이드킥으로, 정확히는 조커의 악행을 돕고 함께하는 빌런이다. 이성보다 본능적으로 행동하며 무모한 미친 짓을 주로 일삼는다. 할리 퀸젤이었을 당시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아캄 정신병원에 부임하였다가 조커를 만나 빌런 할리 퀸으로 거듭난 캐릭터.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실사화됐으며, 배우 마고 로비가 할리 퀸으로 출연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화는 망했으나 상당한 싱크로율로 캐릭터와 배우가 주목받은 케이스다. 이후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주연으로 등장해 귀여운 입담과 통쾌한 시그니처 액션으로 데드풀과 견주어 사랑받는 안티 히어로로 자리 잡았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출연 마고 로비, 윌 스미스, 자레드 레토, 카라 델레바인, 제이 코트니

개봉 2016.08.03.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감독 캐시 얀

출연 마고 로비

개봉 2020.02.05.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실베스터 스탤론,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2021.08.04.

존 콘스탄틴│<콘스탄틴>

DC코믹스에 다크 히어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배트맨이라면, 안티 히어로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존 콘스탄틴이다. 콘스탄틴은 흑마법을 주된 능력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다. 원작에서 그는 8살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마법으로 사람을 죽인 인물로, 영화에서는 흑마법보단 엑소시즘에 능한 캐릭터로 묘사됐다. 콘스탄틴은 시니컬한 성격으로 세상만사를 귀찮아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악과 맞선다. 그러니 히어로가 아니냐고? 사실 콘스탄틴이 영혼을 구제하는 건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사명감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구원을 위해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것. 애초에 그는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물로, 원작에서는 천상계의 존재들마저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농락하고야 마는 별종이다. 2005년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콘스탄틴>으로 실사화 됐으며,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오랜 시간에 걸쳐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2014년 NBC 드라마 <콘스탄틴>으로 리부트 되면서 맷 라이언이 콘스탄틴으로 출연해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되고 말았다.

<콘스탄틴>

콘스탄틴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키아누 리브스

개봉 2005.02.08.

<엑스맨 탄생: 울버린>

울버린│<엑스맨> 시리즈, <울버린> 트릴로지

<엑스맨> 시리즈 인기 캐릭터, 울버린은 슈퍼 히어로보다 전형적인 다크 히어로에 가깝다. 엑스맨 핵심 멤버인 울버린은 웨펀 엑스 프로젝트를 통해 힐링 팩터와 아다만티움 칼날을 지니게 된 뮤턴트다. 빌런들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엑스맨에 소속되어 있지만 울버린은 보편적인 영웅과는 달리 무자비하고 도덕관이 결함 된 인물이다. 분노 조절 장애와 흡연, 알코올 중독, 폭력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며 까다로운 성미를 지니고 있다. 잔인한 성격 탓에 엑스맨의 업무 중에서도 주로 기피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는 암살자로 활동해 왔다. 물론 이런 까칠함 덕분에 울버린은 코믹스와 영화를 통틀어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사실상 영화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셈. 영화에서는 배우 휴 잭맨이 <엑스맨>(2000)을 시작으로 무려 17년간 9개의 작품에서 울버린을 연기했다.

(왼쪽부터) <엑스맨 탄생: 울버린>, <로건>

<헬보이2: 골든 아미>

헬보이│<헬보이>(2004), <헬보이2: 골든 아미>, <헬보이>(2019)

미국의 만화 출판사 다크 호스 코믹스의 캐릭터 헬보이. 지옥의 악마답게 그는 코믹스를 대표하는 다크 히어로로 손꼽힌다. 1944년 2차 세계 대전의 끝에서 수세에 몰린 아돌프 히틀러가 흑마술사 라스푸틴을 고용하고 지옥에서 악마를 불러와 전세를 역전시킬 음모를 꾸민다. 그렇게 라스푸틴에 의해 소환된 악마가 바로 헬보이다. 지구로 떨어진 어린 악마였던(?) 헬보이는 B.P.R.D를 설립한 트레버 브룸 교수에 의해 군 기지 안에서 악에 맞서는 전사로 성장한다. 온통 새빨간 신체에 잘려버린 이마의 뿔, 꼬리까지 흡사 붉은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헬보이는 파괴의 신이지만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제 능력을 사용하는 히어로다. 2004년 크리처물의 대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으며, 론 펄먼이 헬보이 역을 맡아 높은 싱크로율의 캐스팅을 선보였다.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 이후 후속작 <헬보이 2: 골든 아미>까지 제작되며 팬들에게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9년엔 데이빗 하버가 헬보이로 출연한 <헬보이> 리부트가 개봉했지만 전 시리즈에 비하지 못할 완성도로 혹평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흥행에도 참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