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우희는 난데없이 빵 뜬 벼락스타가 아니다. 배우로 가는 길에 계단이 있다면 그녀는 계단 하나도 허투루 밟지 않고 차분히 밟고 올라서온 배우다. 2004년 데뷔 후 2013년 영화 <한공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아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그녀는 약 9년간 여러 작품들에서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천천히 넓혀왔다. 이번 달에는 영화 <앵커>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한 주 간격으로 극장에 나란히 걸리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다수의 상업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천우희의 얼굴들을 모아봤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앵커

감독 정지연

출연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개봉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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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감독 김지훈

출연 설경구

개봉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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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수업>(2004)
단역 깻잎 무리2 역

천우희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기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온 그녀는 연극반 활동 당시 청소년 연기 대회에서 수상을 한 적도 있을 만큼 떡잎부터 남달랐다. 그러던 2004년 영화 연출을 맡고 있던 사촌 오빠의 권유로 영화 <신부수업>의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단번에 합격한다. 당시 그녀의 나이 17살이었다. 영화 <신부수업>은 권상우와 하지원이 주연을 맡았던 작품으로, 영화는 천주교의 사제 신부(神父)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신학생 규식(권상우)이 시골 변두리 어느 마을의 성당으로 영성 강화 훈련을 갔다가 봉희(하지원)를 만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극중 천우희는 성당에서 담배를 피우던 불량학생들 중 한 명인 ‘깻잎 무리2’ 역할을 맡아 담배 피우는 연기를 찰지게 선보인다.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우두머리 깻잎(전혜진)의 옆에 서 있기만 하는 것이 거의 전부인데, 후에 인터뷰에서 밝힌 말에 따르면 “현장에서 돌처럼 굳어있었다”고.

신부 수업

감독 허인무

출연 권상우, 하지원, 김인권

개봉 200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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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2007)
단역 깻잎 2 역

연기의 맛을 알게 된 천우희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06년 대학교도 연기과로 진학한다. 그리고 대학 재학 시절 그녀는 다시 한번 작품 속에서 교복을 입고 깻잎 머리를 휘날리게 된다. 그녀의 데뷔작 <신부 수업>을 연출했던 허인무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허브>에서 말이다. 전작에서 그녀의 불량스러운 연기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일까. <허브>에서도 똑같이 세 명의 불량학생들 중 한 명인 ‘깻잎2’ 역할을 맡아 단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허브>는 일곱 살의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상은(강혜정)의 성장 드라마다. 영화는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상은이 경찰 종범(정경호)을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그녀의 엄마 현숙(배종옥)과의 이별도 경험하며 성장하는 상은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우희는 극중 상은이 일하는 비디오 가게에 찾아간 무리 중 한 명으로 분해, 깻잎1(양혜민)과 깻잎3(이미도)이 상은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옆에서 그녀들에게 힘을 보태는(?) 연기를 한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유의미한 대사는 없었다. 

허브

감독 허인무

출연 강혜정, 배종옥, 정경호

개봉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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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2009)
조연 진태 여자친구, 미나 역

그간 앞선 두 편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입 꾹 다물고 있던 그녀의 놀라운 발전이다. 200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천우희는 난생처음 조연을 맡았다. 당시 그녀는 여전히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영화 <마더>는 스물여덟 살이지만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도준(원빈)이 어느 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고,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엄마(김혜자)의 어긋난 모성애를 보여준 작품이다. 천우희는 극중 도준의 친구인 진태(진구)의 여자친구 미나를 연기했다. 영화에서 그녀는 단 두 장면밖에 출연하지 않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전라 노출과 진태와의 베드신으로 과감한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 비단 노출신 때문만이 아니라 매우 적은 비중임에도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며 그녀는 충무로와 관객들의 주목을 조금씩 받기 시작한다. 

마더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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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2011)
조연 상미 역

드디어 천우희의 이름을 만인에게 알리게 된 영화의 등장이다. 여태까지도 천우희는 소속사 없이 혈혈단신 홀로 활동 중이었다. 영화 <써니>는 전라도 벌교에서 전학을 온 나미(심은경)가 춘화(강소라), 장미(김민영), 진희(박진주), 금옥(남보라), 보미(복희), 수지(민효린)와 단짝이 되어 칠공주 ‘써니’를 결성하고, 함께 하자는 맹세로부터 25년이 지나 써니의 멤버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영화는 가장 빛나던 순간 하나였던 일곱 친구들의 여고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극중 천우희는 ‘써니’의 멤버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본드에 빠지게 된 문제아 상미 역할을 맡아 과거 장면에 등장한다. 그녀가 여기서 연기한 상미는 전작들 <신부수업>과 <허브> 속 귀여운 깻잎 소녀에서 몇 단계는 더 업그레이드된 불량학생이다. 극중 그녀는 본드를 흡입하고 깨진 유리병으로 난동을 부리는 등 거칠고 난폭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뇌리에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영화 <써니>는 그간 그녀가 쌓아온 연기력을 스크린 위에 제대로 끄집어낸 작품이었고, 영화의 흥행과 함께 천우희의 인지도도 수직 상승한다. 참고로 이 캐릭터는 그녀가 처음으로 연기한 ‘이름이 있는’ 역할이었다. 

써니

감독 강형철

출연 유호정, 심은경, 강소라, 고수희, 김민영, 홍진희, 박진주, 이연경, 남보라, 김보미, 민효린

개봉 2011.05.04. / 2011.07.2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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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2012)
단역 정화동생 역

천우희는 데뷔작 <신부수업>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하지원과 영화 <코리아>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영화 <코리아>는 1991년 41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되었던 남북 단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대한민국에 탁구 열풍을 몰고 온 탁구 스타 현정화(하지원)와 북한의 리분희(배두나)가 결승전이 있기까지 46일간 함께 했던 이야기를 담아낸다. 하지원과 8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 <코리아>에서 천우희는 하지원이 연기한 현정화의 동생 역할을 맡았다. 원래 그녀는 동료 탁구 선수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제작진이 천우희를 위해 원래 없던 하지원의 동생 역할을 만들어내며 영화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출연 장면은 약 1분 남짓으로 영화 초반에 언니 정화와 나누는 몇 마디와 영화 말미 단일팀이 경기에서 이긴 후 엄마와 함께 기뻐하는 장면 정도지만, 존재감 하나만은 숨길 재량이 없었다. 이후 모두가 잘 알다시피 영화 <한공주>에서 주연을 맡아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며 천우희의 단역시대는 막을 내렸고, 그녀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코리아

감독 문현성

출연 하지원, 배두나

개봉 201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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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