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영화가 흥행하느냐 마느냐 또한 첫날 관객수만큼이나 2주차, 3주차에 관객이 얼마나 드느냐에 달렸다. 전 세계 개봉으로 오랜만에 극장의 신바람을 불러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매드니스>가 대성공을 거두는 와중 1주차 대비 2주차 드롭률로 화제를 모았다. 호불호가 있다는 반응처럼 말이다. 이처럼 어쩌면 관객 반응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인 '2주차 드롭률'이 유독 돋보였던(?) 영화들을 선정해봤다. 고전 영화, 인지도가 낮은 영화들을 제외하고 스타급 배우나 유명 시리즈의 작품들 위주로 골랐다.

※ 드롭률은 북미 지역 기준으로 측정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매드니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매드니스>

서두에서 언급했으니 간단히 살펴보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매드니스>는 2022년에 가장 흥행한 영화 중 하나다. 개봉 3주차인데 벌써 2022년 최고 흥행작 <더 배트맨>의 월드 와이드 성적을 턱끝까지 따라잡았다(<더 배트맨> 7억 6845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매드니스> 7억 1962만 달러). 그렇지만 이번 영화, 호불호가 갈린다는 반응이 많았던 만큼 2주차에 67% 하락했다(1억 8740만→6600만 달러). 물론 첫주에 그만큼 많이 벌었다는 것과 영화계가 코로나에서 회복 중인 것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MCU 사상 이만큼 큰 낙폭을 보인 적이 없어서 유독 주목받는 사례. 특히 호불호가 갈렸던 만큼 이번 드롭률 또한 관객 반응이 드러난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개봉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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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우스>
<모비우스>

원작이 있거나 배우가 팬이 많아서 주목받는 기대작은 1주차 성적을 어느 정도 보장받는다. 그래서 슈퍼 히어로 영화는 대체로 1주차에 좋은 성적을 얻는다. 그렇게 손쉽게 얻은 성적은 영화의 완성도가 별로일 때 독이 된다. 올해 3월 개봉한 <모비우스>가 그렇다. <모비우스>는 개봉 첫 주 3900만 달러를 벌었다. 이것도 히어로 영화치고 높은 편은 아닌데, 2주차 성적은 더욱 처참하다. 1020만 달러. 자그마치 73.8%나 하락한 것이다. 영화는 자레드 레토(와 배우들)의 열연에도 유치하고 상투적인 전개로 혹평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관객들은 <모비우스>를 금방 떠나보냈다. <모비우스>의 2주차 드롭률은 코믹스 원작 영화 사상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본래 이 자리는 71.5% 드롭률의 <엑스맨: 다크 피닉스>(3282만935만 달러)가 차지했었다. 참고로 코믹스 원작으로 가장 큰 드롭을 기록한 영화는 <스틸>인데 드롭률이 78%(87만19만 달러)다. 이쪽의 기록은 아마 영영 깨지지 않을 듯하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
모비우스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

개봉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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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
<모털 엔진>

역대 2주차 드롭 순위에서 이런저런 영화(한국 미개봉이나 중소 영화 등)를 제외하고,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는 최신 영화는 <모털 엔진>이다. 도시를 움직이는 성으로 만들어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 스팀펑크 SF 영화 <모털 엔진>은 원작 소설, 제작을 맡은 피터 잭슨의 명성으로 기대를 받았다. 영화는 연휴 대목을 잡고자 2019년 12월 개봉했는데, 여기엔 두 가지 함정이 있었다. 하나는 영화가 영 별로였다는 것, 그리고 경쟁 상대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였다는 것. 개봉 첫날부터 상영관 수가 적은 <라스트 미션>에도 밀리더니 2주차 드롭은 76.8%를 기록했다(755만175만 달러). 손익분기점은커녕 개봉 일주일 만에 10위 밖으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시리즈화를 엿봤을 법한 대작이지만, 흥행 대실패로 '이런 영화가 있었어?'라는 소리만 듣게 됐다.

비주얼은 정말 좋았으나…
모털 엔진

감독 크리스찬 리버스

출연 휴고 위빙, 스티븐 랭, 로버트 시한, 헤라 힐마, 지혜

개봉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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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내가 잠들기 전에>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출연진은 탄탄했다. 하지만 <내가 잠들기 전에>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10년 전 사고 후 매일 아침, 기억을 모두 잃은 채 눈을 뜨는 여성의 스릴러는 개봉 당일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봉일로 선택한 할로윈은 <내가 잠들기 전에>처럼 잔잔한 심리 스릴러와 맞지 않았다. 게다가 개봉 시기에 <나를 찾아줘>가 장기 상영 중이었고 <나이트 크롤러>도 개봉했다. <내가 잠들기 전에>가 힘을 쓰기엔 더 흥미로운 영화들이 많았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제작비조차 충당하지 못했다. 영화는 개봉 첫주에 18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가 둘째 주엔 고작 33만 달러 수익을 거뒀다. 드롭은 82%. 역대 드롭 중 8위에 해당한다. 한국에 개봉 안 한 영화, 이벤트성 재개봉 영화를 제외하면 <아우토반>, <제인 갓 어 건>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한다.

내가 잠들기 전에

감독 로완 조페

출연 니콜 키드먼, 마크 스트롱, 콜린 퍼스

개봉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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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 <나이트메어> 리메이크
<13일의 금요일>(왼쪽), <나이트메어>

리메이크는 정말 어렵다. 아무리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도 그들을 만족시키면서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켜야 하니 그 중도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작품이라면, 그 사명은 더욱 힘겨워진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사가 판권을 취득해 제작한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리메이크는 2주차 드롭이 굉장히 높다. 둘 다 호러 영화의 특징, '싸게 만들어서 이익 보기'에는 성공했지만 2주차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건 결국 팬이든 신규 관객이든 입소문을 타지 못한 그저 그런 영화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두 영화 모두 관객들에게 혹평을 받고 지금까지 (호러 영화의 전매특허인) 속편 찍어내기조차 하지 못했다. <13일의 금요일>은 4057만 달러에서 794만 달러로 80.4%, <나이트메어>는 3290만 달러에서 911만 달러로 72.3% 드롭을 보였다.

13일의 금요일

감독 마커스 니스펠

출연 제러드 파달렉키, 다니엘 파나베이커, 아만다 리게티

개봉 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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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감독 사무엘 베이어

출연 잭키 얼 헤일리, 카일 갈너, 루니 마라, 케이티 캐시디, 토마스 데커, 켈란 루츠, 클랜시 브라운, 코니 브리튼, 리아 D. 모텐슨

개봉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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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주차 드롭이 높다고 다 망하진 않는다. 지금 상영 중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높아도 8억 달러를 훌쩍 넘었듯,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가 드롭 72%(1억 6918만4741만 달러)를 찍어도 최종 13억 달러를 벌어들였듯 드롭이 척도가 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드롭과 월드 와이드 성적을 기록할 만하다. <맨 오브 스틸>의 속편이자 DC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첫 주에 1억 6600만 달러를, 2주차에 5133만 달러를 벌었다. 드롭은 69.1%. 2주차 성적이라도 꾸준히 유지했으면 모르겠지만 3주차에 54.5%, 4주차에 61.4%를 찍으며 끝없이 하락했다. 덕분에 첫 주 월드 와이드 성적은 역대 5위에 들었으나 최종 월드 와이드 성적은 10억은커녕 9억 달러도 넘지 못한 최초의 영화로 남게 됐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벤 애플렉, 에이미 아담스, 로렌스 피시번, 제시 아이젠버그, 제레미 아이언스, 홀리 헌터, 갤 가돗, 로렌 코핸, 제프리 딘 모건,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다이안 레인

개봉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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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