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과 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아르헨티나 감독조합과 공동 기획한 '지구 반대편으로부터의 새로운 시각: 아르헨티나 현대 영화 파노라마'를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중후반 데뷔한 감독 10인의 12개 작품을 선보인다. 정치색이 두드러지던 과거 아르헨티나 영화의 전통을 따르되, 다른 지역권의 형식을 적극 받아들여 보다 모던한 시각을 획득한 당대 아르헨티나 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마리아노 지나스의 두 작품 <기묘한 이야기들>(2008)과 <라 플로르>(2018)다. <기묘한 이야기들>은 농부를 살해한 정부감독관 X, 한 남자를 아프리카까지 쫓는 Z,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H, 세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내용과 맞지 않은 내레이션과 정신없이 펼쳐진다. 장장 14시간에 달하는 <라 플로르>는 네 명의 여성 배우들이 B급 영화,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 스파이 물, 실험영화의 장르의 서로 다른 여섯 개 이야기에 각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