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브로커>와 <윤시내가 사라졌다>가 개봉했다.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영화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배우 '이주영'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같은 배우는 아니고 공교롭게도 동명이인 배우들이다. 이름조차도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는 연예계이기에, 자신과 동명이인인 배우가 이미 유명한 경우 예명을 사용하거나 개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맙소사’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배우 이민호는 몇 년 전 '이태리'로 개명했다. 그럼에도 충무로에는 여전히 같은 이름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이 여럿 있다. 어떤 배우들이 있는지 스크롤 내려 확인해 보시라. 가수와 아나운서는 제외하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만 리스트에 포함했다.


이주영

<브로커>에 출연한 이주영은 1992년생으로 단편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중 영화 <꿈의 제인>과 <메기>를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2020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트랜스젠더 마현을 연기하고, 같은 해 영화 <야구소녀>에 주연으로 나서며 대중들의 눈도장도 찍게 된다. 1987년생 이주영은 <윤시내가 사라졌다>에 출연한 배우다. 2015년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값>의 주연을 맡으며 충무로의 샛별로 떠올랐고, 2018년 드라마 <라이브>에서 시보 순경 혜리 역할을 맡아 조금씩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후 영화 <독전>에 농아 남매 중 동생으로 출연하며 500만 관객의 눈에 든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배우가 영화 <메기>에 같이 출연한 적 있다는 점이다. 1992년생 이주영은 성원(구교환)의 현 여신으로, 1987년생 이주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 역할로 나왔다.


이준혁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에 출연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이준혁은 사실 1991년 영화 <어머니, 당신의 아들>로 데뷔해 배우 활동 기간 3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다. 그만큼 출연한 작품들도 꽤 많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개성 있는 연기와 캐릭터를 연기하며 보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이준혁은 2006년 가수 타이푼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예계 데뷔를 했다. 대표작은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과 <수상한 삼형제>, 그리고 <비밀의 숲>이다. 그리고 얼마 전 영화 <범죄도시3>의 메인 빌런 주성철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있다. 이 두 명의 이준혁도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 있는데, 바로 2018년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인과연>이다. 또 두 사람은 각각 1972년생, 1984년생으로 띠동갑이다. 2019년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지훈

아무래도 흔한 이름인 만큼 동명이인이 셋이나 있다. 얼마 전 일본인 아내 아야와 결혼해 깨 볶는 모습을 한창 자랑 중인 이지훈은 1996년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하며 배우의 길로 들어섰고, 2006년부터는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활약 중인 또 다른 이지훈은 2003년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해 얼마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 출연했다. 신기한 점은 가수 출신 이지훈과 이름은 물론 생년월일(1979년 3월 27일)까지 똑같다는 것. 결코 흔치 않은 인연이다. 마지막 이지훈은 2012년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해 <푸른 바다의 전설>, <언니는 살아있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다. 가수 출신 이지훈과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함께 출연한 바 있다. 


정경호

예능 프로그램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속 코너 ‘루저전’에 10년 동안 사법고시 패스에 실패한 고시생을 연기하며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1972년생 정경호는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해 20년 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다. 활동 기간이 긴 만큼 5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고, <웃음의 대학> <늘근도둑 이야기> 등 연극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주로 작품들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다. 1983년생 정경호는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롤러코스터>에 출연한 바 있다.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스크린보다는 브라운관에서의 활약이 돋보이는 편이다. 지난해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99즈 중 한 명인 준완을 연기하며 배우 인생에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정유미

동명이인 배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아닐까. 1983년생 정유미와 1984년생 정유미는 나이도 비슷하고, 데뷔한 연도(2003년)와 출신지(부산)도 같다. 1983년생 정유미는 단편 영화 <사랑하는 소녀>로 데뷔했다. 스크린에서는 다소 어둡지만 강단 있는 면모를 자랑하는 인물을, 브라운관에서는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개성 있는 인물을 연기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배우 중 하나다. <윤식당>을 비롯해 <여름방학> <윤스테이>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다수 출연하며 대중성까지 잡았다.

1984년생 정유미는 영화 <실미도>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데뷔했다. 대표작은 <천일의 약속> <옥탑방 왕세자> <육룡이 나르샤> <검법남녀> 등으로, 주로 브라운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꽤 많이 출연해왔는데, <연애편지> <우리 결혼했어요>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등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주진모

영화 <타짜>의 배역명 짝귀로 더 유명한 1958년생 주진모는 1983년부터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에서도 볼 수 있었고, 데뷔 이래 40여 년간 무려 8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다양한 작품들에서 개성 있는 역할로 믿고 보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1974년생 주진모는 1999년 영화 <댄스 댄스>로 데뷔했다. 당시 선 굵은 외모로 데뷔와 동시에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으나, 배우로서 대표작은 크게 손꼽을 것이 없는 편이다. 또 주진모라는 이름은 그의 예명으로, 본명은 박진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1958년생 주진모의 이름과 한자가 동일하다. 두 주진모는 한때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기도 했고, 2017년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