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플라워>의 하담은 <들꽃>의 하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 바다를 앞에 둔 하담은 제 몸만 한 짐을 안고 어쩔 줄 모른 채 휘둘립니다. 바다를 보며 하담은 무엇을 다짐한 것일까요. 그 뒤로 영화는 하담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습니다. 어설프게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운동화 밑창이 떨어지면 본드로 꼭꼭 다시 붙인 뒤 걸음을 재촉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탭댄스 학원에서 춤추는 학생들의 몸짓을 따라해보기도 합니다.
<스틸 플라워>에서도 하담을 착취하려는 악인이 등장하지만, 이제 하담은 지고만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과 같습니다. 다만 그때 하담은 가슴을 꼿꼿이 펴고 무섭게 마주 오는 거센 파도를 견디어냅니다. 세상의 위협과 냉기를 꿋꿋이 이겨내는 ‘강철 같은 꽃’, 박석영 감독의 영화는 이때부터 희망을 말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