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음 가까이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돈을 내고서라도 죽음의 문턱 앞에 스스로를 내민다. 번지점프를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고공 액션 영화를 보는 이유는 죽음 앞에서 느껴지는 스릴감을 안전한 곳에서 즐기고 싶기 때문 아닐까. 오늘은 오금 저릿한 감각을 즐기는 당신을 위해 고소공포증 생길 만큼 짜릿한 영화들을 추천한다. 액션이 대부분이지만 전기 영화와 서바이벌 영화까지 최대한 장르를 두루 넣으려 했다. 만약 리스트 안에 최고의 고공 영화가 없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매번 기상천외한 액션을 선보이는 톰 크루즈. 그는 매 시리즈마다 액션 명장면을 하나씩은 꼭 만들어냈는데, 그중에서도 4번째 시리즈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두바이 빌딩 신은 여전히 고층 액션의 정석으로 회자된다. 영화에서 맨몸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828m)를 오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극중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작전을 위해 흡착 장갑 하나에 의존한 채 34분 안에 11층 높이를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어오르는 장면은 호흡이 빠르지 않은데, 이러한 연출이 오히려 현실감을 더해 긴장감을 배로 증폭시켰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브래드 버드 감독은 모형 건물을 만들어 촬영하자고 했으나 톰 크루즈가 부르즈 칼리파 빌딩에서 직접 촬영하길 원했고, 강도 높은 스턴트 훈련 끝에 이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신나게 훈련하는 톰 크루즈 덕분에 브래드 버드 감독은 거의 심장마비에 걸릴 뻔했다고.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개봉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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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스크래퍼>
감독 로슨 마샬 터버
출연 드웨인 존슨, 니브 캠벨

<스카이스크래퍼>(2018)

오로지 고층 액션만을 위해 제작된 영화, <스카이스크래퍼>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스토리나 작품성, 개연성보다는 비주얼과 액션만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특히 고층에서 벌이는 비현실적인 액션 신이 궁금하다면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웅주의 서사 액션영화에 늘 등장하는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았는데, 늘 그렇듯 연기보다는 육체미를 과시한다. 사실상 스토리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로 사용되었을 뿐, 영화는 드웨인 존슨의 육체미와 과감한 액션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름 오락 영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카이스크래퍼>는 목적에 굉장히 충실한 영화다. 

영화는 전직 FBI 요원이자 인질 구조 팀장이었던 윌 소여(드웨인 존슨)가 세계 최고층 빌딩 펄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테러 집단과 결투를 벌이는 스토리다. 스토리 자체는 뻔하지만, 액션은 기존 할리우드 액션과 요소들이 약간 달라 색다르다. 10년 전 사고로 인해 절대로 총을 손에 쥐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신념과 한 쪽 다리가 의족이라는 설정이 더해지고, 배경을 불타는 마천루로 설정해 재난 영화로서의 재미까지 노렸다. 

스카이스크래퍼

감독 로슨 마샬 터버

출연 드웨인 존슨, 니브 캠벨

개봉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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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행어>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클리프행어>(1993)

<클리프행어>는 로키 산맥을 배경으로 한 보기 드문 산악 액션 영화로, 1993년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최고의 산악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게이브(실베스터 스탤론) 대 악당들의 대결 구도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할리우드에서 너무도 흔히 쓰이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히 새로웠던 ‘로키 산맥’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액션 영화와는 시각적으로 뚜렷한 차별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클리프행어>는 ‘가장 비싼 공중 스턴트 연기’로 세계 기록을 보유해 기네스북에 등재했다. 스턴트맨 사이먼 크레인은 수천 km 상공에서 스턴트 연기를 펼친 대가로 1백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다. 해당 장면은 4572m 상공에서 두 대의 비행기를 건너는 액션 신이었는데, 안전장치나 시각효과 없이 건너야 했다. 여담으로, 대부분의 액션 신을 스턴트 맨들이 소화했는데 그 이유는 주연 배우였던 스탤론이 고소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클리프행어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개봉 199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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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걷는 남자>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벤 킹슬리, 샬롯 르 본, 제임스 뱃지 데일, 벤 슈와츠, 스티브 발렌타인 

<하늘을 걷는 남자>(2015)

꼭 액션 영화만 오금이 저릴 필요가 있을까. <하늘을 걷는 남자>는 1970년대 실제로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쌍둥이 빌딩 사이를 외줄타기했던 프랑스 출신 곡예가 필리페 페팃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 영화다. 필리페 페팃은 1974년 8월 7일, 쌍둥이 빌딩 꼭대기에 줄을 달고 맨몸으로 걸었다. 와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높이 412m 공중에서 42m 거리를 2cm 굵기의 줄 위에서 걸었다. 게다가 편도 한 번이 아니다. 45분 동안 8번을 왔다갔다 했다. 비가 내려 결국 8번에서 그쳤지만 날이 좋았다면 그는 더 걸었을 지도 모른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는 이 기상천외한 남자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하지만 독특한 촬영기법을 통해 흥미롭게 영화적으로 재현해냈다. 

건물을 날아다니는 화려한 액션도 없고, 주인공의 뒤를 쫓는 악당도 없고, 그 흔한 폭발 하나 없어도 이 영화는 오로지 인간의 무한한 도전 만으로 관객에게 최대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그가 ‘하늘을 걷는 남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엔 두 나무 사이를, 이후엔 가로등, 나중엔 노트르담 대성당의 두 건물 사이를 외줄타던 그는 높은 하늘을 동경하게 된다. 점차 높은 곳을 향하던 그의 꿈은 결국 쌍둥이 빌딩까지 도달하게 되고 영화는 줄 외엔 아무것도 없는 그의 상황을 360도로 잡아낸다. 무모한 도전,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영화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늘 ‘무모한 도전’에 가슴 뛰지 않았나. 영화는 스릴과 유머 뿐만 아니라 ‘한계’와 ‘도전’이라는 가치까지 전달해낸다. 

하늘을 걷는 남자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벤 킹슬리, 샬롯 르 본, 제임스 뱃지 데일, 벤 슈와츠, 스티브 발렌타인

개봉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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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600미터>
감독 스콧 만
출연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폴: 600미터>(2022)

수많은 영화들이 극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폴: 600미터>가 제시하는 상황은 그중에서도 ㅇ역대급 난이도다. 600m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 갇힌 상황에서, 주인공 베키(그레이스 풀턴)와 헌터(버지니아 가드너)에게 허락된 공간은 매우 협소하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 위, 두 사람이 겨우 걸터 앉을 수 있을 만한 공간에서 두 사람은 희미한 희망을 안고 탈출을 감행한다. 영화는 관람이 아닌 체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느껴지는 감정은 영화 관람보다는 롤러코스터 탑승에 가깝다. 서사보다는 극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 영화는 스릴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부분 장면을 대역이나 CG가 아닌 배우가 직접 액션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촬영되었다. 

영화는 1년 전, 함께 암벽 등반을 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베키를 위해 헌터가 타워 꼭대기에서 남편의 유골을 뿌리자는 말로 시작된다. 의식을 치른 두 사람은 내려가고자 했지만 사다리가 떨어져나가는 상황이 닥친다. 펜스 하나 없이 좁은 공간, 휴대폰은 먹통에 식량도 전무한 상황. 졸기라도 하면 바로 추락해버리는 아찔한 공간에서 두 사람은 탈출을 모색한다. 

폴: 600미터

감독 스콧 만

출연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개봉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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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