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0년 전, 씨네 21에서 선정한 '한국영화 밝힐 새벽의 7인'에는 지금은 엄청난 스타가 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이 배우들, 2002년 당시 이미 '넘사벽' 아니었냐고? 2002년이면 조승우가 2000년 <춘향뎐>으로 데뷔한 후 불과 3년 뒤였고, 박해일이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로 영화계에 데뷔한지 딱 2년째 되는 해였으며, 공효진이 <네 멋대로 해라>(2002)로 '공효진식 연기'의 틀을 막 잡기 시작할 때였다. 그렇다. 그들도 한때는 '라이징' 스타였다.
7인의 배우 대부분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꾸준히 필모를 쌓아온 것도 놀랍지만, 사실 더 대단한 것은 '또 다른 7년 뒤엔 절대 이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며 이들의 성공을 내다본 당시 씨네 21 백은하 기자의 애정어린 시선이다.
씨네 21의 기자가 그랬듯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신인임에도, 아니 신인이기에 시선이 가 닿는 인물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알아봐 줬으면 하고 조건 없는 응원을 보내게 되는 배우들이 있다. 오늘은 20년 뒤가 더 기대되는 2000년대생 배우를 모아봤다. 20년 뒤 이 포스트를 다시 찾아봤을 때 20년 전 씨네 21이 선정한 '7인'처럼 여전히 왕성히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문상민(2000년생)
주요 작품 : <슈룹>
차기작 : <방과 후 전쟁활동>
문상민은 2022년 10월 첫 방송된 tvN<슈룹>에서 중전 화령(김혜수)의 둘째 아들, 성남대군 이강 역을 맡아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눈에 띄는 비주얼, 큰 키와 넓은 어깨, 따뜻한 중저음의 목소리,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로 '<슈룹>, 김혜수 때문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문상민에 빠져들었다.'라는 고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문상민은 <슈룹>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삐딱하고 건방지지만, 어쩐지 슬픈 눈빛이 서린 왕자. 궁 안에서 애지중지 귀하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다른 왕자들과 달리 궁 밖 서촌에서 자랐기에 민초들의 삶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며 가슴 아파하는 준비된 차기 왕 성남대군. 아직 앳된 얼굴에 귀여운 미소가 매력적이지만 듬직한 어깨와 190cm의 큰 키를 갖춘 피지컬은 반전 매력을 보인다. 문상민은 실제 한림예고 모델과를 다니며 모델을 꿈꾸기도 했다.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 후 2021년 넷플릭스 <마이네임>에 출연하여 연기 경험을 쌓은 후, 단숨에 tvN <슈룹> 주연을 꿰찬 배우 문상민. 2022년 김혜수, 김혜숙, 최원영 등 대선배들 틈에서도 죽지 않는 존재감 드러내며 맹활약 한 그의 10년 뒤, 20년 뒤가 더 기대된다.
탕준상(2003년생)
주요 작품 : <사랑의 불시착> <무브 투 헤븐> <라켓소년단>
차기작 :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 <엑시던트>
벌써 데뷔 13년 차다. 영화,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을 넘나드는 모습이 조승우를 연상케 한다. 탕준상은 8세 때부터 빌리 엘리어트를 시작으로 뮤지컬 아역으로 활동 해왔다. 이후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미제라블> 등 다양한 작품을 하다 2014년, EBS 어린이 드라마 <플루토 비밀결사대>로 TV에 진출한다.
배우 탕준상은 <오빠생각>(2016)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에는 연극과 뮤지컬보다 영화나 드라마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쌓는다. 특히 최근에는 tvN<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SBS<라켓소년단>을 통해 대중에게도 널리 얼굴을 알렸다.
언젠가 <미생>같은 사회 초년생의 삶을 다룬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며 조승우, 조정석처럼 뮤지컬, 드라마, 영화를 오가는 다재다능한 예술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 젊은 배우의 포부에서 미래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20년 뒤 탕준상은 아직 30대일 테지만, 경력은 무려 33년 차가 된다. 탕준상의 미래를 그려 보니, 왠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성유빈(2000년생)
주요 작품 : <마녀2> <윤희에게> <살아남은 아이>
차기작 : <카운트> <유쾌한 왕따>
성유빈은 2011년 영화 <완득이>로 데뷔 후 <파파로티>,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린> 등에서 성인 연기자의 아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후 2018년에는 아역이 아닌 독립적 캐릭터를 연기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게 되는데 영화 <살아남은 아이>를 통해서다. 이 영화로 성유빈은 2018년 씨네21 영화상 올해의 신인남자배우상, 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자연기자상, 제6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배우 성유빈은 2019년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에서 '경수'를 연기하며 성인 역할로의 첫 필모를 쌓는다. 이후 <마녀2>, <장르만 로맨스> 등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력 보여주며 아역배우 출신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처럼 제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라는 배우 자신의 바람처럼 세간에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배우가 되길 바란다.
박지후(2003년생)
주요 작품 : <벌새> <지금 우리 학교는>
차기작 :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지후는 2019년 영화 <벌새>에서 은희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다. 이 영화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도 인정받는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해 중학생이있던 <벌새>의 은희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어 넷플릭스의 재난물을 찍게 되는데 그게 바로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주연 남온조 역할을 맡은 박지후는 드라마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방영된 덕택에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큰 사랑을 받는다. 같은 해 tvN에서 방영된 <작은 아씨들>에서도 셋째 오인혜 역할을 맡아 연기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차기작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스릴러로 박지후는 황궁아파트의 주민 혜원 역을 맡는다. 원래 재난물을 좋아했다는 박지후는 '좋아했던 장르를 직접 연기한다는 게 너무 재밌었다'라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각기 다른 얼굴을 한 재난 상황을 다양한 온도로 연기해온 그의 과거가 다가올 인물들을 고대하게 만든다.
노윤서 (2000년생)
주요 작품 : <우리들의 블루스> <20세기 소녀>
차기작 : <일타스캔들>
노윤서는 앞서 소개한 네 명의 배우에 비하면 아직도 미지의 배우다. '노윤서'라는 이름이 <우리들의 블루스>의 호화 캐스팅 배우 명단과 함께 공개 됐을 때 난데 없이 나타난 이 배우에게 대중은 의구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내 노윤서는 안정된 연기력과 고양이를 닮은 신비로운 비주얼로 고교생 커플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대중의 호평을 얻는다. 군더더기 없는, 흔히 '쪼'가 없는 연기로 청소년 임신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섬세한 감정연기로 풀어내 올 상반기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는 나보라(김유정)의 하나뿐인 단짝 친구인 김연두로 분해 그 시절 친구들의 우정과 순진무구한 사랑을 그렸다.
노윤서는 요즘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대학 생활을 병행 중이다. '연기하는 일은 아주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고 또 컨트롤하는 작업이라 즐겁다. 내 의도가, 내 해석이 어떻게 담기는지 지켜보면서 배우는 과정에 있다.'라고 아직 배우는 중이라 덤덤히 인정하는 노윤서의 담백함이 좋다. 과장하지 않는, 그만의 연기톤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