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오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기도, 정산하기도 한다. 늘 그랬듯 영화계 정산도 이쯤에서 해볼 만하다. 2022년 전 세계 흥행 성적 톱 5와 워스트 5를 정리했다. 먼저 톱 5를 1위부터 순서대로, 그리고 워스트 5를 5위부터 역순으로 나열했다. 각 영화 개봉일은 북미와 우리나라 개봉일 중 선개봉한 날짜를 표기했으며 흥행 기록은 박스오피스모조(boxofficemojo)를 참고했다. 각 영화마다 손익분기점의 기준은 다르나 일반적으로 제작비의 2배를 손익분기점으로 삼곤 한다.


TOP

1위
탑건: 매버릭
14억 달러

올해 최고 흥행작은 <탑건: 매버릭>이 가져갔다. 5월 18일 개봉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흥행 성적은 약 14억 8790만 달러. 제작비가 2억 달러 미만이라 한 5억 달러를 찍었어도 대박인데,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선 북미보다 한 달이나 늦게 개봉했는데, (소문대로) 톰 크루즈와 주역들이 내한해 화제를 모으고 작품 완성도로 장기 상영에 성공하며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2022년 개봉 외화 중 최고 성적이고, 월드 와이드 성적에서도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외화 투자나 개봉을 금지했는데 <탑건: 매버릭> 또한 그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올해 <탑건: 매버릭> 등 승승장구하는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영화계가 여러모로 재편되고 있음이 입증됐다.

탑건: 매버릭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제니퍼 코넬리, 마일즈 텔러

개봉 2022.06.22.

상세보기

2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10억 달러

90년대부터 2022년대까지 이어진 '쥬라기' 프랜차이즈의 대단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월드 와이드 흥행 수익 2위를 차지했다. 500만 관객을 돌파한 전작 두 편에 비하면 이번 영화는 283만 명, 상대적으로 초과한 성과를 거둔 우리나라에선 이 영화가 이렇게 성공한 것이 놀랍게 보인다. 뭐, 월드 와이드 성적으로 봐도 전작들(각각 16억 달러, 13억 달러)에 비하면 10억 달러를 간신히 넘었으니 상대적으로 빈약하긴 하다. 중국 개봉에 성공했는데도 중국 개봉을 못한 1위 <탑건: 매버릭>과 4억 달러가량 차이가 나고. 그래도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신작 트릴로지가 모두 10억 달러를 돌파한 초흥행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탑건: 매버릭>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이전 작품의 주인공들이 그대로 등장한 속편인데 이런 작품들이 사랑을 얻은 건 과거를 그리워하는 대중심리가 조금은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개봉 2022.06.01.

상세보기

3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9억 달러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월드 와이드 3위에 안착했다. 안착보다는 간신히란 표현이 적합할지 모른다. 총 9억 5577만 달러를 벌었는데, 4위 <미니언즈2>와 2천 달러도 차이 나지 않으니까. 마블 스튜디오 입장에선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르겠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그래도 중국 개봉을 못했다는 변명(?)이 있긴 하다. 5월 4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여세를 입어 꽤 빠르게 흥행 성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의 성격상 초반의 강세는 후반의 약세로 이어졌다. 특히 디즈니+ 독점 드라마 <완다비전>과 긴밀하게 연결된 작품이어서 신규 유입 관객을 다 잡지 못했다는 게 상대적으로 컸다. 약 6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하면 3억 달러나 높은 성적이지만, 전작(<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비하면 아쉬울 수밖에. 무엇보다 이후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이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개봉 2022.05.04.

상세보기

4위
미니언즈2
9억 달러

코로나19로 2년이나 개봉을 미뤘던 <미니언즈2>가 그래도 4위를 차지해 여전한 인기를 자랑했다. 7월 1일 개봉한 <미니언즈2>는 전 세계 9억 3943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제작비 8천만 달러. 2022년 월드 와이드 5위까지 작품 중 가장 저렴한 영화가 가 이만큼 벌었으니 미니언들의 힘은 여전하다. <미니언즈>가 11억 달러, <슈퍼배드 3> 10억 달러를 돌파했던 과거에 비하면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10억 달러만 못 넘었을 뿐 수익 낙폭은 미비한 수준이니 개봉 연기를 거듭한 선택이 현명했던 셈이다. 한국에서도 <미니언즈> 262만, <슈퍼배드 3> 332만, <미니언즈2> 226만 명을 동원했으니 '다들 힘들었다'는 극장가 분위기에 비해 선방했다. 

미니언즈2

감독 카일 발다

출연 스티브 카렐, 타라지 P. 헨슨, 루시 로리스, 장 끌로드 반담, 양자경

개봉 2022.07.20.

상세보기

5위
더 배트맨 
7억 달러

리부트마다 흥행에 성공하는 그 이름,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을 선보인 <더 배트맨>이 2022년 월드 와이드 흥행 5위를 기록했다. 팬데믹의 끝자락인 2022년 3월 1일 개봉한 <더 배트맨>은 3시간에 육박하는 상영 시간에도 흥행을 이어갔다. 맷 리브스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이 힘을 합친 이번 배트맨은 보다 코믹스에 가깝게 미스터리와 추리를 중점으로 영화를 채웠다. 그만큼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많았고 한국에선 특히 힘을 못 쓴 편. 국내 성적은 90만 명 동원으로 100만의 벽도 넘지 못했다. 5위이긴 하나 4위 <미니언즈2>와 1억 5천만 달러가량 차이 나는 것도 '코로나19가 없었다면…'이란 아쉬움을 남긴다. 

더 배트맨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앤디 서키스, 조 크라비츠, 폴 다노

개봉 2022.03.01.

상세보기

WORST

5위
킹스 도터

우리는 제목도 못 들어본 <킹스 도터>. 카야 스코델라리오, 벤자민 워커, 피어스 브로스넌 등 나름 유명한 배우들이 주연을 했는데도 북미에서 망하고 한국 개봉도 못했다. 왜? 영화가 너무 구린 데다 하필이면 판빙빙이 주연이었기 때문. 무슨 일인고하니 이 영화는 본래 2014년 개봉 예정이었는데, 영화에 CG가 많이 필요하단 이유로 피일 차일 개봉을 미뤄왔다. 그러다 2018년, 판빙빙의 탈세 스캔들이 터지면서 판빙빙의 영화들이 모두 중단됐던 것. 거기에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킹스 도터>는 그렇게 완전히 잊히는 듯했으나 (배급사에서 털어내고 싶었는지) 2022년 작게나마 현지 개봉했다. 제작비 4천만 달러(판타지 영화인데 제작비 규모부터 미심쩍다)를 들여 월드 와이드 성적은 200만 달러. 개봉 규모가 작긴 했다지만 본전은커녕 후반작업 비용도 못 벌었을 듯하다.

판빙빙(왼쪽)은 그나마 CG 작업이 필요한 인어로 출연했다.
킹스 도터

감독 숀 맥나마라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 피어스 브로스넌, 윌리엄 허트, 벤자민 워커, 판빙빙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4위
355

판빙빙 스캔들+판데믹 환장의 콜라보 시즌 2. <355>는 제작 단계에서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제시카 차스테인, 루피타 뇽, 다이앤 크루거, 페넬로페 크루즈, 판빙빙까지 각국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 그렇지만 그 화제성은 여러 사고가 겹치면서 휘발되고 말았다. 판빙빙 탈세 스캔들로 일단 한 박자 쉬어야 했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촬영과 개봉 모두 차질을 빚었다. 감독이 사이먼 킨버그란 점이 불안했고, 그 불안이 현실화된 것도 문제였다. 영화는 2022년 1월 7일에 개봉했으나 월드 와이드 성적 2782만 달러에 만족해야 했다.

<355> 판빙빙
355

감독 사이먼 킨버그

출연 다이앤 크루거, 페넬로페 크루즈, 제시카 차스테인, 루피타 뇽, 판빙빙

개봉 2022.02.09.

상세보기

3위
암스테르담

심기일전이 통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O. 러셀이 6년 만에 내놓은, 그것도 단짝배우 크리스찬 베일까지 합세한 <암스테르담>이 2022년 흥행 대실패 순위에 올랐다. 크리스찬 베일, 마고 로비, 존 데이비드 워싱턴, 크리스 록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10월 7일 북미 개봉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작품은 혹평 받고 흥행에도 실패해 한국 개봉조차 취소됐을 정도. 캐스팅에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기에 제작도 8000만 달러나 들었는데, 월드 와이드 성적은 3125만 달러. 우리나라에선 12월 7일 디즈니+로 공개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으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나 화제성이 이미 사라진 모양이다.

암스테르담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고 로비, 존 데이비드 워싱턴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2위
문폴

할리우드 재난 영화면 흥행이 보장되던 시절이 있다. 하물며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의 롤랜드 에머리히 이름이 붙었다면 '안 봐도 유튜브'였다. 그런데 <문폴>은 흥행에 실패했다. 궤도를 이탈한 달과 이를 조사하러 나선 조사단의 이야기는 분명 꽤 흥미로운데, 문제는 이야기의 전개였다. 롤랜드 에머리히 영화 특유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 그렇게 구미 당기는 것이 아녔다. 결국 1억 3천만 달러를 들인 SF 재난 영화는 6729만 달러를 회수하며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심지어 중국의 지원을 받은 영화임에도 이런 성적이란 건 흔히 말하는 '중뽕' 효과조차 보지 못한 것이니 더 비참하다. 

문폴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존 브래들리, 마이클 페나, 도날드 서덜랜드

개봉 2022.03.16.

상세보기

1위
스트레인지 월드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디즈니는 올해도 SF 때문에 물먹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스트레인지 월드>는 11월 23일 개봉해 지금까지 5385만 달러를 벌었다. <스트레인지 월드>의 제작비는 적어도 1억 3000만 달러에서 1억 8천만 달러를 알려져 있다. 디즈니 산하 픽사 스튜디오의 <버즈 라이트이어>가 망했다 망했다 해도 월드 와이드 2억 2642만 달러로 제작비만큼은 벌었다(물론 손익분기점은 제작비의 2배지만). <스트레인지 월드>는 그 망했다는 <버즈 라이트이어>만큼도 벌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SF 어드벤처 <보물성>,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고전 SF 소설 영화화에 도전한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와 함께 '디즈니 SF의 참사'로 엮어도 손색없는 예시가 추가된 것이다. 

스트레인지 월드

감독 퀴 응우옌, 돈 홀

출연 제이크 질렌할, 데니스 퀘이드, 가브리엘 유니온, 루시 리우

개봉 2022.11.23.

상세보기

번외. 뜨거운 감자 
블랙 아담

올해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흥행 1위도, 폭망 1위도 아니긴 하다. 현재 흥행 성패로 설왕설래 중인 영화는 <블랙 아담>이다. 드웨인 존슨 주연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10월 19일 개봉해 지금까지 월드 와이드 3억 8916만 달러를 벌었다. 문제는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분분하단 것이다. 매체 '버라이어티'는 6억 달러가 손익분기점이라며(제작 기간이 길었던 걸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반박하듯 매체 '데드라인'은 <블랙 아담>의 손익분기점이 3억 3800억 달러에 불과하고 극장 상영 및 2차 매체 실적을 포함하면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실제로는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완전 흥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공공연하게 발표한 꼴이 되고 말았다.

블랙 아담

감독 자움 콜렛 세라

출연 드웨인 존슨, 노아 센티네오, 피어스 브로스넌, 퀸테사 스윈들, 알디스 호지, 사라 샤이

개봉 2022.10.19.

상세보기

씨네 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