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떤 영화가 인기 있었을까,라는 질문에는 흥행 순위를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올해 어떤 영화가 가장 화제였을까를 묻는다면, 답안지가 조금 달라진다. 물론 대체로 인기 있는 영화가 화제인 편이지만, 그렇다고 인기가 곧 화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이를테면 OTT 영화 같은 경우가 있고. 구글은 매년 연말마다 검색 트렌드를 공개하는데, 이게 또 세간의 흥행이나 평가와는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2022년 구글 검색 트렌드 영화부문을 살펴본다.

구글 2022년 검색 트렌트 대한민국 영화 순위
영화

1) 범죄도시 2
2) 탑건: 매버릭
3)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4) 한산: 용의 출현
5) 헤어질 결심
6) 헌트
7)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8) 비상선언
9)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10) 공조2: 인터내셔날


1위 범죄도시2

적어도 올해는 흥행=화제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는 2017년 영화 <범죄도시>의 속편으로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극악무도한 범죄자 강해상(손석구)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흔히 말하는 '마동석표 영화'의 대표주자로, 전작이 엄청나게 흥행한 만큼 속편의 스케일이 무척 커졌다. 전작은 서울을 배경으로 했는데, 이번 영화는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범죄자를 잡는다는 식으로 베트남까지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제 베트남 로케이션은 무산됐으나 국내 로케이션만으로도 베트남의 후덥지근한 열기를 그대로 전해 호평을 받았다. 악역을 맡은 손석구도 전작 장첸(윤계상)을 이길 수 있겠냐는 우려와 달리 열연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범죄도시2>는 1269만 명을 동원해 2022년 유일한 천만 영화이자 최고 흥행작으로 우뚝 섰다.

범죄도시2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개봉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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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탑건: 매버릭

2위까지, '흥행=화제'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탑건: 매버릭>은 1986년 영화 <탑건>의 속편으로 25년 만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나온 속편이 전작과 너무 다르거나, 설정을 훼손하는 경우가 심심찮아 우려를 받았으나 <탑건: 매버릭>은 전작의 주인공 톰 크루즈가 주연과 제작을 겸하면서 전작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거기에 톰 크루즈의 전매특허, CG 최소화한 아날로그 액션이 이번 영화에도 이어졌다. 배우들은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진 않아도 직접 탑승해 연기를 펼쳤고, 그들의 연기와 실제로 주행되는 전투기의 박력이 시너지를 내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한국은 현지보다 한참 늦은 6월 22일에 개봉했는데, 주연 배우들의 내한과 영화의 강렬한 힘에 입소문을 탔고 817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현재까지 2022년 최고 흥행 외화. 올해 흥행 순위 5위권 영화 대다수가 최대 2200~2500개 스크린을 확보한 것에 비해 스크린수 1900대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탑건: 매버릭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제니퍼 코넬리, 마일즈 텔러

개봉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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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2022년 첫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검색 트렌드 3위를 차지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588만 명을 동원해 2022년 흥행 순위 5위에 머물렀으니 '흥행=화제' 공식이 무너지긴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2016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속편이자 MCU 페이즈 4의 5번 타자. MCU가 꾸준히 암시한 '멀티버스'를 본격적으로 그렸다. 스칼렛 위치로 흑화한 완다 역의 엘리자 베스 올슨과 여러 버전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력,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와 크리스틴 팔머(레이첼 맥아담스)를 비롯한 신구 캐릭터의 조화 등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중견 감독 샘 레이미의 연출은 호불호를 빚었고 드라마 <완다비전>과 연계되는 스토리는 '닥터 스트레인지 단독 영화'를 기다린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개봉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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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한산: 용의 출현

1761만 관객을 모아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명량>의 속편 <한산: 용의 출현>이 검색 트렌드 4위. 속편이지만 <명량>의 후사가 아닌 전사를 다루는 프리퀄로 이순신 장군은 박해일이 연기했다. 조진웅이 연기한 와키자카를 변요한이, 오타니 료헤이가 맡았던 준사를 김성규가 맡는 등 전편의 등장인물 대다수는 더 젊은 배우들에게 돌아갔다. 제목처럼 한산해전을 다루며,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잡기 위해 담대한 전략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전편의 김한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그래서인지 전편에서 혹평 받은 부분이 보완됐다. 726만 관객을 돌파해 2022년 최고 흥행작 3위에 안착했다. 이후 확장판 <한산 리덕스>도 공개됐다.

한산: 용의 출현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개봉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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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헤어질 결심

5위는 박찬욱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올랐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출연한 이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꽤 충격적인 영화'라는 루머를 낳았는데, 공개된 작품은 루머와는 반대로 감성적이고 아련한 부분이 많았다. 형사 장해준(박해일)이 한 사내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의 아내 송서래(탕웨이)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이 의심하고 의심당하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박찬욱-정서경 콤비의 재치 있는 대사들로 풀어냈다. 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개봉 당시엔 극장 침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189만 명을 동원, 200만의 벽조차 넘지 못했다. 하지만 평단에서 호평을 받으며 거듭 언급됐고, 관객들 사이에서도 계속 회자되며 화제성만큼은 롱런 중. 현재 미국 아카데미에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로 등록됐다고 한다.

헤어질 결심

감독 박찬욱

출연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개봉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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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헌트 

2020년대라도 아직 2년밖에 안됐지만, 2020년대에 재평가된 스타를 지금 당장 뽑자면 이정재가 아닐까 싶다. 2021년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히트로 월드 스타가 되더니, 2022년엔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헌트>가 호평과 흥행 모두 잡았다. <헌트>는 안기부 내부에 잠입한 스파이 동림을 색출하기 위한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당시 국가 안보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안기부에 숨은 첩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액션과 심리 스릴러, 시대상을 고르게 담아 흥행에도 성공했다. 최종 성적은 435만 명으로 2022년 흥행 순위 6위를 달성했다. 여러 차례 제작이 중단될 뻔한 프로젝트를 이정재가 시나리오를 구매하고 각색하는 등 애착을 가지고 끝내 완성까지 시켰다. 그 결과 청룡영화제,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감독상까지 받았으니 이정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과를 거둔 셈. 

헌트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정만식

개봉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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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어쩌다 보니 "속편 낼게요" 선언만 하고 속편을 만들지 못하던 감독 박훈정이 처음으로 진짜 속편을 냈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 2>)은 2018년 개봉한 <마녀>의 속편. 연구소에서 탈출한 소녀(신시아)가 경희(박은빈)-대길(성유빈) 남매를 만나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약해보이는 소녀가 사실은 엄청난 초능력자라는 설정은 전작과 동일한데, 전작에서 어느 정도 설정을 풀었기에 보다 다양한 세력과 인물의 대립에 초점을 맞췄다. 시원시원한 액션이나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호평을 받았으나 전작보다 더한 만화적인 장면이나 대사는 상대적으로 불호가 많은 부분. 총 280만 명이 보았는데, 전작 대비 제작비가 높은데도 성적(318만 명)은 낮아진 것이라 제작진 입장에선 조금 아쉬웠을 듯. 박훈정 감독은 <마녀> 시리즈를 삼부작으로 구상했다니, 팬들은 다음 속편만 오매불망 기다릴 수밖에.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감독 박훈정

출연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개봉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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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비상선언

올 영화계에서 이런저런 비화를 가장 많이 빚은 <비상선언>은 의외로 8위라는 낮은 순위. <비상선언>은 항공기 테러 사건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본 골자로 한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 화려한 출연진과 200억(최종 300억)에 달하는 제작비, 한국 영화에서 도전한 적 없는 항공 재난 영화여서 제작 발표 때부터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조절하다 2022년 8월 3일 드디어 개봉한 것. 그런데 <비상선언> 영화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역바이럴'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른 의미로 관심을 모으고 말았다. 영화가 다소 엉뚱한 전개를 보인 것조차 나중에는 얘깃거리가 되지 못한 정도. <비상선언>은 200만 관객을 간신히 넘긴 채 길고 길었던 개봉 연대기의 막을 내려야 했다.

비상선언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개봉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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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1년 12월 15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열기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MCU 세계에서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신원이 드러나면서 벌어진 일련의 이야기를 그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멀티버스의 활용으로 그간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배우들이 함께 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삭제 장면을 더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펀버전'>이 10월 5일 개봉하기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제이콥 배덜런, 마리사 토메이, 알프리드 몰리나

개봉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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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공조2: 인터내셔날

2022년 흥행 순위 4위의 <공조2: 인터내셔날>이 구글 검색 트렌드 순위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공조2: 인터내셔날>은 2017년 <공조>의 속편으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가 국제적 범죄자를 위해 공조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편은 FBI까지 합류해 요원 잭 역을 다니엘 헤니가 맡았다. 9월 7일 개봉해 추석 시즌을 노린 선택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총 698만 관객을 동원했다. 전편과 비슷한 스토리라 사전 정보를 찾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영화 외적으로 잡음이 적었서인지 흥행과 별개로 검색 트렌드 순위가 낮은 점이 특이하다.

공조2: 인터내셔날

감독 이석훈

출연 현빈, 유해진, 윤아, 다니엘 헤니, 진선규

개봉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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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과 2022년의 차이
한국영화 ↑, MCU ↓?

2022년 구글 검색 트렌드 대한민국 영화 순위 2021년(왼쪽), 2022년

지난해 구글 검색 트렌트와 비교하면 올해는 한국영화가 강세였단 걸 체감할 수 있다. 2022년 초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국내 배급사들은 판데믹 기간 중 개봉을 연기한 화제작을 개봉했고, 그 결과가 검색 트렌드에도 드러났다. 특히 2021년엔 <이터널스>,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 MCU 개봉 영화가 모두 검색 트렌드에 올랐는데, 올해 개봉작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검색 트렌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MCU에 대한 관심도나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2021년 검색 트렌드는 OTT 개봉작 <승리호>나 한국·태국 합작 영화 <랑종> 등이 있어 좀 더 다채롭다는 느낌.


2022년 한국과 세계 트렌드 차이는?

2022년 구글 검색 트렌드 영화 순위 전세계(왼쪽), 대한민국

대한민국 검색 트렌드와 전 세계 검색 트렌드를 비교하면 <탑건: 매버릭>만이 공통분모로 살아남았다. 한국 검색 트렌드에선 이름을 올리지 못한 <토르: 러브 앤 썬더>가 1위를 차지했다. 아카데미 시즌 전후로 OST가 갑자기 인기를 끈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눈에 띈다. <브라흐마스트라: 1부 - 시바>와 <케이.지.에프 : 전설의 시작>의 속편 <K.G.F: Chapter 2>가 인도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영화가 하도 구려서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고 놀림받는 <모비우스>도 빛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