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파트 디스토피아
★★★★
아파트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욕망과 그 민낯을, 대재난과 디스토피아 상황을 통해 바라본다. 그 시선은 사회적 비판과 풍자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기술적 성취도 뛰어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안정감이 관객을 몰입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소시민 지옥도 속 인간 군상의 딜레마
★★★★
재난을 스펙터클로 소비하지 않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한국 사회가 가진 욕망의 가장 정확한 축소판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인간성 본질의 탐구를 추구한 블랙코미디. 생존의 기적은 곧 새로운 특권이 되고, 나아가 ‘선택받았다'라는 착각에 빠진 이들의 집단적 광기는 기이한 영화적 활력으로 기능한다. 인물 간 갈등은 선과 악의 대립이라기보다, 상식선에서 펼쳐지는 이타와 이기 사이의 딜레마다. 다양한 선택을 비추며 그것을 다시 관객 각자의 고민으로 치환해 내는 이 영화의 질문은 평범한 듯 값지다. 불필요한 과시는 없지만 시네마틱한 순간들의 쾌감은 확실하게 챙긴다는 것도 장점. 극의 분기점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갈아 끼우는 듯한 이병헌을 비롯, 박서준과 박보영 등의 배우들에게서는 그들의 최근작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이 엿보인다. 한국영화 ‘다음 세대'의 어떤 증거라 부르기에 부족함 없는 작품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아파트 디스토피아는 이미 여기에
★★★☆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를 배경으로 지옥도를 그려 보인다. 황궁아파트의 풍경은 우리 역시 디스토피아와 멀지 않다고 말한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높은 담을 세우고, 자가와 전세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싶어 하는 천박함은 현재진행형이다.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잔혹함보다는 공생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에 더 집중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부실시공을 허락지 않는 창작자의 야심
★★★★
지진 진앙이 어디이고 원인이 무엇인가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 영화가 길어 올리는 공포의 근원은 재난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다. 극한의 상황에 직면한 인간 군상들의 분열과 광기와 이기심이 어디로 뻗어나가고, 그 안에서 정치가 어떻게 득세하며 자멸하는가가 한국 사회의 환부를 건드리며 스크린에 끈적하게 엉겨 붙어 흐른다. 부실시공 따위 허락하지 않겠다는 연출자의 야심이 극 전반에 흐르는 가운데 연기·분장·촬영·미술 등 뼈와 살이 되는 모든 요소가 제자리에 정확히 놓여 완성도에 일조하는, 근래 보기 드물게 영화적 창의력이 시종 작동하는 영화다. 이 와중에, 이병헌은 뭐랄까. 이제 ‘이병헌, 연기 엄청나다’는 그냥 ‘참’인 명제 같다.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함을 이병헌은 소스라쳐지는 질감으로 형상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