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카데미 주인공은 누구?

아카데미 공식 후보작은 2024년 1월 23일에 발표하지만, 그전에 인디와이어가 아카데미의 주인공을 먼저 점쳐보았다. 그래서 인디와이어에서 공개한 2024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후보 소개를 준비했다.
*후보의 순서는 abc 순서로 배치했습니다.

남우주연상

<에어> 맷 데이먼

<에어>의 소니(맷 데이먼)

<에어>(2023)는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나이키 브랜드 ‘에어 조던’의 탄생기를 다룬 전기 영화로, 경쟁사 컨버스, 아디다스에 한참 뒤처지던 나이키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에어 조던’ 탄생기를 다룬 영화이니 으레 ‘마이클 조던’이 주인공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나이키 농구화 부서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로, 맷 데이먼이 맡았다. <굿 윌 헌팅>(1998)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은 수상했지만 늘 남우주연상 후보에 그쳤던 맷 데이먼이 이제는 상을 받을 때가 되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흥행은 다소 아쉬웠으나 누구나 좋아할 만한 스포츠의 언더독 정신을 다뤘고, 특히나 연령대가 높은 남성 관객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에어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이슨 베이트먼, 말론 웨이언스, 크리스 메시나, 크리스 터커,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2023.04.05.

<플라워 킬링 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플라워 킬링 문>의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두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처음으로 함께 스코세이지 영화 <플라워 킬링 문>(2023)에 출연한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플라워 문』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20년대 석유로 한순간에 막대한 부를 거머쥔 오세이지 부족 원주민에게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돈을 노린 이들에게 살해당한 오세이지 부족 원주민을 수사하는 FBI의 이야기가 주요한 포인트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부유해진 인디언 중 한 명인 몰리 버크하트(릴리 글래드스톤)의 백인 남편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맡았다. 2023년 칸 영화제 초연된 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전체 커리어 중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플라워 킬링 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개봉 2023.10..

<페어 플레이> 엘든 이렌리치

<페어 플레이>의 루크(엘든 이렌리치)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엘든 이렌리치가 클로 도몬트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페어 플레이>(2023)로 주목을 받았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한 <페어 플레이>는 경쟁이 치열한 헤지펀드 회사를 배경으로, 약혼한 지 얼마 안 된 사내 커플 루크(엘든 이렌리치)와 에밀리(피비 디네버)의 무너지는 관계에 조명한다. 영화는 ‘에밀리가 루크보다 먼저 승진했다’는 단순한 소재를 사용해서 성별과 권력의 역학 관계를 숨 막히게 표현해냈다. 감독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여전히 남자의 성공은 (두 사람) 관계의 승리지만, 반대는 위협처럼 느끼는가”를 화두로 던진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에서 한 솔로를 맡은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엘든 이렌리치는 약혼녀의 성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 루크로 돌아와 폭발하듯이 연기를 펼쳤다. 실제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그가 10초 만에 세트장 지붕을 날렸다고.

페어 플레이

감독 클로 도몬트

출연

개봉 미개봉

<어 리틀 프레이어> 데이비드 스트라탄

<어 리틀 프레이어>의 빌(데이비드 스트라탄)

조용한 가족드라마 <어 리틀 프레이어>(2023)는 사소해 보이는 문제를 안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풀어나간다. 느리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어느 하나 소홀한 법 없이 삶의 본질을 포용하며, 누구 하나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법이 없다. 이 영화에서 속도는 중요치 않다. 가족 간의 갈등을 시간을 들여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데이비드 스트라탄은 판금 회사 소유주인 빌을 맡아 단단한 연기를 선보인다. 빌과 그의 아내 베니다(셀리아 웨스턴), 아들 데이비드(윌 풀렌), 며느리 태미(제인 레비)는 솔직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태미를 친자식처럼 아끼는 빌과 베니다는 데이비드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태미에 대한 죄책감과 지켜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데이비드 스트라탄은 조용하고 사려 깊은 아버지의 모습과 아들의 경솔한 행동에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어 리틀 프레이어

감독 앵거스 맥라클란

출연

개봉 미개봉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오펜하이머>의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크리스토퍼 놀란은 페르소나 킬리언 머피를 두고 ‘질리진 않느냐’란 인터뷰이의 질문에 “앞으로 제작하는 모든 영화에 킬리언 머피를 캐스팅하고 남은 커리어 동안 그에게 의지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와 같이 답했다. <28일 후>로 시선을 끌었지만 이후 단역과 조연으로만 출연하던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 스케어크로우 역을 맡아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고, <인셉션>(2010)을 포함해 놀란 감독 영화에 꾸준히 캐스팅되어 세계적인 배우로 얼굴을 알렸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 <오펜하이머>(2023)는 놀란 감독 영화의 첫 주연작으로 그는 영화에서 실존 인물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

오펜하이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케이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개봉 2023.08.15.

여우주연상

<페어 플레이> 피비 디네버

<페어 플레이>(2023)의 엘든 이렌리치와 함께 주인공 에밀리 역을 맡은 피비 디네버가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졌다. 에밀리는 약혼남보다 더 빨리 승진한 여성으로 수트를 입은 그는 자신 있고 대담하다. 그런 강인한 모습을 표현한 피비 디네버를 두고 감독은 “피비는 완벽하게 (촬영을) 준비하지만, 촬영장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순간에 집중한다”고 표현했다. 두 주인공은 약혼이라는 미묘하게 불안정하고 섹슈얼함이 가미된 관계를 표현하며 익숙한 ‘에로틱 스릴러’가 아닌 ‘성인의 스릴러’를 적확하게 그려낸다.

페어 플레이

감독 클로 도몬트

출연

개봉 미개봉

<아나토미 오브 어 폴> 산드라 휠러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의 산드라(산드라 휠러)

2023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나토미 오브 어 폴>(2023)에서 산드라 휠러는 프랑스인 남편 사무엘(사뮤엘 테이)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독일 작가 산드라 역을 맡았다. 영화는 어느 날 눈 속에서 남편이 시체로 발견되자 경찰은 평소 갈등이 있던 아내 산드라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한다. 부부에겐 시각장애인 아들 다니엘이 있는데, 그가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이 된다. 영화는 법정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산드라와 사무엘이 빚었던 갈등에 보다 초점을 맞춰 객관적 시선으로 가족의 파괴를 추적한다. <토니 애드만>, <인 디 아일>, <시빌> 등으로 국내에도 점점 알아보는 관객이 많아진 산드라 휠러가 미국 땅에서도 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아나토미 오브 어 폴

감독 저스틴 트리엣

출연

개봉 미개봉

<패스트 라이브즈> 그레타 리

<패스트 라이브즈>의 노라(그레타 리)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인연과 전생이라는 개념을 할리우드에 알린 작품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인 셀린 송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은 12년 간격으로 세 차례 만남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뉴욕에서 다시 한번 만난다. 이미 백인 남성 아서와 결혼한 노라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해성(유태오)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영화에서 노라 역을 맡은 그레타 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젖어드는 현실적인 어른의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패스트 라이브즈

감독 셀린 송

출연

개봉 미개봉

<바비> 마고 로비

<바비>의 바비(마고 로비)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금발 배우로 정의되던 마고 로비는 이제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제작자가 되었다. 마고 로비는 자신이 설립한 제작사 럭키챕 엔터테인먼트로 바비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했다. 지금 전 세계가 열광하는 <바비>는 마고 로비가 끌고 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내나 여자친구로만 나오는 대본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서” 제작사를 설립했다는 그는 <바비>로 바비인형이 대변하던 여성성과 그 변화에 주목했다.

바비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케이트 맥키넌, 잇사 레이, 두아 리파, 시무 리우

개봉 2023.07.19.

<어 싸우전드 앤 원> 테야나 테일러

<어 싸우전드 앤드 원>의 이네즈(테야나 테일러)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댄서, 그리고 배우였던 테야나 테일러는 <어 싸우전드 앤드 원>으로 순수하게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전과자 엄마와 어린 아들의 삶을 11년 동안 따라가며 인종적,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다. 영화에서 테야나 테일러는 위탁가정에서 아이를 납치해 10년 동안 할렘에서 기르는 엄마 이네즈 역을 맡았다. 이네즈는 미용사이자 전과자로 버려진 기억으로 상처 입은 테리를 데리고 할렘으로 향한다. 납치를 시작으로 한 관계지만 두 사람은 관객의 예상처럼 불안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갑작스레 등장한 이네즈의 남자친구 럭키(윌리엄 캐틀렛) 역시 관습처럼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이네즈의 삶을 테일러는 모든 운명과 굴곡, 그리고 경이로운 순간을 받아들이듯 열린 연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