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고 보니 아저씨였다”라는 말이 있듯이, 50대 배우들은 나이가 무색하게 세대불문 사랑을 받고 있다. 자신을 좋아하는 어린 팬을 보며 의아해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웃음 포인트. 50대 배우들은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시 제2의 리즈를 갱신하는 모양새. 그래서 필자가 뽑고 데뷔시킨 가상의 보이(?) 그룹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7인조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
생일: 1967년 5월 1일 (만 56세)
포지션: 리더, 센터
최근작: 영화 <더 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차기작: 영화 <보통의 가족>
‘지천명 아이돌’의 창시자이자, 센터이자, 맏이이자, 지주이자, 리더. 팀 내 유일한 60년대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은 수많은 ‘불한당원’을 낳은, 그야말로 전설의 시작이었다. 이후, 설경구는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에 연달아 출연하며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은 모양새. 그의 팬덤은 충성도가 강한데, 팬들은 그의 생일을 맞아 영화관을 선물해 '설경구관'이 탄생하기도 했다. 아이돌들만 한다는 생일카페는 물론이고, 네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의 스페셜 프레임까지. 아이돌보다 더 아이돌이다.
설경구는 내년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에서 장동건과 형제 호흡을 맞추며, 올 9월 토론토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될 예정이다.
박희순
생일: 1970년 2월 13일 (만 53세)
최근작: 디즈니+ 시리즈 <무빙>(특별출연), SBS 드라마 <트롤리>
차기작: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인기를 얻는 공식이 있다면, 역시 ‘갭모에’가 아닐까. 갭모에는 차이를 뜻하는 ‘갭(gap)’과 일본어 ‘모에’의 합성어로, 보기와 다른 모습의 ‘갭 차이’에서 드러나는 반전 매력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 멤버의 ‘갭모에’는 주로 ‘무대장인’(음악 방송 무대를 잘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지천명 아이돌에서는 배우 박희순이 바로 그 ‘갭모에’ 멤버가 아닐까.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역을 주로 맡아온 그는 사실 배우자 ‘예진아씨’(박예진)을 향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 사랑꾼. 박희순은 무려 7번, 조직폭력배의 ‘보스’를 연기한 배우지만 ‘지천명 아이돌’에서는 둘째다.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으로 어린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 "그러니까 진작에 나한테 왔어야지"라며 너스레를 떨던 박희순은 최근 인기리에 스트리밍 중인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에서도 '김덕윤'역으로 특별출연했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이 공개될 예정으로, 다시 한번 전 세대를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진희
생일: 1971년 6월 24일 (만 52세)
특기: 거울셀카, 레고
최근작: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2>, tvN 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
그룹에는 알 수 없는 4차원 멤버가 존재하기 마련. 지천명 아이돌에서는 지진희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진중하고 젠틀한 매력을 지닌 인물을 자주 연기했던 것과는 달리, 지진희는 독특하고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왠지 ‘버블’(스타가 팬이 프라이빗한 채팅방에서 대화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로 그의 거울 셀카를 보낼 것만 같다.
지진희는 '미중년의 정석'같은 존재이자, 어떤 배역을 맡건 묵직한 존재감을 낳는 배우다. 지진희는 최근 공개된 <D.P. 시즌 2>에서 '구자운' 역을 맡으며 그간의 선한 배역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구교환은 지진희를 두고 "멋의 의인화"라고 칭하고, 손석구는 지진희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섹시한 배우"라고 하기도.
이정재
생일: 1972년 12월 15일 (만 50세)
포지션: 프로듀싱
최근작: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영화 <헌트>
차기작: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 디즈니+ <애콜라이트>
K-컬쳐가 글로벌 문화가 된 시대. 아이돌 그룹에는 글로벌 인기를 견인할 멤버가 필수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 출연을 확정 지은 이정재가 이보다 적합할 수 없다. 또 요즘은 작사, 작곡까지 다 하는 ‘셀프 프로듀싱 아이돌’이 대세 아니던가. 이정재는 영화 <헌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입봉하며 신인 감독으로서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낸 만큼, ‘프로듀싱 롤’의 멤버로 딱이다.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이정재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 <애콜라이트>에 '마스터 제다이'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애콜라이트>는 2024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다. <애콜라이트>에는 이정재 외에도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 루 역을 맡았던 배우 아만들라 스텐버그 등이 출연한다.
박성웅
생일: 1973년 1월 9일 (만 50세)
포지션: 예능 담당
특기: 삼행시
최근작: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영화 <보호자>
아이돌 그룹에는 예능에서 그룹을 알릴 센스 좋고 입담 좋은 멤버가 한 명씩 있기 마련. 박성웅은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는 배우임과 동시에, 예능 나들이에도 거리낌이 없는 인물이다. 더불어 예능인 못지않게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한번 예능에 나갔다 하면 '짤'을 다량 생산하는 배우.
박성웅의 장점은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는 것. 영화 <신세계>의 임팩트가 커 그를 '악역 전문 배우'라고들 오해하곤 하지만, 사실 코믹 연기부터 로맨스, 사극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빼어난 연기를 뽐내는 배우다. 박성웅은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서 미스터리의 키를 쥔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다.
정우성
생일: 1973년 4월 22일 (만 50세)
포지션: 비주얼
최근작: 영화 <보호자>, <헌트>
차기작: 영화 <서울의 봄>
아이돌 그룹에는 눈에 띄는 비주얼 멤버가 한 명씩은 있기 마련. 물론, 다른 멤버들도 훌륭하지만, 배우 정우성이 비주얼 담당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또, 아이돌이라면 멤버 간 케미 역시 팬들에게 어필하는 주요한 포인트인데, 오랜 절친 이정재와의 호흡은 따라올 자가 없다.
절친 이정재만큼이나 프로듀싱에 관심이 많은 멤버로, 최근 자신이 연출한 영화 <보호자>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정우성의 차기작은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으로, 김성수 감독과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5번째로 호흡한다. <서울의 봄>은 1970년대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거대한 실제 사건을 그리는 영화로(제목부터가 그 사건에서 나온 단어다), 정우성 외에 황정민,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이 출연한다.
신하균
생일: 1974년 5월 30일 (만 49세)
포지션: 막내
특기: 인터뷰
최근작: 티빙 드라마 <욘더>,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
차기작: ENA 드라마 <악인전기>
지천명 아이돌의 막내이자 유일한 만 나이 40대(한국나이로는 50대) 멤버. 인터뷰하기로 어렵다고 소문난 신하균이지만, ‘덕질’은 바로 그런 포인트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던가. 왠지, 팬들의 ‘주접 드립’도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못 받아칠 것만 같은 매력이 있다. “요즘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는 “일어나서 물을 세 잔 마신다”라고 답하는 그. 파워 내항인 다운 인터뷰 스킬은 신하균의 시그니처다.
신하균은 올 10월 방영 예정인 ENA 드라마 <악인전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악인전기>는 범죄 누아르 장르의 드라마로, 생계형 변호사가 엘리트 악인으로 변화하는 이야기다. 신하균 이외에도 김영광, 신재하 등이 출연한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