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블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023년 마지막 라인업인 영화 <더 마블스>가 개봉을 앞두고 예고편을 공개했다. 캡틴 마블 시리즈의 2편인 만큼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가 주역으로 등장하며,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미즈 마블과 모니카 램보가 가세할 예정. 세 사람은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위치가 바뀌는 사건에 휘말린 상태인데, 지구와 우주정거장과 외계를 넘나드는 순간이동(…)이 스토리의 메인 테마인 듯하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은 '마블 배우' 대열에 입성한 박서준의 역할일 것이다. 캐스팅 시점부터 MCU의 세 번째 한국인 배우로 관심을 불러모았던 박서준, 배역과 비중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예고편에서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정도의 분량이라 벌써부터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스크린에 공개되어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예고편만으로는 한국 관객이 기대하는 만큼 강렬한 배역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4년 만에 돌아온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이야기인 <더 마블스>, 생각해 보면 MCU로서는 꽤 유의미한 영화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등장했던 캐릭터인 미즈 마블과 모니카 램보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작품이며,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로만 구성된 첫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물론 캡틴 마블은 인피니티 워에 참전했지만, 인피니티 사가의 주역이라곤 할 수 없으므로).


<캡틴 마블> 시리즈의 2편, 미즈 마블과 모니카 램보는 누구?

공식 포스터에서 캡틴 마블의 양쪽에는 미즈 마블과 모니카 램보가 나란히 서 있는데, 이 두 사람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캐릭터이고 스크린에는 아직 등장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약간 생소할 수도 있겠다.

먼저 미즈 마블은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TV 시리즈인 <미즈 마블>을 통해 MCU에 합류한 뉴페이스 히어로이며, 무슬림 10대 히어로 캐릭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즈 마블의 실사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은 캡틴 마블을 굉장히 좋아해 히어로 매니아들의 모임에서 캡틴 마블 코스프레를 하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캡틴 마블에 관한 영상을 업로드하며, 가끔은 팬픽도 쓸 정도로 열렬하다.

아무래도 쓰던 팬픽을 들키는 모양인데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사실 미즈 마블이란 캐릭터 자체는 캡틴 마블과 연관이 깊은데, 캡틴 마블은 원래 마-벨이라는 이름의 남성 캐릭터였다가 미즈 마블로 활동하고 있던 캐롤 댄버스에게 이름을 물려주었고, 이후 미즈 마블은 공석으로 있다가 카말라 칸이라는 신규 캐릭터가 물려받아 새로운 미즈 마블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초대 캡틴 마블이 웬디 로슨으로 그려졌지만 원작과는 조금 다른 히스토리를 가지게 된 셈.

원작의 미즈 마블은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무슬림 부부의 딸이자, 평범한 10대 소녀였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가족의 비밀로 전해 내려오던 신비한 뱅글을 착용하게 되면서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처음 능력을 얻은 히어로들이 흔히 그렇듯 좌충우돌의 능력 적응 과정을 거쳐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뤘다. 시즌 마지막화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카말라는 뮤턴트 계열의 능력자이며, 유전적으로 타고난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작 코믹스에서 역시 카말라 칸은 캡틴 마블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코믹스에서는 활동 중 사건을 해결하러 온 캡틴 마블을 만나 ‘성공한 덕후’가 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아마도 영화에서는 이 부분의 실사화를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모니카 램보는 <캡틴 마블> 1편에서 캐롤 댄버스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마리아 램보의 하나뿐인 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주 만났는지 캐럴 이모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으며, 수트 색깔을 고민하는 캡틴 마블에게 색을 직접 골라준 그 꼬마가 바로 모니카다. 이후 디즈니 플러스의 인기 시리즈인 <완다비전>에서 S.W.O.R.D.(외계 지성 관측 및 대응국)의 일원이 되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스칼렛 위치의 힘에 의해 생성된 에너지장 '헥스'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특수 능력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능력이 생겼다는 암시는 <완다비전> 후반부에 있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고편에서 모니카 램보 대위는 닉 퓨리와 함께 우주정거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능력을 사용하는 듯한 모습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걸 보면 새로운 힘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듯하다. 모니카 램보가 원작에서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의 히어로로 활약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그 설정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원작의 스펙트럼은 자신의 몸을 다양한 에너지 형태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에너지를 이용한 블래스트를 발사할 수 있고, 비행 능력도 갖고 있는 히어로였다. 예고편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힘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스펙트럼으로서의 능력 발휘는 이제 기정 사실인듯.

<캡틴 마블>의 캐롤 댄버스와 모니카 램보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조합이다.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은 코스프레를 할 정도로 캡틴 마블을 열렬히 사랑하는 팬이다. 반면에 모니카 램보는 어머니인 마리아 램보와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가 친구였으니 캐롤이 히어로가 되기 이전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는(어린 시절이긴 하지만) 조카뻘 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입장은 좀 다르지만 위치는 비슷한데, 능력을 얻고 자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이제 막 히어로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중이라는 점이 그렇다.

말하자면 캡틴 마블의 좀 더 개인적인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과, 히어로가 된 현재의 행적에 빠삭한 인물, 그리고 장본인까지 세 명이 한 영화에서 같은 사건에 휘말리는 셈이다. 세 사람은 지금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별다른 접점 없이 살아오고 있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처음 만나고 엮이게 되는지도 볼거리가 될 것 같아 보인다.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 박서준의 배역은?

예고편에서 나온 장면은 이게 전부지만..

<더 마블스>에서 박서준이 맡은 역할은 행성 알라드나의 왕자 '얀'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알라드나는 왕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배우자를 직접 고를 수 없는 전통이 있었고, 얀은 결혼하지 못하면 왕위 계승을 받을 수 없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얀과 약혼하게 된 뮤턴트 릴라는 이를 피하고 싶어 캡틴 마블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를 계기로 캡틴 마블이 알라드나와 연을 맺게 되었던 것.

캐스팅 초반에 '박서준이 캡틴 마블의 남편으로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이유는 원작의 스토리라인 영향인 것 같은데, 뮤턴트 릴라를 도와주기 위해 알라드나 왕자 얀의 결혼에 개입하게 되면서 벌어진 상황이 있었기 때문. 릴라는 결혼식 도중 거절할 수밖에 없겠다고 여겨 결혼식을 결국 올리게 되는데, 이 결혼식 도중에 또 다른 능력자 여성이 난입해 얀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얀은 그 여성과 결혼하길 원하지 않았고 캡틴 마블은 그 여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투를 벌인다. 물론 캡틴 마블은 싸움에서 승리했고, 이 우여곡절 끝에 얀의 배우자가 캡틴 마블로 정해졌던 것.

헤어는 이게 최선이었을까

물론 캡틴 마블은 얀과 결혼하지는 않았고 제3의 여성(복잡하다..)이 얀과 결혼을 해 부부가 된다는 전개가 원작의 스토리다. 하지만 예고편만 봐도 이런 알라드나의 복잡한 결혼 이야기가 주요 시놉시스는 아닐 것 같은 상황이다. 다만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유출된 <더 마블스>의 스토리에 의하면 얀과 캡틴 마블의 접점이 더 강한 편이며, 얀의 사건에 대해 깊게 다루는 방식은 아닐 듯. 다만 캡틴 마블이 모종의 사건을 통해 얀의 약혼자 대우를 받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크리족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 더 마블스 예고편의 이야기

다르-벤, 손목에 차고 있는 뱅글이 미즈 마블의 것과 같은 물건이다

예고편에서는 크리 종족의 지도자 다르-벤이 메인 빌런이며, 미즈 마블의 능력 원천인 뱅글의 한 쪽을 갖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캡틴 마블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말하며 등장한 다르-벤은 한쪽 뱅글을 사용해 뭔가를 하는데, 이후 세 사람은 계속해서 위치가 바뀌는 문제에 휘말린다. 우주 정거장에 있던 모니카와 우주선에 있던 캡틴 마블, 자기 방에 있던 미즈 마블의 위치가 바뀌면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는 캡틴 마블의 모습이 예고편의 시작 부분에 등장.

빛을 흡수하는 캡틴 마블과 빛을 보는 모니카 램보, 그리고 빛을 물체로 바꾸는 미즈 마블까지 세 사람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셈인데. 다르-벤의 계략이 다른 두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게 고려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능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세 사람은 결국 같이 행동해야 하는 상태에 처한다. 문제는 아직 능력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미즈 마블, 그리고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것 같아 보이는 모니카 램보와 갑자기 같이 팀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건 캡틴 마블에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을 듯. 결국 셋이 함께 빌런을 상대하기 위해 모일 수밖에 없게 되는 전개.

여기에 시리즈의 마스코트격인 구스도 등장한다. <캡틴 마블>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고양이, 강렬한 씬스틸러로 활약했던 이 고양이의 정체는 외계종족 플러큰이다. 자신보다 몇십 배 이상 큰 물건도 꿀떡꿀떡 삼켜 버리는 막강한 존재로 사실 어떤 빌런보다도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르는데… 아군이라 참 다행이다.

하여간 유출본의 내용이 맞아떨어진다면, 닉 퓨리의 한쪽 눈을 앗아간 장본인인 구스도 오랜만에 복귀해 대활약하게 될 예정이다. 어벤져스 프로젝트 기획안을 막 완성한 퓨리의 사무실에 누워 있던 모습을 끝으로 이후 등장이 없었던 구스이기에 이번 시리즈에 등장할까가 궁금했는데, 구스뿐만 아니라 구스의 동족 플러큰들이 단체로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기도. 예고편에서는 캡틴 마블과 함께 움직이다가 갑작스럽게 위치가 바뀌어 곤란에 처한 미즈 마블을 공격하는 적군을 한입에 삼켜버리기도.

겉모습에 속았다간 눈을 다칠지도 모른다

스포일러 루머 정도는 개봉 전 늘 있는 일이지만(이미 커뮤니티에서는 삭제됐다) 꽤 ‘유머러스’한 영화라는 언급이 있기도 했다. 예고편에서는 캡틴 마블과 미즈 마블, 그리고 모니카 램보 세 사람에 더 집중된 전개를 보여주는데, 서로의 위치가 랜덤하게 바뀌는 기현상에 휘말린 세 사람은 카말라의 집에 모여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듯. 지구 밖 외계에서 주로 싸우는 캡틴 마블과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는 모니카 램보, 그리고 평범한(사실 이제 평범하진 않지만) 고등학생인 카말라 칸 셋을 보면 모니카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카말라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예고편에서 셋의 모임을 가장 즐거워하는 건 카말라지만.


사실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는 설명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막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는 미즈 마블은 차치하고서라도, 캡틴 마블은 능력을 얻고 크리와 전투를 벌인 다음 스크럴을 돕기 위해 지구를 떠났다가, 닉 퓨리의 호출을 받고 지구를 구하러 왔으며, 어벤져스와 연합했고 엔드 게임에 참전했다. 이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행성을 위해' 싸우느라 바빠서 지구의 상황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어쩌면 캐롤 댄버스는.... 모니카 램보에게만큼은 그 설명을 해야만 할 지도 모른다. 핑거 스냅으로 '블립'되었다가 돌아왔을 때 이미 어머니인 마리아 램보가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전쟁을 거치며 연인을 잃게 된 스칼렛 위치와 마주해야 했던 모니카로서는 캡틴 마블이 도와주었더라면 그 모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법도, 그 수많은 세월을 보내는 동안 한 번도 지구로 돌아오지 않은 거냐는 원망을 할 법도 하지 않나. 그만큼 가까운 사이였을 테니까.

솔로무비 2편으로서는,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전개다.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이 히어로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되기는 했다. 다만 캡틴 마블에 대한 호불호가 아직 많이 갈리는 상황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나머지 두 캐릭터들도 인지도가 크게 높진 않아서 조금 우려가 되기는 한다. 디즈니 플러스는(최근 한국 드라마 <무빙>의 선풍적인 인기로 매출이 급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관객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덕분에 디즈니 플러스로만 선보이고 아직 영화에 등장한 적 없는 캐릭터들은 아무래도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MCU 타이틀도 아니고, 한국의 창창한 배우인 박서준이 캐스팅된 바로 이 영화 <더 마블스>가 적절하고도 달콤한 성과를 거두어 주기를 바란다. 물론 그게 바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