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천만을 노린다. <베테랑>으로 천만의 벽을 가뿐히 넘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가 7월 19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1945년 일제강점기,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군함도(하시마, 島)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징용의 끔찍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올여름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이다.
 
<군함도>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황정민, 송중기, 이정현, 소지섭, <부산행>의 아역 김수안 등 출연진의 이름만으로 기대를 높였다. 황정민은 딸 소희(김수안)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악단장 이강옥, 송중기는 군함도에 잠입한 광복군 소속 OSS요원 박무영, 이정현은 위안부 피해자지만 강인한 여인 오말년, 소지섭은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을 연기했다.
 
<군함도>에 앞서 송강호의 <택시운전사>,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가 공개된 바 있다. 이 3편 가운데 어느 영화가 올해 여름 극장가를 접수할지 <군함도> 시사 직후 언론의 반응을 보며 가늠해보자. <덩케르크>는 7월 20일, <군함도>는 7월 26일, <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개봉한다.

군함도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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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쏙 빼는 영화인가?
<군함도> 예고편을 보면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감정을 움직여 울컥하게 만든다. <군함도>를 보면서 눈물바다가 될까. 고루한 표현이지만 손수건을 준비해야 할까.

한 가지 미리 언급할 건, 류승완 감독 영화에서 ‘신파’나 ‘국뽕’을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군함도>는 억지스러운 감정을 유발한다거나, 애국주의를 은연중에 강요하려는 식의 영화적 ‘악수’(惡手)를 유연하게 비켜간다.

매일경제 김시균 기자

군함도의 아픈 역사는 어떻게 구현됐나?
군함도는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아서 생긴 하시마 섬의 별칭이다.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하시마 섬의 비밀’ 편을 통해 강제 징용됐던 이들의 사연이 재조명되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군함도는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 과정에서 유네스코는 한국인들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역사적 사실의 밝히라고 권고했지만 일본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협상과 촛불정신에 조응하는 류승완의 목소리 <군함도>. 직설법에 가까운 몇몇 장면은 메시지를 강렬히 전달한다. 반면에 군함도란 공간의 스펙터클적 재미와 비극의 역사 군함도가 지닌 무게 사이를 방황하는 모습은 류승완식 화법의 장점과 단점으로 느껴졌다.

이학후‏ 영화칼럼니스트
영화는 일제도 일제지만 그에 기생해 일제보다 더 악랄한 만행을 저지르는 조선인의 모습으로 더 가혹한 인상을 남긴다.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일본인들이 절대 악으로 표현되지도, 조선인들이 모두 착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비친다.

마이데일리 신소원 기자

류승완 감독은 언론시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역사와 달리) 조선인들이 군함도를 탈출하는 설정은 아직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정리돼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극 중 군함도 탈출기는 어떻게 보면 헬조선 탈출기라고 봐도 된다. 그래서 탈출이라는 장치를 쓴 거 같다. 내 의식이 투영된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류 감독은 “세상에 꼭 봐야하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군함도의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기도 하다. 우리 영화가 싫다고 역사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역사 의식 말고 또 어떤 이야기가 있나
<군함도>는 일제의 만행을 담은 영화이지만 그 지옥도 속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쟁 액션영화 같은 스펙터클과 액션도 있고 소소하지만 멜로의 분위기가 풍긴다. 아버지와 딸의 애틋함은 작은 웃음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옥 속에서도 피어난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동기간의 사랑, 한 민족간의 사랑, 서로를 위한 희생 역시 사랑이다. 역사적 사실 위에 류승완 감독은 '사람'을 꽃피웠다.

일간스포츠 조연경 기자
묵직한 소재를 다룬 <군함도>가 지나치게 무겁고 어렵지만은 않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류승완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는 결과물이었다.

파이낸셜뉴스 유수경 기자
거대한 감옥 같은 장소와 디테일에 압도된다. 소지섭-이정현 캐릭터가 아주 인상적이다. 가슴 속으로 요동치는 먹먹함과 눈물로 전해지는 일본 침략의 만행.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아역배우 김수안은 극의 재미와 감동의 중심에 섰다. 그는 황정민이 연기한 강옥의 딸 소희를 연기했다. 아빠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부터 처절하게 생존해 나가는 모습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텐아시아 현지민 기자
무엇보다 군함도를 재현한 프로덕션이 압도적이다. 실제 군함도 2/3 크기의 6만6천 제곱미터의 초대형 세트장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리포트 김수정 기자

영화적 재미는 어떤가?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당시나 만들고 나서나 이렇게 큰 관심을 받게 될지 몰랐다. <군함도>가 여름 시장에서 장사를 할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뼈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군함도>에 대해 재미라는 측면은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군함도>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상업영화다. 영화적 재미와 만듦새 부분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군함도>는 순제작비 220억 원이 들어간 CJ엔터테인먼트의 ‘
텐트폴 영화’다.

<군함도>, 편집리듬이 지나치게 급하다. 아무래도 설치할 뇌관이 많아 너무 서두르는 인생이라 초반부 내러티브부터 툭툭 끊겨 쉽게 몰입이 안된다. 전반적으로 서사의 밀도가 낮게 느껴지는데 개별 플롯의 문제라기보단 연결이 덜컹거리는 느낌.

에스콰이어 민용준 에디터
<군함도>. 규모는 거대할 것이며, 전개는 극적일 것이며, 스토리는 예상 그대로일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뽑아내는 그 감동이 빗나갈 리 없고, 그 자본력에서 뿜어내는 그 효과들이 허술할 리 없다. 민족의식 고취에 주효할 배경집약적 ‘전쟁영화’ 한 편.

송지환 영화칼럼니스트

황정민은 <군함도> 언론시사를 통해 처음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지금 처음 영화를 봤는데 너무 숨막히게 봐서 생맥주 한잔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숨막힌다’는 표현에 여러 의미가 담긴 듯하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지옥도를 보는 것, 영화의 군함도를 탈출하는 후반부 클라이맥스 등 영화 자체의 긴장감도 숨을 막히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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