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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250만 장을 팔아치운 스파이더맨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 2〉

씨네플레이

소니 그룹은 콘솔 게임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제조사이자 스파이더맨 판권 보유사로 잘 알려져 있다. 통칭 SIE(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그룹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파이더맨 IP를 이용한 게임을 출시해 오고 있는데, 2018년에 플레이스테이션 4(PS4) 독점으로 출시된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은 단일 타이틀 최다 판매량을 세울 정도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주인공인 첫 작품 <마블 스파이더맨> 출시 후 인기에 힘입어, 전작의 조연이었던 마일즈 모랄레스의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작품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가 2020년 출시된다. 정식 후속작이긴 하나 확장판 느낌이 강했던 이 타이틀까지 호평을 받자, 기세를 몰아 세 번째 작품이자 정식 넘버링을 단 <마블 스파이더맨 2>가 지난달 20일에 정식 발매되었다.

출시 당일만 25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플레이스테이션 타이틀 사상 최단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달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는데, 모든 게 만족스럽지는 않을지언정 소위 '빌드업'이 꽤 좋았기 때문이다. 일단 게임 판권 이야기부터 천천히 해보자.

 

영화팬들에게 스파이더맨을 각인시킨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영화팬들에게 스파이더맨을 각인시킨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소니는 알다시피 스파이더맨 판권에 꽤 흥미가 있는 회사다. 마블 코믹스가 오래전 경영난에 시달리던 시절 팔아치운 판권 중에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도 있었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스파이더맨과 관련 캐릭터의 판권은 소니에게 넘어갔다. 소니는 이 판권을 토대로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그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그리고 최근의 <베놈>과 <모비우스>다.

물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흥행에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한 관계로 잠시 공백이 있었고, 이 시점에 MCU가 인기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으면서 소니와 마블은 모종의 협약을 한다. 이후 MCU 버전의 스파이더맨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비롯한 영화들이 제작되었고 다시금 스파이더맨은 영화계의 인기 코드로 자리 잡았다. 소니는 이 틈을 타 미루었던 계획들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마블 스파이더맨>의 개발사인 인섬니악 게임즈는 소니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던 회사인데, 소니의 콘솔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 게임을 다수 개발하며 사세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다년간의 신뢰 덕분인지 인섬니악 게임즈는 스파이더맨의 게임화 판권을 받는 데 성공했고, 이 판권을 토대로 <마블 스파이더맨>을 개발했다. PS4의 인기와 더불어 게임은 출시 후 5일간 400만 장을 판매했으며 현재 시점까지는 무려 3,300만 장을 판매한다. 비단 히어로 코믹스 기반의 게임이 아니어도 업계 전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셈. 여기에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와 <마블 스파이더맨 2>까지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가난과 불행(?)의 히어로답게 피터는 게임에서도 월세에 시달린다.
가난과 불행(?)의 히어로답게 피터는 게임에서도 월세에 시달린다.

첫 타이틀의 시작은 너무나 스파이더맨스럽게도, '월세 내라 피터 파커!' 딱지가 붙은 방에서 쫓겨나는 것부터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게임이라고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스파이더맨 활동과 경제활동을 병행하느라 여전히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스파이더맨의 팬들에게는 꽤나 익숙하고도 반가운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영원히 고통받는 피터 파커'라는 키워드로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적들은 피터 파커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피터를 괴롭히기 시작하며, 게임의 중후반부에 이르면 믿었던 스승이자 상사인 닥터 옥토퍼스를 비롯한 빌런들이 우르르 등장해 '시니스터 식스'를 다시금 만나게 된다. 다양한 능력들을 지닌 빌런들을 하나씩 격파해 가는 동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데일리 뷰글'의 기자 MJ로 첩보를 하기도 하고, 별다른 능력은 없지만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던 마일즈 모랄레스로 해킹을 하며 상황을 타개하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피터 파커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어떤 세계를 형성하게 되고, 뉴욕의 평화를 다시금 지켜내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와 그가 사는 세계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뉴욕시 전체를 구현한 맵은 인섬니악 게임즈가 역대 개발한 게임 중 최대 크기였다고 하는데,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의 흔적을 볼 수도 있어(어벤져스 타워라든지, 제시카 존스의 사무실이라든지) 마블 팬들에게는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웹 스윙으로 돌아다니면서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역대 스파이더맨 코스튬을 구현해 두었기 때문에 수트 갈아입히는 재미(!!!)도 있었고, 피터 파커가 급하게 코스튬을 갈아입느라 여기저기 거미줄로 붙여 둔(....) 자기 배낭을 찾아다니는 도전 과제도 마련되어 있다. 개중에는 MJ와의 과거사가 담긴 사진이나 편지도 있었다는 사실. 물론 오픈월드 요소가 말처럼 자유롭지는 않고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콜렉팅 요소가 있어 하염없이 뉴욕 시내를 웹스윙으로 돌아가는 재미도 나름 꽤 있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마블 스파이더맨> 1편은 PS4를 구매한 사람이라면 필수 플레이 타이틀로 꼽힐 만큼 성공작이 되었으며, 마블 IP로 만들어진 게임의 대표적인 수작으로 자리 잡았다. 소니가 제작한 영화들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상이한 성과일지도.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마일즈 모랄레스가 주인공이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마일즈 모랄레스가 주인공이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전편에서 조역으로 등장했던 마일즈 모랄레스가 전면으로 나서게 된다. 소위 2세대 스파이더맨이자, 흑인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마일즈 모랄레스를 주인공으로 한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1편만큼 큰 스펙은 아니었음에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아마도 소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마일즈 모랄레스가 좋은 평가를 얻었던 것도 일조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터 파커가 주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았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하겠다.

이어 지난 20일 출시된 <마블 스파이더맨 2>는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가 더블 캐스트되어 2명의 주인공 체제로 진행된다. 처음은 대중에게 익숙한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를 소개하고, 두 번째로 새로운 스파이더맨인 마일즈 모랄레스를 소개한 데 이어 두 캐릭터를 동시에 등장시키는 것으로 세 번째를 구성한 셈이다. 개중 한 편이라도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개연성이 낮았다면, 또는 게임으로서 재미가 덜했다면 모를까 게임으로서 아쉬운 점은 있어도 과히 부족한 점이 없었던 덕으로 시리즈는 3편에 이르러 대성공을 거두게 된 셈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두 편의 주인공이 모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번 신작에서는 두 편의 주인공이 모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찌 보면 MCU의 빌드업과도 유사한 느낌인데, 솔로무비로 캐릭터의 기원과 히스토리를 확실히 소개한 다음 팀업인 어벤저스로 나아간 빌드업과 꽤 닮아 있다. 마일즈 모랄레스를 먼저 등장시켰거나, 피터 파커의 이야기가 완전히 틀어졌다면 여러 가지로 부정적인 느낌이 있을 수도 있었겠으나 시리즈의 첫 작품은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오리지널리티를 충분히 지키는 선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터 파커의 스토리 그 이후를 그려냈다. 여기에 스파이더맨 팬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만한 다양한 수트나 히스토리, 이스터 에그 등을 다방면에 배치해 콜렉팅하는 재미까지 더했다. 요컨대 게임으로서의 소소한 재미를 잘 녹여냈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IP의 활용(원 소스 멀티 유즈)에 있어서, 소니가 가진 토대는 꽤 탄탄하고 매력적이다. 소니는 주요 콘솔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의 제조사이기에 기기에 가장 잘 맞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고, 자체 프로모션을 통해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서도 이 게임, <마블스 스파이더맨>은 성공작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인기작이었으며 매출과 평가 양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에 미래도 창창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데는 게임의 재미요소와 디테일부터 연출, 조작감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미 유명한 캐릭터'와 '이미 유명한 이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활용하면서 거부감 없이 갈무리를 해냈고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단계적 빌드업을 천천히 진행했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페이즈 4 이후의 마블과 DCEU 시절의 DC가 하지 못한 그 단계적 빌드업이 게임에는 있는 셈이다.

물론 게임 제작사와 영화 제작사는 엄연히 다르겠지만, 차분히 단계를 밟아 가며 대중에게 IP를 소개하는 방식, 그리고 이미 유명한 캐릭터임에도 이 과정을 과하지 않게 보여주는 이 방식은 영화에서 새로운 캐릭터와 세계관을 소개하는 방식에 참고할 수 있을 법해 보인다. 콘텐츠의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이런 기준을 스파이더맨 IP를 활용한 작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면, 영화 제작에 있어서는 다소 고전하고 있기는 해도 여러모로 개선을 거듭하여 게임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제임스 건은 DCU의 출범을 이야기하던 시점에 '앞으로의 DCU는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게임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비해 규모가 다소 작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플랫폼의 차이가 크지만 생각해 보면 코믹스와 장르무비, 게임은 향유 계층에 있어서 꽤 큰 교집합을 갖고 있다. 잘 만든 게임과 재미있는 영화, 연재일을 기다리게 하는 새로운 이슈들이 잘 맞물려 더 화려하고 다채로운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펼쳐진다면, 소니의 진짜 '큰 그림'은 게이머이자 관객이자 코믹스 독자인 대중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확장성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