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처럼 일하는 이제훈과 <수상한 그녀>(2014)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나문희가 만났습니다나문희와 젊은 배우의 조합, 가슴 따뜻한 코믹 휴먼극이라는 점이 얼핏 <수상한 그녀>를 떠오르게 하는데요. <아이 캔 스피크>의 언론시사회가 96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습니다

극장 성수기인 추석 연휴에 찾아올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서클>, <아이 캔 스피크>, <범죄 도시> 네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첫 선을 보인 <아이 캔 스피크>를 미리 보고 왔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 이제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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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0여 년간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 불리는 옥분(나문희) 앞에 융통성 제로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에게 영어 선생님이 돼 달라고 부탁하는 옥분은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며 친구가 됩니다. 그러던 중 민재는 옥분이 영어로 꼭 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웃음과 감동, 메시지가 잘 어우러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2014년 CJ 문화재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으로 4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프로젝트입니다. 시사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김현석 감독은 물과 기름 같은 초반부의 코믹 요소와 후반부의 무거운 이야기가 최대한 잘 이어지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했습니다. 영화는 전반부를 옥분(나문희)과 민재(이제훈)가 소소하게 투닥거리며 정을 쌓는 과정에 투자해, 후반부에 인물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 덕분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극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죠.  사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미국 의회 로케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초반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오는 재미는 보는 이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재기 발랄하게 관객들을 웃기던 <아이 캔 스피크>는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옥분의 과거사를 모르고 봐도 슬프고 알고 보면 더 슬프다. 180도 달라지는 극의 분위기가 무겁거나 불편하다기보다 먹먹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왜 일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초반엔 코미디로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후반에는 가슴 아픈 역사, 그 역사를 마주한 우리네 모습으로 눈물을 자아낸다.

한국일보 강희정 기자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다. 웃음과 감동, 메시지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같은 작품을. 영화는 코미디라는 외피를 입었지만, 그 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와 아픔으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그리는 것에만 갇히지 않고 확실한 문제 제기와 할머니들의 용기를 더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희망적으로 완성해냈다. <아이 캔 스피크>의 균형감은 실로 안정적이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코드를 앞세우면서도 메시지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위안부'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다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 등에서 섬세하고 소소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김현석 감독. 알고 보니 <스카우트>에서 광주항쟁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감독은 이번 영화도 사건을 직접 조명하기보다 후일담을 통해 우회적으로 담았다고 했습니다. 그동안의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분노, 슬픔을 유발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면, 이 영화는 이 소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를 봤다. 이 영화로 한국 영화는 비로소 위안부 피해자를 재현할 자격이 생겼다. 가학적인 이미지 단 한 컷도 없이 상흔을 온당히 보듬는다. 웃기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서글프다. 비극을 다루는 이 영화의 태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영화평론가 박우성 트위터
이 영화는 앞서 개봉된 <귀향>, <눈길>과 같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를 벗어나 위안부 피해자 옥분(나문희)의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통해 발랄하게 전개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현재를 살아가는 옥분의 입으로 위안부의 실상과 만행을 적나라하게 증언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당긴다.

한경닷컴 김예랑 기자

연기 내공 느껴지는 배우 나문희의 힘

시사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배우 나문희의 답변에 종종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영어를 공부했으며, 초반부의 친근한 동네 할머니부터 후반부 한을 담은 모습까지 펼쳐보이며 그동안의 연기 내공을 증명했는데요.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한다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 거다"라고 유쾌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열>에서 일본어 연기를 소화한 것에 이어 이 영화에서 유창한 영어를 해야 했던 이제훈과 인상적인 조연들과의 연기 합도 돋보였습니다.

영화 내내 배우 나문희는 ‘도깨비 할머니’로만 규정될 수 없는 옥분 씨의 면면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장 보잘것없지만 가장 위대한 할머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눈물은 본래 뻔한 이야기에 흐르기 마련이다.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배우 나문희의 연기 내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녔다. 존재만으로도 스크린을 꽉 채우는 그가 이번에는 더 크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며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나문희와 이제훈의 환상적 호흡 덕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 드라마로 탄생했다.

fn 스타 유수경 기자

이례적으로 언론 시사회에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보면 마음 따뜻해질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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