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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단아 소녀 → 카리스마 빌런, 데뷔 20년차 배우 한효주의 캐릭터 변천사

이진주기자
배우 한효주의 변천사
배우 한효주의 변천사

2023년, 배우 한효주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제 ‘중견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경력이다. 데뷔 후 약 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거의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한 배우 한효주. 그의 원동력은 ‘도전’이다.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한효주는 “어떤 장르에서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한효주는 2005년 MBC 시트콤 <논스톱 5>에 특별출연으로 데뷔했다. 일회성으로 출연한 방송이 반응이 좋아 고정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이후 <봄의 왈츠>, <하늘만큼 땅만큼>, <일지매>와 <찬란한 유산> 그리고 대망의 <동이>까지, 주로 브라운관에서 활약했다. 

〈동이〉
〈동이〉

 

특히, MBC <동이>에서 ‘최동이’ 역으로 타이틀롤을 맡았을 뿐 아니라 <허준>, <대장금> 등 사극계 전설적인 감독인 이병훈 PD의 작품의 원톱 주연이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3.1%을 기록하며 한효주에게 연기 대상을 안겨주었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사랑받으며 데뷔 5년 만에 대상을 품에 안은 한효주는 안주하지 않았다. 이후 스크린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지언정, 도전적으로 캐릭터를 택할 때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한효주의 캐릭터 변천사를 알아보자.

 

 

시크하고 털털한 톰보이로 변신하다.

<감시자들>

​〈감시자들〉
​〈감시자들〉

한효주가 달라졌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짧고 뾰족한 머리끝을 휘날린다. 후드를 뒤집어쓴 채 웃음기를 거둔 영화 <감시자들> 속 한효주의 모습은 그때까지의 이미지를 뒤집었다.

영화 <감시자들>은 정보와 단서를 토대로 범죄에 대한 감시만을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 조직 ‘감시반’을 다룬 작품이다. 정체를 감춘 범죄 조직을 쫓는 감시 전문가들의 추적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이다. ‘하윤주’ 역을 맡은 한효주는 현장에 처음 투입된 신입이지만 한번 본 것은 잊지 않는 관찰력과 기억력, 뛰어난 집중력을 갖춘 캐릭터를 연기했다.

〈감시자들〉
〈감시자들〉

영화 <감시자들>이 한효주의 스크린 데뷔작은 아니다. 그는 앞서 <오직 그대만>(2011)으로 배우 데뷔 6년 만에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았다. 한효주가 연기한 ‘정화’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한효주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거나 관련 학교에서 그곳 학생과 같이 생활을 하는 등 연기를 위한 연구를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한효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 수 100만을 겨우 넘기며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3년, 한효주는 <감시자들>을 통해 제22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34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의 인정을 받았다. 영화는 멜로퀸 한효주에게 멜로를 빼앗고 극을 이끄는 중심인물로의 권위를 부여했다. 한효주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다변하는 인물의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담은 연기를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렇게 한효주는 청순가련형 스타에서 천생 배우가 되었다.

 

 

짙은 감성의 독보적 여배우로 거듭나다.

<뷰티 인사이드>

〈뷰티인사이드〉
〈뷰티인사이드〉

2015년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는 한효주의 첫 원톱 주연 영화로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박서준 등 약 21명의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남자 ‘우진’이 여자 ‘이수’(한효주)를 사랑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자고 나면 변한다는 설정인 만큼 한효주는 123명의 배우와 호흡을 맞추었고 21명의 배우들과 키스신을 찍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뷰티인사이드〉
〈뷰티인사이드〉

특히,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한국 겨울 영화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하는데, 극 중 ‘홍이수’를 연기한 한효주의 패션 덕이다. 우아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스타일링은 많은 여성들을 ‘홍이수 병’에 빠지게 했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찬 바람이 불면 <뷰티 인사이드> 속 한효주의 모습이 그리워 복습을 한다는 이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견고하지만 부드러운 모성애

<무빙>

〈무빙〉
〈무빙〉

33살의 한효주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선택했다. 2023년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초인적인 오감 능력을 가진 엘리트 요원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미현’ 역을 맡은 것이다. 엄마 역할로는 드라마 <동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8월 공개된 디즈니+ <무빙>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를 감추고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무빙>은 척박한 한국 히어로물 판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공개 후 한동안 TV-OTT 종합 화제성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디즈니+ 신규 가입자가 14만 명가량 증가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성장의 요인으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을 꼽기도 했다.

〈무빙〉
〈무빙〉

자신의 실제 어머니를 모티브로 ‘이미현’을 연기했다는 한효주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둥근 안경을 쓴 채 등장했다. 한효주는 말투와 자세, 표정을 통해 삶에 치이면서도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40대 엄마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한효주는 이 역할을 제안받은 후 30대 초반의 나이에 중년의 엄마를 표현할 자신이 없어 거절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원작 작가이자 영상화의 각색까지 전담한 강풀이 직접 나서 한효주 특유의 ‘단단함’이 필요하다며 그를 설득해 출연이 성사되었다. 강풀의 안목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제껏 볼 수 없던 얼굴

<독전 2>

〈독전2〉
〈독전2〉

지난 9월 공개된 <독전 2>의 티저 예고편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넓은 안경, 거뭇한 피부, 지저분한 옷가지 등 ’큰 칼’ 역의 한효주가 전에 없던 파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불과 세 달 전 아이 엄마로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주었던 한효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번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독전 2>는 <독전>(2018)의 미드퀄이다. 미드퀄은 전작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 중간에 일어났던 일을 담는 후속작으로 <독전 2>는 1편의 하이라이트 내용이 담긴 용산역부터 극 말미 등장하는 노르웨이 사이에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다.

<독전 2>에 새롭게 합류한 한효주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 칼’을 맡았다. 지난 시즌 故 김주혁과 진서연의 엄청난 카리스마를 이을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독전 2>의 한효주의 충격적인 비주얼은 감독 백종열의 주문이다. 이해영 감독의 뒤를 이어 연출을 맡은 백종열 감독은 영화 <뷰티인사이드>로 이미 한효주와 합을 맞춘 경험이 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한효주의 비주얼에 대한 감독 백종열의 집착이 드러나는 작품. 이번에도 완전한 이미지 변신을 요구했다. 한효주는 백 감독이 ‘말랐는데 잔근육이 있는 몸’을 주문했다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수분 조절이라는 걸 해봤다”고 3일 동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독전2〉
〈독전2〉

이러한 한효주의 노력으로 ‘큰 칼’이라는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전작과는 또 다른 빌런의 탄생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통통 튀는 소녀부터 차분한 가을 여자 그리고 아이 엄마와 카리스마 빌런까지, 지난 20년간 한효주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새로운 얼굴이 익숙한 배우 한효주의 길은 그렇게 넓어지고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