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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OTT 2.0 시대,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라!” OTT 미디어랩 김우정 수석 디렉터

이진주기자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업계 최대의 동반 파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5월 미국 작가조합(WGA)이 파업을 결정했고 두 달 후인 7월 미국 배우조합(SAG)이 동참했다. 두 노조의 동반 파업은 1960년 이후 63년만의 일이다. 이번 파업의 쟁점은 인공지능(AI)의 사용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임금 분배에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등장으로 달라진 제작 환경에 대해 관계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할리우드 리포터’ 편집장 킴 마스터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 모델은 방송 성공에 따라 재상영 분배금을 지급했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에서는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스트리밍 기업들이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미디어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OTT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OTT 플랫폼이 자리잡았고 이들이 제작하는 오리지널 시리즈는 기존 영화,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을 대량 흡수했다. 저렴한 가격에 다량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청 환경에 극장계는 어둠이 드리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앞선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가 있다. 씨네플레이 산하 OTT 미디어랩 수석 디렉터 김우정이다. 그는 ‘OTT 미디어 환경에 대한 변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진화해야한다고 강조하는 김우정 수석 디렉터를 만나보았다.

- 씨네플레이 산하 OTT 미디어랩을 창설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넷플릭스가 등장 이후 전 세계 미디어 산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뿐 아니라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번들 OTT 쿠팡플레이, 별점 서비스로 출발한 스타트업 왓챠 등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창작자와 제작자 등 관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창작, 제작방식 뿐 아니라 시청 문화까지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OTT 미디어랩을 통해 변화하는 OTT 환경 속에 우리가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인지를 연구하고 앞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 최근의 OTT 환경에 대해 ‘OTT 2.0시대’라 정의했다. 2.0 시대의 특징이 무엇인가.

OTT 1.0 세대는 넷플릭스를 기점으로 탄생했다. 구독료를 내고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보는 구독경제가 확산되었고 독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시장 경쟁을 촉진했다. 이 같은 OTT의 출현은 극장, 방송국 등의 기존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고 시청자는 ‘몰아보기’, ‘재생 속도 조절’ 등 콘텐츠를 향유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OTT 시장에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팬데믹이다.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대 진입 이후 급속한 성장을 거두던 OTT 시장에 정체가 왔다.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각 기업들은 살아남을 다양한 방안을 고안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광고 요금제 도입과 콘텐츠 영역의 확장이다. 구독자들은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더해 스포츠, 공연, 예능 등 생활 전반을 다루는 콘텐츠 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우정 수석 디렉터는 변화하는 OTT 환경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TT의 도입으로 창작자의 처우가 개선되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다양성이 보장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와는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영화 감독의 1년 평균 연봉이 1800만원이다.”라며 양극화된 창작자들의 제작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불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콘텐츠는 더 많아졌는데 볼 가치가 있는 콘텐츠는 오히려 적어졌다.”며 이 논의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시사했다.

- 그렇다면 OTT 2.0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은 무엇인가?

단연, ‘시성비’이다. 시성비란 시간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소비자는 이제 가격이나 상품 가치 보다 시간을 더욱 우선하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 OTT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시청자는 점점 최단시간의 최소 노력으로 콘텐츠를 즐기고자 한다. 때문에 OTT 2.0 플랫폼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극장만이 아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까지 확장된 것이다.

‘시성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김우정 디렉터는 ‘언론 역시 독자의 시성비를 지키는 데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OTT 미디어랩의 연구가 씨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김우정 수석 디렉터는 OTT 2.0 시대의 언론의 역할에 대해 전했다.

- OTT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씨네플레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나.

씨네플레이가 독자의 시성비를 지켜주고 소비자에게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언론은 기차역과 같은 역할을 했다. 콘텐츠를 통해 독자를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 전문 언론은 평론에 집중하며 콘텐츠를 깊게 해부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언론은 허브(매표소)의 몫을 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다.

더불어 영화, OTT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영화는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철학을 담은 메시지이다. ‘몰아보기 콘텐츠’ 등을 통해 빠르게 줄거리를 알려주는 ‘몰아보기’ 콘텐츠와는 다르다. 씨네플레이는 영화에 대한 사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청행동을 유발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연구해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OTT 미디어 랩의 핵심 역할이자 업무 중 하나이다.

김우정 수석 디렉터는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읽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현재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은 IT 기술 기반의 데이터 회사로 구독자의 모든 경험 데이터를 축적, 분석, 예측할 수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독점 정보일 뿐이다.” 그는 씨네플레이가 제공하는 콘텐츠 역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필요 없는 것들을 찾아내고 과감하게 교체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OTT 미디어랩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OTT 미디어랩의 수석 디렉터로서 3가지 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먼저 ‘OTT 일타 강사’라는 글을 연재하는 것이다. ‘OTT 일타 강사’는 그 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요약해주고 다음 달에 볼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글이다. 이 글은 시청자들이 기존의 별점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고, 콘텐츠를 고르기 위한 시간을 아껴줄 것이다.

다음은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단체들의 수장과 현재의 OTT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현 시대의 OTT 미디어 환경과 그에 따른 고충, 대비책 등을 담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컨퍼런스이다. ‘변화한 OTT 환경에서 K-콘텐츠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컨퍼런스를 개최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분들을 모셔서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