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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미경에게 액션 좀 시켜주세요! ‘국민 엄마’ 배우 김미경에 관한 소소한 사실들

김지연기자
사진 제공=씨엘앤컴퍼니 공식 포스트

김혜자, 고두심, 김해숙 등이 오랜 기간 공고히 ‘국민 엄마’ 타이틀을 지켜 온 배우라면,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브라운관의 국민 엄마는 단연 배우 김미경이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 속 여화(이하늬)의 시어머니로,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속 세 자매 엄마 ‘고미자’로,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속 최이재(서인국)의 엄마로. 작품으로 인연을 맺은 자녀의 수만 70여 명이 넘는다고 하니, 김미경은 가히 ‘국민 엄마’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충분하다.

 

'브라운관 딸' 박신혜(〈상속자들〉), 장나라(〈고백부부〉)가 실제로 결혼을 하게 되어 축하해주는 김미경.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브라운관 딸' 박신혜(〈상속자들〉), 장나라(〈고백부부〉)가 실제로 결혼을 하게 되어 축하해주는 김미경.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브라운관 엄마’ 인생 20년

〈햇빛 쏟아지다〉 속 류승범과 김미경

배우 김미경은 만으로 40살 때, 처음으로 엄마 역할에 도전하게 된다. 자식은 다름 아닌 배우 류승범. 김미경은 1963년생, 류승범은 1980년생이니 나이 차가 채 20살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역할을 맡은 셈이다. 김미경은 2004년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에서 아들을 답답해하면서도 사랑해 마지않는 50대 엄마 역을 맡았다. 김미경은 당시 젊은 나이에 장성한 아들 민호(류승범)를 둔 엄마 정도 역을 맡게 되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으나, 분장의 힘을 빌려 딱 캐릭터에 맞는 엄마 역할을 해냈다.

 

류승범보다도 더욱 나이 차가 적은 배우와 모녀지간으로 호흡한 적도 있다. 지난해 방영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김미경과 엄정화는 엄마와 딸로 나왔는데, 실제 둘의 나이 차는 바로 6살. 김미경은 20대 때 연극에서는 80대를 연기한 적도 있으니 나이가 장벽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경험과 연기력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닥터 차정숙>에서 정숙의 엄마 ‘덕례’ 역을 맡은 김미경은 서민적인 어머니의 헌신적인 모습과 함께 돈 많고 잘난 아들을 둔 사돈(박준금)에게 할 말은 하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어머니상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비슷한 배역을 유독 많이 연기하게 된 본인의 소감은 어떨까. 김미경은 엄마 연기에 대한 피로감이라는 건 없는 듯, 한 인터뷰에서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없고) 거르지 않고 다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비슷한 배역이라고 해도 김미경 본인은 이 인물을 처음 만나는 것이니, 매번 새로움을 느낀다고.

 


김미경의 연기 인생은 어머니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김미경의 브라운관 진출은 그야말로 실제 어머니로서의 김미경의 삶과 궤를 같이 한다.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한 후 줄곧 연극을 하던 김미경은 1995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잠시 연기 활동을 쉬게 된다. 김미경은 워낙 워커홀릭인지라, 출산 후에도 바로 연기를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아이를 낳은 후, 자식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연극하던 시절의 김미경.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김미경의 브라운관 진출은 이 시기에 우연하게 이뤄졌다. 김미경은 그와 오랜 인연이 있던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으로 한국 드라마의 계보를 새로 쓴 송지나 작가의 권유로 TV 연기를 시작하게 된다. (여담으로, 송지나 작가의 아들은 <인간수업> <글리치> 등을 집필한 진한새 작가다). 김미경은 1999년, 송지나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카이스트> 속 집주인 역할로 눈도장을 톡톡히 찍으며 성공적인 매체 데뷔를 해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정작 본인은 매체 연기에 익숙하지 않아 드라마와는 더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김미경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25년의 세월 동안 끊이지 않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물 만난 듯 활동하고 있다. 한편, 김미경은 송지나 작가와 지금까지 무려 8작품(<카이스트> <대망> <로즈마리> <태왕사신기> <남자이야기> <왓츠업> <신의> <힐러>)을 함께 했다.


김미경 표 액션, 김미경 표 악역은 어떨까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아무리 다작이 체질인 김미경 배우라지만, 그 역시 모든 배우가 그렇듯,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배역에 대한 갈증은 분명히 있다. 김미경은 사실 취미로 드럼, 바이크, 번지점프, 스킨스쿠버 등을 즐겨 하고, 늘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 활동적인 인물이다. (무려 반려도마뱀도 기른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곧잘 했고, 한때 운동선수를 꿈꾸기도 했던 김미경은 중년이 된 지금도 ‘하고 싶은 건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것’을 인생의 원칙으로 삼는다. 그래서인지, 김미경의 팬카페 이름은 '미카'(미친 카리스마 김미경)다.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사진=배우 김미경 인스타그램 @kim_mee_kyung

활달한 ‘본캐’와는 달리, 김미경은 주로 서민적인 어머니의 얼굴을 연기한다. 물론 해커(<힐러>)나 패션회사 직원(<동안미녀>), 형사(<남자이야기>), 정치인(<트롤리>)과 같은 특정 직업인을 연기한 적도 있지만, 김미경의 필모그래피는 주로 누군가의 어머니 역할로 채워졌다. 김미경은 액션도 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그의 말로는 ‘시켜주는 사람이 없다’고. 물론 하늘 아래 같은 어머니 역할은 없지만, 배역명이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이름 석 자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미경이 보고 싶다.

김미경에게는 ‘나쁜 엄마’ 역할도 잘 들어오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그가 워낙 정감 있는 얼굴을 잘 표현해낸 탓일까. 그의 역할들은 줄곧 겉으로는 거칠더라도 속으로는 자식을 사랑하고(<또 오해영> 등), 내 딸만큼은 자신처럼 힘든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고(<82년생 김지영>), 딸을 잃은 아픔을 조용히 삭이는(<하이바이, 마마!>) 그런 어머니였으니까.

 

〈행복을 주는 사람〉의 '박복애'(김미경).
〈행복을 주는 사람〉의 '박복애'(김미경).

그러나 사실 김미경은 악한 역할까지도 검증이 완료된 배우다. 2016년부터 방영된 MBC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에서 김미경은 ‘나쁜 엄마’라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할 만큼, 자식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다양한 장르 연기, 그리고 극단적이기까지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미경이 더 많이 보고 싶은 이유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