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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네모네〉 배우 정이랑, “속 시원하게 대신 화내드립니다”

씨네플레이
〈아네모네〉 배우 정이랑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배우 정이랑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욕설의 쾌감, 욕설의 개그, SNL의 욕쟁이 간판스타, 욕쟁이 할머니 정이랑이 영화에 ‘본격’ 등장한다. <아네모네>에서 정이랑은 영화를 이끄는 주연배우다. 영화 <미성년>(2019)에서 염혜란과 함께 밉상 모녀로 출연할 때만 해도, 본업을 개그에 두고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거니 했는데, 웬걸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MBC 토크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 <기생충>(2019) 오디션에서 떨어진 일화를 ‘웃자고’ 이야기할 때, 그 웃음 뒤에는 배우 정이랑으로의 진지한 접근과 열망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네모네>는 앞서 같은 <귀신>(2021)으로 호흡을 맞춘 정하용 감독과의 두 번째 작품이다. 다른 톤, 다른 비중의 역할이지만 <귀신>과 <아네모네> 모두 남편을 응징하는 ‘용자’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배신’의 꽃말을 가진 꽃 ‘아네모네’를 제목으로 하는 이 영화는 행방불명된 로또 1등 당첨지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용자’(정이랑)의 추적기다. 격투기 선수 출신이었다가 이제는 백수 남편 성진(박성진)을 대신해 식당에서 일하며 궂은일 하는 용자가 속을 알 수 없는 남편을 다그치고 맞서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용자와 성진, 부부 사이에 숨어 있는 관계, 반전의 스토리라인을 맞닥뜨리는 동안 관객들은 이 영화가 가진 삶의 씁쓸한 페이소스와 대면하게 된다.

복권을 둘러싼 해프닝처럼 보이던 영화가 말싸움과 몸싸움, 처절함과 비애가 난무하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로 귀결되기까지, 웃음기를 걷어 낸 정이랑의 표정이 그 길을 열어 준다. 웃음기 뺀 표정이, 진지한 연기가 정이랑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두에게 반전의 연기다. “웃기지 않고 웃긴 영화가 아니라는 전제로 찍었어요.” 어쩌면 정이랑은 지금 관객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든 걸 시험대에 올린 걸지도 모른다. 정이랑은 말한다. “진짜를 한 거예요.”

<아네모네>는 정이랑이 가고자 하는 방향, 배우로서 쌓아 온 시간을 이제 막 본격적으로 증명하는 작품으로 중요하다. 인터뷰 시작에, 자신의 실제 성격이 워낙 ‘샤이하다’고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조용한 대답 한마디 한마디가 힘을 실어 주었다.


〈아네모네〉 배우 정이랑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배우 정이랑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첫 주연이 주는 설렘도 있고, 그만큼 부담도 크실 것 같아요.

​그렇죠. 맨날 카메오, 우정 출연만 하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 작품을 하니까.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저한테 과분한데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사람으로서 있다 보니 이런 작품을 매번 찍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다른 배우분들을 정말 리스펙하게 됐어요. 영화 찍는 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체력도, 멘탈도 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부탁했던 복권을 사두지 않은 남편을 응징하고 분노하는 용자의 폭넓은 감정과 몸의 액션이 정이랑의 연기로 빛을 더하는데요. 정하용 감독님과 전작 <귀신>을 함께 하시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때 본 정이랑이라는 배우의 역량이 있어서 기획, 발전된 것 아닐까 싶었는데요.​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해요. 그러면 제가 잘 그냥 소화했다는 거 아닐까요? 물론 감독님께서 저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아는 사람들끼리 공유한 정도라고 생각하고, 설마 내가 용자는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용자를 빼고는 여자 배우가 할 만한 역할이 거의 없더라고요. 남자 역할을 준 건 아닐 테고. 마침 감독님의 전작 <귀신>에 제가 출연하기도 해서 저를 생각한 것 같은데, 제가 그 기회를 딱하고 물었죠.(웃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영화이자, 그래서 한편으로는 모두가 기대했던 영화와도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복권을 둘러싼 해프닝으로 시작되지만, 그걸 뛰어넘어 용자와 성진 부부의 믿음과 배신의 문제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코믹의 기운에서 점점 벗어나는데요. 배우님은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상한 감정이 드는 거예요. 분명히 저는 웃고 있는데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고, 심장은 뛰고 있는데 뭔가 막 슬픔과 기쁨과 희열이 막 용솟음치는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이거 영화 좀 독특하다, 특이하다. 이걸 어떤 연기자가 하면 잘할까? 그래서 생각도 해봤는데, 내가 그런 거 생각할 게 아니다. 내가 잡아야겠다. 내가 무조건 하고 싶다,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 역할을 따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욕쟁이 할매로 분장한 모습에 익숙하다가, 스크린에서는 정이랑의 실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더 신선한 지점이 보여요. 스스로 그 모습에 대해서 어떤 인상이신가요.

너무 좋던데요. 너무 좋았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니까. 얼굴에 좀 붉은 끼 있고 사람이 좀 불쌍해 보여야 하는 그런 거라서 샵도 안 가고, 선크림도 안 바르고 그냥 세수만 하고 갔어요. 그리고 심지어 머리도 안 감고 그래서 떡진 부분들이 되게 많은데 그냥 그대로 갔어요. 촬영이 좀 힘들면 다크서클이 심해지는데 그게 자연스레 분장이 되더라고요. 너무 편했어요.

주연 배우로 작품에 참여하시면서 <SNL 코리아>의 크루로서 보여주는 개그맨으로서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을 것 같은데요.

‘배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접근, 전략은 없었고요. 오로지 작품의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이 작품에서 용자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웃기지 말아야 한다. 이게 첫 번째 원칙이었어요. 용자는 웃기지 말아야 하고, 한 번도 안 써본 표정이 나와야 하고, 한 번도 안 해본 말의 톤이 나와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죠.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짰어요. 생각해 보면 과거 활약했던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동네 미친 여자든, <SNL 코리아>의 욕쟁이 할머니든 제가 했던 역할들과 일맥상통했던 점은 모두가 진짜 젖 먹던 힘까지 있는 거 없는 거 다 영혼까지 끌어가지고 해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아네모네>에서처럼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배신이, 또 안 좋은 일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것들이 다 내포돼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면서 보는 분들의 화를 모아 모아 모아서 내가 대신해서 으르렁 화내듯이 한번 쏟아 내보자는 그런 각오는 조금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 쏟아부으니 이번에도 촬영하고 나서는 숟가락 들 힘도 없더라고요.(웃음)

용자의 감정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참고한 캐릭터나 인물이 있었다면요.

저희 큰오빠가 큰 사업을 하는데 성격이 불같아요. 악기로 친다면 베이스 같은 존재인데, 화통을 삶아 먹은 사람 같은 거죠.(웃음) 살벌한 표정은 허성태 배우님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여자 텐션으로서는 용자가 보여주는 살벌한 에너지가 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그게 나올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되려 남자 같은 표정으로 가보자, 울화통을 보여주자 하고 찾아간 거죠.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워낙 개그 할 때도 남자 분장으로 역할을 많이 하셨는데, 그래서 남자 캐릭터로 접근이 용이했나 보네요.

어떻게 해봐도 자꾸 착한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뭔가 화면으로 보면 에너지가 좀 딸리는 느낌이 든 거죠. 그러다가 허성태 배우님이 살인하기 직전에 어떤 씹어 먹을 듯한 표정을 한번 해보니 생각했던 감정이 나오더라고요.

남편 역할을 한 박성진 배우와 맞고 때리고는 싸움의 합이 잘 맞았어요. 감정뿐만 아니라 액션의 동작까지 상당한 연습이 있었겠구나 싶었는데요. 어떻게 합을 맞춰 갔나요.

툭하면 탁하고 대사가 나올 수 있게, 어떤 디렉팅에서도 저희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끔 일단 대사를 맞추자는 게 저희 목표였어요. 그러자면 호흡이 맞아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하다가, 둘이 한강을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한남동부터 이태원, 신촌까지 하여튼 엄청나게 돌아다녀서 집에 돌아오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걸으면서 대사를 연습했어요. 한 100번은 한 것 같아요.

<SNL 코리아>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과는 많이 다른 방법론인가요?

네. 영화는 철저한 계획 하에 연습한 건데, SNL 같은 경우에는 계획을 하면 할수록 어색한 게 나와요. 즉흥적인 면이 좀 많죠. 말을 많이 안 하고 상황만 이야기하고 그다음부터는 각자의 말로 그때그때 호흡을 맞춰요. 각자도생하는 방법이죠.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남편이 용자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서 심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물리적 액션이 심화되는데요. 특히 박성진 배우가 많이 맞아요. 잘 때리고, 잘 맞는 게 액션 연기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인데요.

제가 때리는 거를 이렇게 찰지게 잘 때리긴 해요. 많이 아파요.(웃음) <SNL 코리아>에서도 악명이 높아요. 때리는 장면에서는 워워, 조절하려고 했는데 성진 배우는 “누나, 코 삐뚤어져도 좋으니까 그냥 두 번 가는 것보다 한 그냥 한 번씩 확실하게 때려”라며 그렇게 편하게 해주더라고요.

이번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연기자 정이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떤 계기로 연기자가 되고 싶으셨던 건가요.​

6살, 7살 때부터 TV를 보면서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탤런트가 되어야겠다고 했는데 보니까 저 어릴 때는 미스코리아들이 탤런트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스코리아가 꿈이었어요. 그러면 연기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사춘기 되고 나니까 제 주제 파악이 되는 거죠.(웃음) 이건 아니구나. 그래서 공채 시험을 봐야겠다고 했는데, 제가 20대가 되고 나서 방송국 탤런트 공채 시험이 없어진 거예요. 신인배우들은 막 다 송혜교 이런 분들이 나올 때였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연극을 시작했어요. 그땐 시트콤이 핫할 때였는데, 그때 박승대홀(현재 대학로 인하우스)을 가게 됐어요. 내일부터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관객들이 날 보고 웃는 데서 희열이 느껴지고 이 일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렇게 연기 훈련이 되고 하게 됐어요.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하셨고, 실제 관련하여 일도 하시다가 개그맨이 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대학원은 연기를 전공했어요. 교직은 아버지가 자격증은 반드시 따야 한다고 해서 그래서 교직 이수를 해서 2급 자격증은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원래 꿈이 무엇인가 내가 지금 무얼 위해서 달려가고 있냐고 생각했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거에 한 번 더 도전을 해보자.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도 잠깐 공부를 접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실제 성격은 수줍음이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직접 뵌 인상에서 그 말이 와닿는데요. 그런데 캐릭터를 보여줄 땐 180도 바뀐다고 할까요.

저한테 그 두 가지 모습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조용히 있을 때가 좋은데도, 언제부터 막 텐션을 올려서 사람들 앞에서 까부는 모습을 하는데, 집에 가면 이게 맞나? 그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사는 게 피곤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한테도 물어봤어요. 친구들이 끝까지 노는 것도, 소심하고 샤이하고 부끄러움 많은 것도 둘 다 제 모습이라고 하더라고요. 원래 그랬다고.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하지 말자, 생각한 거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분위기에 맞추기보다 나를 더 소중히 여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 했더니 그때부터 너무 편한 거예요. MBTI가 제가 I(내향형)인데 그걸 인정하고 I로 살아야지 했더니 지금은 아무 고민이 없어요.

영화 출연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김윤석 감독이 연출한 <미성년>에서 잠시 등장하셨었죠. 염혜란 배우와 모녀 관계로 호흡을 맞추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만 해도 본격적으로 장편영화의 주연을 하실 줄 몰랐어요.

​출연 요청이 와서 ‘감독님께서 <SNL 코리아>를 재밌게 보셨나 보다’ 그랬는데 잘 모르시더라고요. 단지 염혜란 선배님하고 닮아서, 정말 순수하게 이미지 캐스팅이었대요.(웃음) 염혜란 선배님과 닮았던 건 저도 알고 있었는데 닮아도 그렇게 닮았을 줄은, 진짜 무슨 도플갱어 된 것처럼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선배님, 하고 불렀더니 ‘어머 야 소름 돋는다’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배우분들한테 같이 사진 찍자고 한 거 정말 처음이었어요. 웬만하면 아무리 막 멋있고 막 이렇게 근사한 분이 있으셔도 저는 사진 찍자는 얘기 잘 안 하거든요 부끄러워서. 그런데 그땐 너무 영광스럽고 신기해서 사진 찍자고 하고 인스타에도 올렸어요.

오디션은 꾸준히 보고 계신 거죠? <기생충> 오디션 일화도 유명한데요.

​네,봤었어요. <기생충>은 우연히 어떤 매니저를 통해서 기생충 들어간다는데 사무실이 저희 집 앞인 거예요. 그래서 잠복근무를 하다 감독님하고 한번 마주치는 척을 해 봐 뭐 어떻게 해야지 하다가 그 근처로 한번 들어가 봤어요. 근데 마침 감독님이 마침 내려오는 거예요. 감독님께 오디션 보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연락하신다고 했고, 진짜 연락이 온 거예요. 그러고 나서 됐으면 영화 같은 얘기가 되는데, 떨어졌죠. 여기는 냉정합니다.(웃음)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아네모네〉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정이랑 배우가 욕심나는 캐릭터가 궁금한데요.

​제가 이승원 감독님 작품 <해피뻐스데이>(2017)와 <세자매>(2021)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특히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가 자매로 나온 <세자매>를 너무 좋아해요. 장윤주씨가 연기한 막내 역할을 보고는 ‘저거 내가 했으면 너무 잘했을 텐데. 하고 싶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윤주 배우가 연기한 ‘미옥’은 콩가루 집안에서 정말 막 나가는, 거침없는 욕설과 행동을 하는 캐릭터잖아요. ‘욕 장르’는 장윤주 배우보다 더 어울렸겠다 싶으셨던 거죠? (웃음)

장윤주 배우가 워낙 넘사벽으로 잘하셔서요. <SNL 코리아>에 호스트로 나오셨을 때도, 너무 잘 봤다고 영화 이야기를 한참 한 기억이 나요. 근데 이승원 감독님 작품이 약간 저희 가족 감성이에요.(웃음) 저는 그렇게 좀 현실 연기 같은 걸 하고 싶어요. ‘나 지금 연기해요’ 이런 것보다 그냥 말하듯이,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도전도 기대되는데요. 잘 알려진 정이랑의 희화화된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또 한편으로는 이 장점을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전 어떤 역이든 좋아요. 정통 연기자로 받아들여져야겠다, 이런 건 없어요. 뭐든 없어서 못 하는데요.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제고 또 다른 색깔의 연기를 하게 될 일이 있지 않을까.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하다 보면 계속해서 저는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단, 지금까지는 딱 정답을 찾기 위해서 연구도 고민도 많이, 정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좀 러프하게 자연스럽게, 더 나다운 저를 보여줄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개그맨이 다른 걸 하면 선입견이 있는데, 개그 하다가 정극했는데도 괜찮네, 개그 하다가 다른 걸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그런 시기도 또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중심 잡고 계속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