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그데이즈
감독 김덕민
출연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을 모든 생명에게로 확장하는 시선
★★★
로맨스를 포함한 다양한 인간관계로 사연을 확장하고 강아지를 추가한 ‘도그 액츄얼리'. 반려 인간만큼이나 반려동물의 의미가 중요해진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가족 영화다. 동물권 이슈가 의외로 각 인물들의 사연과 붕 뜨지 않게 잘 얽힌 편. 모든 갈등이 지나치게 순진하게 풀리는 감이 있지만, 이 또한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선한 부분들일 것이다. 함께 나누는 사랑과 배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같은 것. 작품에 어울리는 소탈하고 편안한 연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견(犬)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일등공신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미워하기 힘든 기획물
★★★
다양한 관계의 인물들을, 강아지를 매개로 억지스럽지 않게 엮어낸 이음새가 좋다. 감동을 위한 감동 설정 가짓수가 많긴 하지만, 강아지와 인간 모두를 소외시키지 않는 균형 감각과 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이 영화엔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강아지들의 사랑스러움과 출중한 연기력(?)이다. “1500만 반려견 시대”를 겨냥한 미워하기 힘든 기획물.
데드맨
감독 하준원
출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야심 찬 각본, 힘 조절에 실패한 연출
★★☆
주목할 만한 사회적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정치와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각본으로 꿰어내는 시도는 야심 차다. 사전 조사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데, 이것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과정이 미흡했다. 인물들에 공감할 여지를 열어주는 대신 소재와 사건만 무리하게 확장하며 밀어붙인 인상이다. 주인공을 계속해서 비극의 끝으로 몰아가는 방법만이 반드시 통쾌한 결말의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닐 텐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캐릭터들의 희생도 소모적으로 비친다. 보여주는 것보다 지나치게 설명이 앞서는 방식 역시 아쉽다. 연기 역시 소화가 버거워 보이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초반 30분은 설렜는데…
★★☆
착상은 호기롭고 출발도 흥미롭다. 빠른 편집과 공들인 흔적이 느껴지는 취재력에, 초반 30분까지 기대감이 바짝 오른다. 오, 이것은 의외의 복병이려나 싶을 즈음 아쉽게도 정치가 개입하면서 만듦새가 짜게 식기 시작한다. 더 흥미롭게 뻗을 수 있는 소재가 익숙하게 봐 온 정치 테마에 발목 잡혀 흐지부지되는 전개가 여러모로 아쉽다.
아가일
감독 매튜 본
출연 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간지’ 빠진 <킹스맨>st 오락 영화
★★★
<킹스맨> 시리즈의 톤 앤 매너를 지닌 영락없는 ‘메이드 인 매튜 본’ 작품으로, 장르 비틀기와 B급 유머, 양념처럼 흩뿌려진 음악과 현란한 액션이 나란히 달리는 오락영화다. 다만 이질적인 요소들의 어우러짐과 수위 조절이 기막혔던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비교했을 때, 형식에 이야기를 꿰맞추다 보니 허술하게 이어지는 대목들이 있어 흥이 종종 꺾인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샘 록웰의 연기 합은 좋지만, 액션 호흡에서의 ‘간지/멋’까지 좋다고 말하기엔 망설여진다. 그리고 이 망설여지는 요소가 <아가일>의 장르적 재미를 적잖이 깎아 먹지 않나 싶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매튜 본의 자가당착
★★☆
아가일 무늬로 포장한 매튜 본 감독의 스파이 액션 코미디 선물 세트. 스파이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마르지 않는 애정은 이해한다. 감독도, 관객도 대표작 <킹스맨>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게 큰 문제다. 남녀 스파이 커플을 새롭게 내세웠으나 같은 장르의 스타 커플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비중을 높인 코미디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킹스맨>과 연관성도 주도면밀하지 않아 떨떠름하다. 포장은 화려한데 내용물은 기성품과 신제품, 복제품이 허술하게 뒤섞여 옥석을 가리기조차 버겁다. 감독의 흥과 배우의 살신성인이 엇나가면 관객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플랜 75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고령화 사회의 가상 풍경
★★★
75세가 넘으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고령화 사회를 타개하기 위해 안락사 시스템을 도입한 사회가 배경이다. 일종의 SF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우리에겐 첨예한 현실이 된 상황을 담는다. 장르 영화로 갈 수도 있었지만, 영화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다소 느슨한 극적 구조 속에서 관조적 톤을 유지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어쩌면 이미 오래된 미래
★★★☆
이미 우리는 은퇴 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지가 아니라 얼마나 덜 비참하고 덜 빈곤할 수 있는지 염려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간의 존재 가치와 쓸모를 생산성과 효율에만 맞추는 사회가 맞이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정확한 풍경이 이 영화 안에 있다. 국가 제도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자리 잡는 비인간적 폭력은 바다 건너 국가의 일, 혹은 단순히 판타지만은 아니기에 더 서늘하게 다가온다. 노년 세대 당사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삶과 죽음 이후까지 직간접적으로 부양하는 젊은 세대의 상황까지 다각적으로 들여다본 시각이 보다 풍성한 논의를 제공한다. 실제의 흉악 범죄로부터 출발한 개인의 질문이 사회 문제를 경유하고 나름의 제언으로까지 안착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연출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미래도, 가상도 아닌 곧 다가올 이곳의 현실
★★★☆
노인 혐오 범죄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플랜 75를 고안해낸다. 75세 이상 고령자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는 마치 보험 상품처럼 시작된다. 그러나 플랜 75를 고민하는 노인, 행정을 담당한 공무원, 콜센터의 상담사, 사망한 노인들을 처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드러나는 플랜 75는 권리와는 거리가 멀다. 빈곤하고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이 죽음을 강요 당하는 것이다. 일본의 근미래로 설정된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당장 닥칠 현실로 느껴져 공포스럽다. 자본주의 효율성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지 그 끝이 75세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영화의 경고는 매섭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75세 이상 노인에게 죽음을 권하는 사회. 영화 속 설정이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문제점과 맞닿아 있어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죽음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플랜 75’와 연관된 네 인물을 비추며 노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회문제를 짚는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은 인명 경시 사회의 살풍경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로 그렸다. 아웃포커싱 장면 등 극도로 절제된 연출이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인간과 사회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우는 소중한 영화다.
아네모네
감독 정하용
출연 정이랑, 박성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로또 대소동
★★★
고상한 제목과 동화로 시작하는 오프닝과 달리, 영화 자체는 오로지 한곳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당첨된 로또 한 장을 향해 달려간다. 정이랑의 폭주 기관차 같은 연기가 압도하는 가운데, 그에게 '당하는 남자들'의 코믹 연기가 이어진다. 단순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코미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개운치 않은 코미디
★★☆
일확천금을 꿈꿀 수밖에 없는 세태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 1등 당첨된 로또의 행방을 찾는 추리 추적극과 동화 구조로 이뤄진 영화는 뚜렷한 형식에 비해 내용과 아이디어가 빈약한 편이다. 거듭해서 반전 효과를 노리지만 제목과 주제, 이야기를 명쾌하게 연결하지 못해 산만한 인상을 준다. 주연배우 정이랑을 비롯해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단순한 캐릭터에 소모된 점도 아쉽다.
검은 소년
감독 서정원
출연 안지호, 안내상, 윤유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소년은 웃지 않는다
★★★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남한 사회의 수많은 가정이 망해가던 IMF 시대를 배경으로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소년을 보여준다. 사실 십 대의 고통스러운 성장기는 적잖은 영화의 테마였지만, <검은 소년>은 주인공 개인의 서사에 시대성을 겹쳐놓았다는 점에서 변별성을 지닌다. 배우들의 리얼하고 안정적인 연기가 좋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성장통을 그리는 사려 깊은 방식
★★★
영화 속 소년의 세계는 어둡고 외롭고 쓸쓸하다. 엄마의 가출, 아빠의 폭력, 학교 내 괴롭힘. 소년을 둘러싼 상황은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라는 시대 배경까지 더해져 막막하기만 하다. 영화가 주목하는 건 소년의 치열한 내면세계다.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 이성과 문학에 대한 설렘, 친구 가정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의 성장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서정원 감독은 장편 데뷔작에서 완급 조절과 안정적인 연출력을 발휘했다. 안지호, 안내상, 윤유선의 빈틈없는 연기도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
감독 알란 포맨
출연 장예나, 전태열, 김보민, 엔하이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뮤직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 아기 상어
★★★
K캐릭터로 떠오른 ‘핑크퐁 아기상어’를 주인공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기 상어 올리와 윌리엄>의 첫 번째 극장판. <네모바지 스폰지밥> 제작사 니켈로디언이 공동 제작에 참여해 글로벌 색채가 두드러진다. 노래 ‘상어가족’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콘텐츠인 만큼 이번 극장판은 뮤직 애니메이션 성격을 강화해 신나고 중독성 강한 노래들을 선보인다. 기존 세계관에 K팝 요소까지 적절하게 녹여 아동 애니메이션, 국산 애니메이션의 확장을 실현한다.
영화 스미코구라시 - 푸른 달밤의 마법의 아이
감독 오오모리 타카히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마법사가 된 스미코들
★★★
<스미코구라시> 두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 마법사 5형제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스미코들을 마법 세계로 이끈다. 스미코들 중에서 공룡 토카게와 마법사 막내 파이브가 나누는 속 깊은 우정이 보는 이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스미코들의 확고한 정체성을 마법과 꿈으로 풀어낸 정교한 스토리텔링 솜씨가 수준급이다. 캐릭터성에 의존하지 않고 살뜰하게 세계관을 꾸려나가는 이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앞으로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