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키스로의 여정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2021년 개봉해 '듄친자'를 양산한 영화 <듄>의 속편 <듄: 파트 2>가 2월 28일 개봉한다. <듄>은 희귀 자원 스파이스가 있는 행성 아라키스에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가 겪는 일을 그린다. 프랭크 허버트가 쓴 소설의 방대하고도 묵직한 이야기를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상으로 완벽하게 옮겨 호평을 받았고, 곧바로 2부 제작에 착수했다.
이번 <듄: 파트 2>는 기존의 두 가문뿐만 아니라 아라키스 행성의 토착민 프레멘과 우주를 다스리는 황제 진영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로 보다 더 큰 스케일이 담길 예정. 이렇게 방대한 것 같은 <듄> 2부작도 원작에서 고작 1권만 다뤘으니 'SF계의 금자탑'이라고 불리는 원작 소설의 방대함을 엿볼 수 있다. 한국 대중에겐 다소 낯설지만 서구권에선 1965년 발간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준 「듄」은 여러 미디어로 재창조된 바 있다. 아라키스를 더욱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미디어믹스를 소개한다.
조도로프스키즈 듄

「듄」은 발간 후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하나는 1982년 데이빗 린치의 <듄>(국내엔 <사구>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40년이 지나 당도한 2021년 <듄>이다. 팬덤이 두터운 작품답게 이 두 영화 외에도 영화화가 꾸준히 시도됐었으나 완성까지는 늘 쉽지 않은 길이었다. 팬이 아닌 관객에겐 다소 낯선 세계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하되 여러 세력의 권력 다툼을 담아내는 방대함, 영상 묘사가 쉽지 않은 모래행성이란 배경 등 돈이 들어갈 구석은 많이 보이는데 그만큼 벌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던 것이다.

그런 '미완의 듄' 사이에서 미완이기에 더욱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조도로프스키즈 듄>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사 전체에서도 괴상하기론 손가락 안에 드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제작하려고 한 영화 <듄>의 제작비화를 담고 있다. <엘 토포>, <홀리 마운틴> 등 범상치 않은 전작들을 내놓은 그에게 「듄」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프로젝트였다. 그는 「듄」의 서사를 모두 담고 싶어서 16시간짜리(!) 시나리오를 쓰고, 뫼비우스와 H. R. 기거 등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아트웍을 맡겼으며, 오손 웰즈부터 살바도르 달리까지 편견 없는 캐스팅을 진행했다. 실제로 영화는 스토리보드까지 마련돼 금방이라도 제작에 들어갈 것 같았으나 당연히 이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대작은 투자 받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조도로프스키가 준비하던 작품은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보여준 포부와 비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화제성을 지녔고, 이렇게 다큐멘터리와 프로덕션 서적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여기서 호흡을 맞춘 조도로프스키 감독과 뫼비우스는 합심하여 SF 모험 만화를 발표했는데, 그 작품이 「잉칼」이다.
스파이스를 건 대전쟁, 웨스트우드식 <듄>

'듄'이란 제목이 가장 익숙한 분야는 의외로 게임이다. '듄'이란 프랜차이즈는 여러 차례 게임으로 재탄생했는데, 그중에서도 웨스트우드가 제작한 일련의 시리즈가 유명하다. 가장 먼저 「듄」을 게임으로 만든 건 1992년 크리오 인터랙티브. 데이빗 린치의 <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배우의 얼굴, 영화 속 디자인 등을 게임에 녹였다. 폴 아트레이데스가 돼 행성의 환경을 파악하고 주변인물과 교류하며 탄탄한 동맹을 이뤄 하코넨 가문을 몰아내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1991년 게임답지 않게 복합장르인데, 어떤 인물과 상호작용을 하느냐와 행성 전체에서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전개가 달라진다. 즉 어드벤처와 내러티브 게임, 그리고 전략시뮬레이션이 공존하는 형태인 것.

이렇게 빼어난 <듄> 게임이 존재함에도, 게이머들에게 '듄'이란 이름을 확실하게 새겨넣은 건 같은 연도에 발매한 <듄 2>이다. 웨스트우드에서 제작한 <듄 2>는 아트레이데스, 하코넨, 오르도스 세 가문 중 한 가문의 사령관이 돼 전투를 벌이고 행성 아라키스를 손에 넣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이다. 자원을 모아 유닛을 생산해 전투를 벌이는 <듄 2>의 게임스타일은 이후 (<스타크래프트> 같은) RTS 장르의 시효로 여겨지고 있다. 이 작품을 기반으로 웨스트우드는 1998년 리메이크 <듄 2000>과 2001년 3D 버전 <엠퍼러: 배틀 포 듄>을 발매했다. 세 작품이 모두 이어지는 시리즈는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제작한 <듄 2000>과 <엠퍼러: 배틀 포 듄>만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 웨스트우드식 <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르도스 가문이다. 이 오르도스 가문은 원작에서도 언급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설정집에서나 만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웨스트우드는 이 가문에게 '명예로운 아트레이더데스', '폭력적인 하코넨'과 대비되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인 가문'이란 아이덴티티를 부여했고, 이것은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됐다. 이외에도 웨스트우드는 본인들의 전매특허, 실사영상으로 스토리를 전달해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아라키스 쟁탈전을 보는 재미를 충족시켰다.

<엠퍼러: 배틀 포 듄>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던 「듄」 게임화의 계보는 영화화 소식에 탄력을 받았는지 최근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래 발매한 <듄: 스파이스 워스>는 4X RTS를 표방했다. 즉 RTS 스타일의 소규모 전투투와 (<문명> 시리즈 같은) 정치·외교와 탐험을 하는 4X 방식을 결합한 것이다. 아트레이데스, 하코넨, (황제의) 코리노, 프레멘, 밀수업자, 에카즈 가문 등 원작 1권 기준 유력 세력이 모두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발매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캠페인, 즉 스토리모드는 없기 때문에 스토리를 중시하는 팬들에겐 아쉬운 부분. 이외에도 보드게임 '듄: 임페리움'도 PC버전으로 발매되기도.
2부 이야기까지 담은 드라마 <듄>

드니 빌뇌브의 <듄> 2부작은 원작 소설 기준 1권의 내용만을 다룬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몰락과 폴 아트레이데스의 부상이 중심이다. 때문에 뒷이야기, 적어도 1권과 이어지는 2권 내용이라도 궁금하면 책을 보거나 (유튜브 영상 등) 요약본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게 싫다면 SYFY 채널의 드라마 <듄> 시리즈를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드라마 <듄>(2000)과 <듄의 아이들>(2003)은 각각 1권과 2~3권(「듄의 메시아」와 「듄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를 보고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곧바로 <듄의 아이들>을 이어보면 충분하다. 물론 거대자본의 위력이 느껴지는 영화에 비하면 다소 조촐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현재까지 원작 2~3권을 다룬, 그리고 꽤 호평을 받은 유일한 작품이기에 그런 단점은 흐린눈 하고 볼 수밖에 없다. <듄: 파트 2> 개봉 전이니 1권의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폴 아트레이데스의 말년과 그의 자손들이 맞이하게 된 운명을 그린다. 폴 아트레이데스의 아들 레토 아트레이데스 2세로 출연한 제임스 맥어보이가 스타가 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