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벌써 11월을 맞았다. 올해는 기대했던 영화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들이 더 빛났다는 느낌이 강하다. 에디터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지 미국 영화 웹사이트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Taste of Cinema)에서도 예상 외로 좋았던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상반기 작품 위주로 국내 개봉작도 다수 있어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해본다.


<7번째 내가 죽던 날>
감독 라이 루소 영 출연 조이 도이치 개봉일 2017.05.31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사랑의 블랙홀> 틴에이지 버전처럼 보여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나 <스펙타큘라 나우>와 비슷한 타입의 영화다. 이 두 영화만큼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놀라운 요소들이 있다. 타임 루프 전개는 더 천진난만한 톤이라 신선하고, 주연 조이 도이치는 평소처럼 훌륭하고,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7번째 내가 죽던 날

감독 라이 루소 영

출연 조이 도이치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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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언더팬츠>
감독 데이빗 소렌, 롭 레터맨 출연 케빈 하트, 에드 헬름스, 닉 크롤 국내 미개봉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아동 도서 <캡틴 언더팬츠>(국내 도서명은 '빰빠라밤! 빤스맨') 시리즈를 영화화한다고 할 때, 반응은 애매했다. 하지만 어른을 위한 성숙한 영화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줄 아는 회사 아닌가. <캡틴 언더팬츠>는 딱 그런 영화다. 철없는 두 어린 아이와 이들이 만든 캡틴 언더팬츠가 중심이다보니 다소 유치함을 피할 순 없지만, 영화의 유머는 어른들에게도 통할 만큼 영리했다. 또 훌륭한 목소리 캐스팅은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캡틴 언더팬츠

감독 데이빗 소렌, 롭 레터맨

출연 에드 헬름스, 케빈 하트, 닉 크롤, 토머스 미들디치, 조던 필레, 크리스틴 스칼, 레슬리 니콜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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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리비>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출연 케이트 마라, 브래드리 휘트포드, 톰 펠튼 국내 미개봉

솔직히 케이트 마라는 운이 좋은 편이 아니다. 동생 루니 마라가 <캐롤> 같은 몇몇 훌륭한 영화에서 활약할 때, 그는 <판타스틱 포>, <캡티브>, <맨다운>, <트랜샌던스> 같은 영화를 선택했다. 괜찮은 출연작도 있지만 그의 연기와 장악력은 미지수에 머물렀다. 여성 군인과 군견을 그린 <메건 리비>는 케이트 마라의 연기와 극을 이끄는 능력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줬다. 이 영화는 알찬 시나리오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케이트 마라의 연기가 최고의 장점이다.

메건 리비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출연 케이트 마라, 톰 펠튼, 브래드리 휘트포드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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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개봉일 2017년 2월 22일

<더 비지트>로 약간의 발전을 보여준 샤말란 감독은 <23 아이덴티티>로 재기했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이야기를 창조한 샤말란 감독은 거칠지만 최근 작품 중 가장 집중된 각본을 썼다. 후반부에서 익숙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다른 장점이 덮어줄 만하다. 무엇보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알고 싶다면 그냥 이 영화를 보면 된다. 그리고 샤말란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든 추천할 만한 영화란 것도 중요하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이 샤말란 감독의 차기작으로 다시 돌아온다.

23 아이덴티티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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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
감독 J.D. 딜라드 출연 세이첼 가브리엘, 제이콥 라티모어 국내 미개봉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성공작이 거의 없는 WWE 스튜디오 제작,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감독,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와 분위기. <슬레이트>를 기대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능 있는 배우들과 견고한 드라마로 차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범죄 영화' 같은 예고편과 달리 느린 페이스의 가족 드라마라 관객들의 기대에 엇나갔고, '길거리 마술사'라는 특징에도 '가족을 챙겨야 하는 궁지에 몰린 사람'이란 스토리에는 클리셰가 포진해있다. 그럼에도 <슬레이트>는 흥미가 떨어질 때쯤에 제이콥 라티모어와 세이첼 가브리엘의 혼신을 다한 연기로 관객의 고삐를 당긴다. 진부하지만 진정성이 있다. 

슬레이트

감독 J.D. 딜라드

출연 덜 힐, 린지 라로즈, 세이첼 가브리엘, 제이콥 라티모어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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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제이크 질렌할,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일 2017년 4월 5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라이프>는 <에이리언: 커버넌트>보다 더 '에이리언'스럽다. 리들리 스콧의 신작에 실망한 관객에게 폐소공포증적인 SF 호러를 선사했다. 영화는 통찰을 선사하는 SF 걸작의 방식을 시도하지 않고 오로지 관객들을 스릴에 빠뜨리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정 부분 성공한다. 획기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하지만 주류 장르가 아닌 '무서운 외계인 괴물 영화'란 점만으로도 용서된다. 배우들의 연기와 무시무시한 외계 생물이 관객을 무섭게 하니, 오리지널 <에이리언> 1편의 우직한 공포감이 그립다면 이 영화가 딱 맞을 것이다.

라이프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제이크 질렌할,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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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설>
감독 나초 비가론도 출연 앤 해서웨이, 제이슨 서디키스 개봉일 2017년 4월 20일

<콜로설>은 딱 봐도 굉장히 이상해 보인다. 실제 영화도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과하게' 이상하지 않다. 스토리 자체는 쉬운데 구성은 관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개인의 불안한 심리와 괴수라는 소재의 혼합은 영화의 충분한 동기가 되고, 다양한 톤을 적재적소에 보여준다. 그리고 제이슨 서디키스의 연기가 대단히 좋다.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시선을 끈다. 이 다음에 소개할 영화와 테마는 같은데 <콜로설>이 더 영리하다. 오스카상을 받지는 못 하겠지만 이런 소규모 자본 영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콜로설

감독 나초 비가론도

출연 앤 해서웨이, 제이슨 서디키스

개봉 2016 캐나다,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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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스컬 아일랜드>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출연 톰 히들스턴, 사무엘 L. 잭슨, 브리 라슨 개봉일 2017년 3월 8일

<고질라>는 호평과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느린 전개라는 비판을 함께 받았다. <콩: 스컬 아일랜드>에선 이런 단점을 찾아볼 수 없다. 괴수가 한참 뒤에 나와 <죠스>, <에이리언>에 비유되는 <고질라>와 달리 <콩: 스컬 아일랜드>는 초반부에 콩을 보여준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들 모두 콩에 맞설 만큼 동기와 성격이 확실하다. 때때로 대규모 자본 영화에서 자신의 색을 잃고 힘을 못 쓰는 감독들(<그린 호넷>의 미셸 공드리나 <황금 나침반>의 크리스 웨이츠처럼)도 있지만,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은 성공적으로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액션이 가득한 괴수 영화를 찾는다면 좋아할 것이다. 

콩: 스컬 아일랜드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출연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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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개봉일 2017년 5월 31일

이 영화가 나오기도 전, DC 확장 유니버스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원더 우먼>은 탁월한 완성도의 액션 걸작이다. 갤 가돗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순 있었겠지만, 다행히 빼어난 연출력을 가진 감독과 흥미진진한 각본도 함께했다. 원더 우먼의 모든 걸 담은 각본과 현대적으로 변화된 요소의 신선함이 잘 섞여있다. 물론 모든 히어로 영화처럼 지겨운 CGI 빌런이 있고 진부한 구석도 있지만 최초의 여성 히어로를 소개하며 DC 확장 유니버스에 희망을 안겨줬다. <캣우먼>과 <엘렉트라>의 악몽을 잊을 수 없지만, 적어도 <원더 우먼>의 시작은 놀랍다.

원더 우먼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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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아웃>
감독 조던 필레 출연 다니엘 칼루야, 앨리슨 윌리암즈, 브래드리 휘트포드 개봉일 2017년 5월 17일

이 영화가 '잘 나왔다'는 건 놀라운 게 아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내 호러 영화 베스트 10'이나 '올해 최고작'에 선정되는 건 놀랄 만하다. 조던 필레는 똑똑하고, 예고편은 매혹적이었으며, 시나리오는 영리하다. 근래 등장한 호러 영화 수작인 <더 위치>, <바바둑>, <팔로우>와 경쟁해도 좋을 정도다. 단지 무섭기만 했다면 이 정도 평가를 못 받았을 것이다. <겟아웃>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매 순간이 중요한 요소를 담고 있다. 다른 영화들이 관객을 '놀래키려' 할 때, 이 영화는 관객들이 '머리 쓰게' 한다. 단순히 호러 팬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모두를 위한 영화다. 정치적이든 인종의 관점이든, 혹은 영화에 대해서든 이 영화는 당신에게 새로운 걸 안겨줄 것이다.

겟 아웃

감독 조던 필레

출연 브래드리 휘트포드, 앨리슨 윌리암스, 캐서린 키너, 다니엘 칼루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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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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