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부대
감독 안국진
출연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진실게임
★★★☆
최근 흥행한 한국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시대성’일 듯한데, 그것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든(<서울의 봄>), 판타지 장르 안에서 언급되든(<파묘>)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이슈와 연결되고 그럼으로써 대중적 호응을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댓글부대>는 가짜와 진짜의 경계를 알 수 없는 미디어의 대혼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꽤나 시의적절한 영화다. 가장 큰 미덕은 흡인력. 따라가기 만만치 않은 서사를,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내세워 쭉 끌고 가는 힘이 좋다. 굳이 통렬한 결말이나 억지스러운 교훈을 주지 않으려 한 점도 마음이 드는 대목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현실과 음모론 사이, 쾌감과 패배감 사이
★★★☆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 직전까지 모두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인터넷과 접속하는 시대 풍경을, 과연 그 시대가 가장 잘 시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꿰뚫는다. <댓글부대>가 포착한 동시대성은 100%의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사실이 더욱 진짜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실체의 명쾌한 파악은 불가능에 가깝다. 댓글부대의 정체를 속 시원하게 까발리는 단순한 목적성을 가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기자가 주인공이되 저널리즘의 정의와 승리를 마냥 순진하게 그릴 수도 없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는 영화다. 극 중 인물들이 사는 세상은 진실 추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계속해서 탄생하는 패착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명백히 우리를 둘러싼 풍경이기도 하다. 촬영과 미술, 편집 등 거의 모든 파트의 완성도가 고르게 준수하다. 모든 주연 배우들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다. 세대교체의 인상을 기분 좋게 남기는 캐스팅과 연기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진실’보다 ‘감정’이 더 잘 팔리는 탈진실 시대를 스크롤하다
★★★영화 자체가 흡사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모호한 ‘댓글 창’ 같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주인공이 쓴 기사를 그래서 오보인지 아닌지, 댓글팀 멤버 시각으로 재구성된 사건은 실제인지 허구인지 등 그 경계가 모호하다. 결말마저도 그러하다. 불분명한 마감은 많은 영화의 경우 기실 단점으로 판명 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엔 꼭 그렇지는 않다. 그 불분명함이 곧 이 영화의 성격이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시각적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부분들을 대사로 쉽게 풀어쓴 지점의 아쉬움은 있지만, 객관적 진실보다 감정이 더 잘 팔리는 탈진실 시대의 생태계를 잘 담아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카사카 류지, 시부타니 아야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자연은 선하지 않다, 악은 탄생한다
★★★★
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은 팬데믹 이후의 폐쇄적 분위기와 아득한 불안으로 가득하다. 영화 속에서 건설 추진 중인 글램핑장이 실은 환경친화적인 형태가 아니듯, 자연은 때론 오해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균형이 깨지는 순간 발생하는 삶의 폭력성을 무심히 관조하는 배경이자, 인간이 만든 대립항의 가치가 공존하기 불가능한 세계다. 지역 개발을 둘러싼 마을 주민들과 자본을 앞세운 개발 논리의 갈등은 점차 삶의 본질을 해하려 드는 모든 ‘개입’의 이야기로 폭넓게 나아간다.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긴 하지만 제목 자체가 많은 부분 제약이 되거나, 그 의미를 특정 방식으로 제한한다는 데서 오는 잔여도 있다. 괴물의 정체 찾기에 골몰하게 되던 <괴물>의 트릭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가 끝나는 순간 스크린 안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
느낌표나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로 끝나는 작품들은 많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이렇게 기습적으로 훅 치고 들어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영화는 드물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스크린 밖에서 다시 시작되는 영화라기보다, 영화 엔딩을 마주한 후 스크린 안으로 다시 배회하게 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되감기 하는 배회의 순간, 영화는 완전히 새롭게 다가온다. 제목이 감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어떤 의미에선 제목으로 완성되는 작품이기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하마구치 류스케의 묘수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오프닝부터 시작된 긴장감을 엔딩까지 유지하는 실력이 과연 거장답다. 산골 마을에 사는 부녀와 주민들, 개발을 위해 찾아온 외지인들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인물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면 악은 무엇인가, 선과 악의 구분은 가능한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영화가 슬쩍슬쩍 내비친 질문들이 커다란 돌덩어리가 되어 날아온다. 이 물음을 얼마나 오래 끌어안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폭이 달라질 것이다.
잠행
감독 관지요
출연 유덕화, 임가동, 펑위옌, 임달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언더커버 홍콩 범죄 장르
★★☆
언더커버 영화의 대표작인 <무간도>(2003)의 유덕화가 악역을 맡은, 또 하나의 언더커버 범죄 액션 영화. 유덕화나 임달화 같은 레전드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홍콩 범죄 장르영화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다크웹이나 해킹 같은 테크놀로지가 결합되어 오래된 느낌을 걷어낸다. 액션 컨셉도 기관총이 동원되는 총격 신부터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격투와 카 액션까지, 총망라된 느낌을 준다. ‘의리’나 ‘가족’ 같은 전통적인 가치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데 다소 감상적인 톤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역행하는 홍콩 누아르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홍콩 액션 누아르. 유덕화, 임가동, 펑위옌, 임달화까지 홍콩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다크웹을 통한 마약 판매를 다뤄 시대에 맞는 범죄를 파고드는가 싶지만, 기존의 마약왕과 언더커버 이야기에 한 치의 새로움을 더하지 못하고 반복에 그친다. 대규모 총격전 등 액션 장면에 주력했으나 알맹이 없는 스타일은 영화를 더 낡아보이게 할 뿐이다.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감독 장민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이를 잃는다는 것
★★★☆
세월호 10주기를 통해 뒤돌아보는, 유족의 목소리를 통해 재구성하는 한국 현대사. 이른바 ‘예은이 아빠’로 알려진 알려진 유경근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엔 대구 지하철 참사(1995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1999년) 등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출연한다. 그날의 일을 전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담담하기에 오히려 깊게 슬픔과 고통의 감정을 전하는 ‘증언’이다. 여기서 다큐멘터리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를 만나고, 1980년의 광주와 1970년대 전태일 열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역사성을 만들어낸다.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절절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회적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이 다큐멘터리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여러 참사를 연결 짓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이다. 피해자 유족들의 일상과 만남을 지켜보면서 ‘내가 겪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던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왜 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가‘ 물음을 던지고, 왜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감하기를 바란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야마다 야스오, 마스야마 에이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의 시작
★★★★
최근 (번복될지도 모르겠지만) 은퇴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를 내놓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79년에 내놓았던 첫 장편 애니메이션. 30대 시절 미야자키의 약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45년 전의 애니메이션이라 기술적으론 세련되지 못하지만, 셀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루팡 3세라는 불굴의 캐릭터, 그리고 작품 내내 떨어지지 않는 텐션은 100분의 러닝타임을 ‘순삭’하게 만든다.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단어의 본질적 의미(생기를 불어넣기)를 떠올리게 하는 에너지 넘치는 작품.
래빗스쿨 2: 부활절 대소동
감독 우텐 폰 뮌쇼폴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부활절 애니메이션으로 강력 추천
★★★
부활절 기사단 후보로 뽑혀 숲속 ‘래빗 스쿨’로 돌아가게 된 도시 토끼 맥스. 1편에서 황금알을 지켜낸 맥스가 이번엔 부활절 방해단과 여우들에 맞서 부활절 계란들과 빛을 잃은 황금알을 지킨다. 2편에선 부활절 기사단이 되고 싶어 하는 여우 가족의 막내 퍼디의 활약이 돋보인다. 동물 소동극에 예수 부활, 믿음, 부활절 계란을 만드는 과정을 담아 아이들이 부활절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종교 색채가 강하지 않아 동물 애니메이션으로 충분히 즐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