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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도님 살살 좀; 〈범죄도시〉와 맞붙었던 영화들

성찬얼기자

참 촌스러운데 이런 말이 잘 어울린다. '폭주기관차'. <범죄도시> 시리즈는 2017년 1편을 시작으로 2024년 4편이 개봉하는 순간까지 그야말로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한국에 정말 몇 없는 시리즈물이면서 동시에 매 편 흥행에 성공하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피로감이 있다'고 평가하지만, 지금까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피로감 이상의 흥미를 자극하는 영화라고 입증했다.

그래서 이쯤에서 한 번 돌아본다. 빌런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범죄도시>와 맞붙어 마석도 형사의 주먹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경쟁작들. 뭐가 있었을까. 2017년 1편부터 한번 살펴보자.


2017년 10월 3일

<범죄도시>

경쟁작 <킹스맨: 골든 서클>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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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지금이야 '범죄도시' 하면 '흥행 대작' '기대작' 이런 단어가 붙지만, 2017년 1편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범죄도시>는 '언더독'이었다. 10월 3일, 추석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이 상영 중이었고 <남한산성>이 개봉했다. 이 상황에서 <범죄도시>는 큰 자본이 들어간 작품도, 그렇다고 주연급으로 대활약한 배우가 있는 영화도 아녔다. 당시 경쟁작을 설명하자면 <킹스맨: 골든 서클>은 영국의 비밀 첩보 기관 '킹스맨'의 이야기를 그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속편으로 전편의 배우들과 감독이 그대로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도 한국에서 6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었기에 속편 개봉에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남한산성>은 그야말로 '연휴 겨냥 텐트폴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원작인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부터 100쇄를 넘길 만큼 인기작이었고, 연출은<수상한 그녀>로 800만 관객을 모은 황동혁 감독이었으며, 출연 배우마저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이란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좀 더 마니아 관객에게 다루면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은 것도 셀링 포인트였다.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다룬 사극영화란 점까지 추석에 딱 맞는 영화였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범죄도시>, <킹스맨: 골든 서클>에 비해 15세 관람가 <남한산성>이 흥행에도 유리했다. 실제로 10월 3일 개봉했을 때는 <남한산성>이 곧바로 1위에 오르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고스란히 입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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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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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

하지만 개봉 후 상황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개봉 첫 주는 <남한산성>이 두 영화를 끌어내고 1위에 올랐으나, 한 주 더 지나자 <범죄도시>가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심지어 한 주 더 지나자 <남한산성>은 이후 개봉한 <지오스톰>, <대장 김창수>에 밀려 4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전작에 비해 반응이 좋지 않았던 <킹스맨: 골든 서클>도 <남한산성>에 막혀 역주행하지 못하고 5위에 머물렀다. 이 삼파전의 최종 승자는 687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가 됐다. <남한산성>은 384만 명, <킹스맨: 골든 서클>은 494만 명에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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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조차도 풍부한 캐릭터성을 가진 것이 〈범죄도시〉의 매력

 

<범죄도시>가 이렇게 역주행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인 형사물과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결합, 그리고 출연진의 열연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범죄도시>는 실제 사건을 취재하고 각색해서 범죄조직의 알력 다툼, 비정한 범죄자들, 그리고 형사들의 일상(?)까지 현실적인 면이 빛났다. 그러면서도 마동석의 피지컬을 활용해 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며 '권선징악'을 정말 맛깔나게 살린 것이 관객들에게 유효했다. 거기에 악역을 맡은 윤계상을 비롯해 최귀화, 진선규, 김성규, 조재윤, 박지환, 허성태 등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마동석은 이 작품으로 주연으로서 흥행작은 얻은 것은 물론이고, 제작과 기획까지 가능한 영리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2022년 5월 18일

<범죄도시2>

경쟁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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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5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2>는 1편보다는 순탄하게 개봉했다. 1편의 화력 때문인지,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이 없었다. 그나마 경쟁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2주 먼저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뿐이었다. 사실 이렇게 경쟁작이 없었던 건 극장 밖에 경쟁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관객 수 하락이었다. 이 당시에는 팬데믹이 지나고 엔데믹이 시작하던 시기였으나 그럼에도 영화가 개봉했을 때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다소 미지수였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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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완다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 드라마 〈완다비전〉이 필수였다.​

 

대망의 5월 18일, <범죄도시2>가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했을까? 그렇다. 1편의 명성은 2편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1편과 달리 2편은 15세 관람가로 제작됐고 이는 <범죄도시>를 기다렸을 팬들과 이 영화가 궁금한 청소년층을 사로잡는 동력이 됐다. <범죄도시2>는 개봉일부터 2주 가까이 1위를 독식하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그대로 끌어내고 당일 46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폭죽을 터뜨렸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드라마와의 연계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데 비해 <범죄도시2>는 도리어 전편을 전혀 몰라도 볼 수 있는 독립적 속편에 가까웠다는 것도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기 한결 수월했다. 거기에 개봉 한 달 전 방영하는 <나의 해방일지>가 인기를 얻으면서 '구씨' 손석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범죄도시2>에서의 연기 변신이 관심을 받았다. 1편 못지않은 깔끔한 권선징악 스토리와 소름 돋는 악역, 그리고 마동석의 변화한 액션 등이 시너지를 내며 개봉 3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시리즈 첫 천만영화이자 사실상 원톱급 주연으로 나선 마동석의 첫 첫만 영화. 이후 1269만 관객 동원까지 성공하며 2022년 유일한 천만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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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 말고 '강해상' 〈범죄도시2〉

2023년 5월 31일

<범죄도시3>

경쟁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인어공주>,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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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수사대로 배경을 옮긴 〈범죄도시3〉. 마석도도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한다.

 

2편의 흥행, 그리고 이어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으로 2023년 3편 개봉 당시엔 경쟁작이 좀 더 생겼다. 5월 3일 개봉했지만 화력은 남아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을 비롯해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인어공주>가 연이어 개봉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작품이 개봉한 가운데 5월 마지막 주 타석에 <범죄도시3>가 섰다. <범죄도시>가 아니었다면 '이게 될까?' 싶었겠지만, <범죄도시3>였기에 '얼마나 될까?'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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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실제로 5월 31일, <범죄도시3>는 개봉 이후 다른 영화들을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했다. 직전 개봉작 <인어공주>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후광을 입은 실사화 작품이었지만 블랙 워싱 등으로 이미 관객들이 등을 돌린지 오래였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신작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줬지만 방대화된 시리즈에 진입장벽이 생겨 전편만큼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그보다 5월 초 개봉한, MCU의 신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동안의 감성으로 마무리하며 장기 흥행 중이었다.

그렇지만 <범죄도시3> 개봉 후 각 영화들은 1위를 다시 뺏지 못했다. 그나마 호평 일색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2위 자리를 지키며 선방했고, 다른 두 작품은 3~5위를 오락가락하며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범죄도시3>는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긴 마석도를 주인공으로 이번엔 마약과 관련한 범죄자와의 대결을 그렸는데, 시리즈 최초 더블 빌런을 선보여 궁금증을 모았다. 물론 영화가 개봉한 후엔 두 빌런보다 중고차 딜러 초롱이(고규필)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컸지만.

〈범죄도시3〉는 더블 빌런을 선택했다.
〈범죄도시3〉는 더블 빌런을 선택했다.

 

<범죄도시3>가 독주하는 와중, 그다음 주 극장가에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트랜스포머>의 신작이자 시리즈 전체의 기틀을 다시 잡는 리부트 영화였다. 그렇지만 혹평이 많았던 시리즈 전작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개봉 당일에도 2위에 그쳤고, 이후에도 <범죄도시3>의 화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범죄도시3>는 이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쌍천만'에 성공했다.

〈범죄도시3〉 천만 돌파 감사 이미지
〈범죄도시3〉 천만 돌파 감사 이미지

2024년 4월 24일 (현재 진행형)

<범죄도시4>

경쟁작 <쿵푸팬더4>,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그녀가 죽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범죄도시4〉
〈범죄도시4〉

2편, 3편이 모두 천만 관객을 넘었다. <범죄도시4>는 '흥행할까'가 문제가 아녔다. '삼천만을 해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범죄도시4>는 개봉 후 2주 차에 이미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를 지나고 있다. '천만 확정'이라고 말해도 결코 섣부른 판단이 아니다. 앞서 개봉한 <쿵푸팬더4>,<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는 물론이고 5월 1일 개봉한 <스턴트맨>도 <범죄도시4>의 왕좌를 뺏지 못했다. 이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5월 8일), <그녀가 죽었다>(5월 15일),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5월 22일)가 <범죄도시4>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